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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편의점 비닐봉투 금지되지만…“요청하면 드립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일회용 비닐봉투 판매 중단 안내문이 비치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일회용 비닐봉투 판매 중단 안내문이 비치돼 있다. 연합뉴스

“같은 편의점인데 한 곳에선 일회용 비닐봉투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다른 곳에서 안 된다고 할 수 있나요? 갑자기 계도기간을 준다고 하니 결국 현장의 혼란만 키웠습니다.”

23일 중앙일보와 통화한 박윤정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이렇게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을 꼬집었다. 다음날인 24일부터 편의점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판매가 금지되지만 1년간 계도기간이 주어지면서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안내문을 부착하며 제도 시행을 준비해 왔지만, 갑작스럽게 상황이 바뀐 탓이다.

편의점 3사, 일회용 봉투 발주 재개 

이날 업계에 따르면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는 ‘친환경(생분해성) 일회용 봉투’의 발주를 이달부터 재개했다.

편의점들은 지난해부터 기존 플라스틱 비닐봉투를 친환경 비닐봉투로 대체해 왔다. 이후 친환경 봉투도 판매 금지가 예고되자 종이 봉투→종량제 봉투→다회용 봉투 등을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지난 9월부터는 비닐봉투 발주를 중단하면서 재고를 줄여 왔다.

그런데 이달 1일 환경부가 ‘앞으로 1년 동안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계도기간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하자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친환경 비닐봉투는 2024년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지침이 바뀌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본사는 재사용 봉투를 먼저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고객 반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 친환경 비닐봉투 발주를 일부 재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사실상 소비자들이 익숙한 일회용 비닐봉투를 계속 찾을 수 있어 규제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환경 비닐봉투의 가격은 50~150원으로, 기존 플라스틱 봉투(20~50원)보다는 비싸지만 종량제 봉투(서울 기준 10L 250원), 다회용 봉투(500원)보다는 저렴하다.

서울 은평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한 달 넘게 고객들에게 종량제 봉투나 장바구니 사용을 권장해 왔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며 “비닐봉투 사용을 규제하면 고객들이 불편해하는 건 사실이라 컴플레인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회용품 요청하면 제공 불가피”

이에 따라 현장에선 당분간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박윤정 협회장은 “어떤 편의점은 재사용 봉투를 권하고 어떤 점포는 비닐봉투를 그대로 쓰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24의 경우 친환경 비닐봉투를 도입하지 않아 전 점포에서 재사용 가능한 종량제 봉투 등만 판매하기로 했다.

24일부터 편의점들은 시식대에서도 플라스틱 빨대, 나무젓가락, 커피 스틱을 비롯한 일회용품을 눈에 띄지 않게 치울 예정이다. 다만 요청하는 고객에 한해서는 제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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