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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으로 설비 멈추면 日 3000억 손실…석유화학사 “임직원 총동원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화물연대가 예고한 총파업을 하루 앞둔 23일 광주 서구 기아 오토랜드 광주2공장에 완성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넓게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가 예고한 총파업을 하루 앞둔 23일 광주 서구 기아 오토랜드 광주2공장에 완성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넓게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1. 현대차 울산공장에는 하루 평균 신차 1만1000여 대가 출고된다. 화물차 운전자 중 화물연대 조합원은 전체의 70%에 달한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그룹은 화물연대가 24일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공장 생산 중단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비하고 있다. 물류가 멈추면 공장도 덩달아 멈춰 서기 때문이다.

자동차 생산 시스템은 제품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생산방식(Just In Time)이기 때문에 부품 일부만 납품되지 않아도 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때는 생산라인이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2. 국내 최대 석유화학업체가 밀집한 울산과 여수산업단지는 요즘 물류 파업에 따른 업무 마비 시나리오를 세워놓고 대응하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은 공장 설비 가동 중지까지 검토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여수산단 도로를 점거하면서 일부 업체들은 임시 야적장을 마련해 놓고 임직원에 총동원을 내린 상황이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일주일 이상 제품 출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핵심 설비를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에서 열린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는 24일 0시를 기해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에서 열린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는 24일 0시를 기해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3일 화물연대 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산업계는 이처럼 초긴장 상태다. 파업이 장기전에 접어들 경우 주요 기간산업 가동이 마비될 수 있어서다. 특히 연간 무역적자가 400억 달러(약 54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물류 파업이 이어지면 산업계, 특히 수출 업종의 충격은 어느 때보다 커질 전망이다.

철강과 정유, 자동차 등은 파업 시나리오에 맞춰 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물류 타격을 경험했던 국내 철강사는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당시 8일간 물류가 멈추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는 제품 72만t을 출하하지 못했다. 피해 금액만 1조원이 넘는다.

기간 산업인 철강이 멈추면 건설 등 여타 산업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지난 9월 태풍 ‘힌남노’로 공장 전체가 침수되는 피해를 본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복구 작업 중 날벼락을 맞았다. 포스코 관계자는 “수해 복구 일정에 중대한 차질이 예상된다”면서 “복구를 위한 화물차량 입·출고만큼은 가능하도록 화물연대가 협조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는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부품 수급과 완성차 출고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6월 물류 파업 때 출하 지연 폭탄을 맞았던 타이어 업계는 재고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6월 파업으로 국내 공장 3곳에서 생산한 타이어를 1주일간 출하하지 못하기도 했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타이어는 컨테이너로 옮기기 때문에 물류 파업이 장기간 이어지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사도 파업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출하 저지 투쟁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만큼 비상 수송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로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업체들은 파업으로 인한 손실까지 추가로 떠안을 위기에 몰렸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에 연결 기준 영업손실만 4239억원을 냈다. 금호석유화학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설비가 멈추면 하루 손실 규모만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화물연대가 예고한 총파업을 하루 앞둔 23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차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화물연대가 예고한 총파업을 하루 앞둔 23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차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시멘트·레미콘·건설 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시멘트 운송을 하는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BCT) 운송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한국시멘트협회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 6월 화물연대 운송 거부로 인한 시멘트 업계 매출 손실이 8일 동안 1061억원에 달했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9~12월은 시멘트 소비가 많은 성수기로 (6월 파업 때보다) 시멘트 공급이 더 필요한 시기”라며 “운송 거부 기간이 길어질수록 손실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멘트를 받지 못하는 레미콘 공장과 건설 현장의 중단도 불가피하다.

해운사는 파업 시작 전에 수출 화물을 거점 항구로 운송해 달라고 화주들에게 공지한 상태다. 해운사는 통상 출항 3일 전에 수출 화물을 항구에 반입하는데 화물연대가 파업을 예고하면서 출항 일주일 전부터 화물을 항구로 반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HMM 관계자는 “화물연대의 파업 예고로 수출 일정에 지장이 없도록 사전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는 23일부터 화물연대의 무기한 집단운송거부에 대응해 ‘수출 물류 비상대책반’ 운영을 개시했다. 피해 사례 수집 등을 위해 무역협회 물류서비스실과 12개 국내 지부, 지역 화주물류협의회 등을 비롯해 협력사들이 비상대책반에 참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화물연대의 집단행동은 수출 업체는 물론 국민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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