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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 합의한 여야…대통령실 국정상황실도 포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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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23일 합의했다. 조사 대상엔 국정상황실 등 대통령실 일부도 포함됐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23일 오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실시에 합의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합의 뒤 악수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23일 오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실시에 합의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합의 뒤 악수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양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강제 수단이 없기 때문에 강제력을 동원한 수사가 진실을 밝히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면서도 “다수석을 가진 민주당이 내일 혼자서라도 (국정조사계획서를) 의결하겠다고 해, 예산안이 처리되고 나면 여야가 같이 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사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정조사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계획서를 의결하는 순간부터 시작해 45일간 진행된다. 기관보고와 현장검증, 청문회 등을 거쳐 1월 7일에 마치는데, 본회의 의결로 연장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국조 특위는 민주당 9인, 국민의힘 7인, 비교섭단체 2인으로 구성된다. 민주당은 권칠승 의원 등 특위 명단을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제출했고, 민주당 몫인 위원장은 우상호 의원이 맡는다. 국민의힘은 이날 간사를 맡는 이만희 의원 등 7인의 위원을 정했다. 비교섭단체에선 범야권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조사 대상기관에는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을 포함한 보건복지부 ▶대검찰청 ▶서울특별시 등 16개 기관이 포함됐고, 특위 의결로 추가할 수 있다.

민주당이 요구했던 대통령실 경호처와 법무부 등은 대상에서 빠졌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경호처를 국정조사 대상으로 하자는 건 그야말로 정쟁으로 가자는 것 아니냐고 이의제기했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경찰 인력 배치 문제나 마약 수사와 관련한 경찰 인력 배치 문제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법무부는 빠져도 대검찰청은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여야는 합의문에 “정부조직법 및 관련 법률안과 대통령의 임기 종료 시 공공기관의 장 등의 임기 일치를 위한 법률안 처리를 위해 ‘정책협의체’를 양당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 등 (여야)각 3인으로 구성ㆍ운영한다”고 명시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23일 오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실시에 합의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23일 오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실시에 합의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부가 지난 달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민주당 반대로 두 달 째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공공기관장 ‘알박기’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문제가 됐는데 이참에 함께 다뤄보자는 것”이라며 “여당이 원하는 내용을 이번 협상에서 관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여야는 임기를 1년으로 하는 인구위기특별위원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회를 국회 내에 구성하기로 했다. 20대 대선 당시 여야의 공통공약 입법화를 위한 ‘대선공통공약추진단’도 구성 예정이다.

당초 국정조사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국민의힘이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 참여로 입장을 변경하면서 여야 합의가 급물살을 탔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비공개 의총에서 일부 반발이 있었지만, 주 원내대표가 ‘대통령실과 상황을 협의했다’는 취지로 의원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친윤인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의총 모두발언에서 “예산 처리 시점과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결과 발표 시점이 엇비슷하다면 예산 처리 후 국정조사에 대한 합의를 피할 이유가 없다”며 원내지도부에 힘을 실어줬다.

대통령실은 그간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이날 여야 합의에 대해서 특별한 이견을 드러내진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예산안이 끝나고 국정조사에 본격 돌입하면 경찰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될 텐데, 그때 여러 정치적 현안을 같이 논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한 참모는 “협상 과정을 공유 받지 못한 상황에서 합의 결과가 갑작스러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거대 양당이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한 건 2018년 11월 공공기관 채용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 합의 후 4년 만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세부 합의에서 진통을 겪으며 계획서 의결에 실패해 실제 조사로 이어지진 못했다. 가장 최근 여야 합의로 국정조사가 이뤄진 건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사고’ 관련 국정조사와 같은 해 실시된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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