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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변 '미친 월드컵'...일본, 4년 전 한국처럼 독일 무너뜨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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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상대로 동점골을 터뜨리고 기뻐하는 일본 선수들. AP=연합뉴스

독일을 상대로 동점골을 터뜨리고 기뻐하는 일본 선수들. AP=연합뉴스

일본이 2022 카타르월드컵 우승 후보 독일을 무너뜨렸다. 마치 4년 전 한국을 보는 것 같았다.

일본은 2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할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독일과의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독일을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일본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에 이어 또 한 번 우승 후보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사우디는 우승 후보 0순위 아르헨티나를 2-1로 꺾었다. 독일은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1위의 강호다. 일본은 24위다.

'알라이얀의 기적'으로 불릴 만한 역사적인 승리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카타르월드컵에서 새 역사"를 쓰겠다던 하지메 모리야스 감독의 포부가 현실이 됐다. 모리야스 감독은 "내 목표는 16강의 벽을 넘어 8강에 오르는 거다. 역사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승리 후 기뻐하는 일본 선수들 사이에서 허탈한 표정을 짓는 독일 선수들. 연합뉴스

승리 후 기뻐하는 일본 선수들 사이에서 허탈한 표정을 짓는 독일 선수들. 연합뉴스

일본에 패한 뒤 고개를 숙인 독일 조슈아 키미히. AP=연합뉴스

일본에 패한 뒤 고개를 숙인 독일 조슈아 키미히. AP=연합뉴스

일본은 승점 3으로 예상을 깨고 E조 선두로 올라섰다. 일본, 독일, 스페인, 코스타리카가 묶인 E조는 이번 대회 '죽음의 조'로 불린다. 독일은 최하위로 추락했다. 스페인과 코스타리카 경기는 24일 오전 1시에 치러진다. 독일은 4년 전 러시아월드컵에 이어 또다시 한 수 아래 전력의 아시아 팀에 덜미를 잡히는 굴욕을 맛봤다. 당시 독일은 한국에 0-2로 패해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전반전은 경기 시작부터 총공세를 펼친 독일이 주도했다. 수비 지역이 넓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과 빠르고 힘 좋은 센터백 안토니오 뤼디거(레알 마드리드)만 최후방에 둔 채 필드 플레이어 9명이 하프라인을 넘어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 공격에 가담했다. 이에 맞서는 일본은 평소 팀 컬러인 패스를 앞세운 '점유율 축구'를 버리고 강한 압박에 이은 '역습 축구'를 펼쳤다. 하지만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일본은 강팀 독일을 상대로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전반 7분 역습에 상황에서 공격수 마에다 다이젠(셀틱)의 골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된 이후 내내 독일의 공격을 막아내기 급급했다.

일본은 세계 최고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를 상대로 2골을 터뜨렸다. EPA=연합뉴스

일본은 세계 최고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를 상대로 2골을 터뜨렸다. EPA=연합뉴스

일본은 전반 30분 독일에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골키퍼 곤도 슈이치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반칙을 저질렀다. 결국 전반 32분 일카이 귄도안(맨체스터 시티)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허용하고 0-1로 전반을 마쳤다.

경기 흐름은 후반전에 바뀌었다. 일본의 모리야스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를 빼고, 미나미노 다쿠미(AS모나코)를 투입했다. 11분 뒤엔 나가토모 유토(FC도쿄)와 다이젠을 내보내고,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와 아사노 다쿠마(보훔)를 넣었다. 후반 26분에는 도안 리츠(프라이부르크)까지 투입했다. 연달아 변화를 주며 상대를 몰아붙였다. 결국 후반 30분 교체 자원이 골을 만들었다.

독일을 상대로 역전골을 넣은 뒤, 뒤엉켜 기뻐하는 일본 선수들. AP=연합뉴스

독일을 상대로 역전골을 넣은 뒤, 뒤엉켜 기뻐하는 일본 선수들. AP=연합뉴스

후반 26분 교체 투입된 리츠가 문전에서 독일 골키퍼 노이어의 손을 맞고 나온 공을 왼발로 골문에 밀어 넣었다. 기세가 오른 일본은 8분 뒤, 역전골까지 뽑아냈다. 다쿠마가 롱패스를 받아 페널티박스 오른쪽을 파고든 뒤 강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일본 벤치는 마치 우승한 듯 일제히 그라운드로 쏟아져나와 기뻐했다. 독일 선수들은 4년 전 악몽을 떠올리며 고개를 떨궜다.

다급해진 독일은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일본은 주장인 요시다 마야(샬케)를 비롯해 가마다 다이치(프랑크푸르트), 리츠 등 대표팀 26명 중 8명이 독일 프로축구 리그에서 뛰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독일을 효율적으로 막았다. 후반 추가시간 7분 노이어 골키퍼까지 코너킥에 가담하는 총공격을 펼쳤지만, 일본의 육탄방어를 뚫지 못했다.

이변에 기뻐하는 일본 관중. AP=연합뉴스

이변에 기뻐하는 일본 관중. AP=연합뉴스

베스트11 단체 촬영에서 입을 가린 독일 선수들. AP=연합뉴스

베스트11 단체 촬영에서 입을 가린 독일 선수들. AP=연합뉴스

한편 이날 독일은 경기 전부터 화제가 됐다. 킥오프를 앞두고 진행된 베스트11 단체 사진 촬영에서 전원 오른손을 입을 가리는 포즈를 취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이번 대회 내내 이어지는 이슈인 '무지개 완장' 관련 논란에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는 이 동작이 '원 러브'(One Love) 완장 금지에 항의하는 표시로 보인다고 전했다.

무지개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완장이다. 각종 인권 논란이 불거진 개최국 카타르에 항의하고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하는 취지로 인식되는 이 완장을 독일, 잉글랜드를 비롯한 유럽 7개국 주장들이 이번 대회 경기에 차고 나서기로 했다.

 무지개 완장을 찬 독일의 낸시 패저 내무장관. AP=연합뉴스

무지개 완장을 찬 독일의 낸시 패저 내무장관. AP=연합뉴스

하지만 FIFA가 경기 중 이 완장을 착용하면 옐로카드를 주는 등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대응에 나서면서 각 팀은 착용을 포기했다. 키커는 "선수들이 취한 포즈는 FIFA를 향해 '당신은 우리를 입 다물게 할 수 없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골문에 선 노이어는 FIFA가 무지개 완장 논란이 일자 대회 개막 직전 내놓은 '자체 완장' 중 하나인 '차별 반대'(#NoDiscrimination)를 왼쪽 팔에 낀 채 뛰었다.

선수들이 착용하지 못한 무지개 완장은 독일의 낸시 패저 내무장관이 관중석에서 대신 찼다. 현장을 찾은 패저 장관은 '원 러브' 완장을 찬 채로 주변의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등과 인사하고 경기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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