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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용" 200억원 들여 제주 호텔 사겠다는 울산교육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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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교육청 전경. [사진 울산시교육청]

울산시교육청 전경. [사진 울산시교육청]

울산시교육청이 내년에 제주 호텔을 매입하기 위해 예산 200억원을 편성했다가 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울산시의회 교육위원회는 23일 ‘2023년 정기분 울산시교육비특별회계 소관 공유재산관리계획안 심사’에서 울산시교육청이 제주의 호텔을 매입해 학생교육원 제주분원을 설립하는 예산안을 부결시켰다.

울산교육청, 제주공항 인근 호텔 매입 예산 편성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년도 본예산에 반영이 안 됐기 때문에 호텔 매입은 어렵게 됐다”며 “추후 이와 관련한 시교육청 방침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울산시교육청은 “제주 한 호텔을 사들여 학생교육원 제주분원을 운영하겠다”며 내년도 예산안에 200억원 정도를 편성했다. 수학여행 숙박장소로 쓰기 위한 시설로 노옥희 울산교육감 공약 사항이다.

해당 호텔은 제주공항 인근에 있으며 연면적 6013㎡, 지하 1층, 지상 4층, 125실 규모다. 울산시교육청은 189억3000만원을 들여 호텔을 살 계획이었다. 또 리모델링과 집기 구매비로 약 10억6000만원을 편성했다.

울산시의회 "예산낭비" 전액 삭감 
울산시교육청 측은 이와 관련 학부모 교직원 대상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 82.7%가 제주분원 설립이 수학여행 등 현장 체험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의회에서는 “비상식적인 예산 낭비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8월에도 해당 예산이 추경정예산안에 편성됐지만, 시의회에서 삭감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호텔을 매입하면 관리하는데도 많은 돈이 든다”며 “교육 예산을 총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김지윤]

[일러스트=김지윤]

다른 시·도 교육청도 선심성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각 교육청이 시·도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부산시교육청은 내년부터 저소득층 초중고생에게 1인 7만원씩 졸업앨범비를 준다. 인천시교육청은 내년에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노트북을 단계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1029억원을 책정했다.

수백억원씩 드는 각종 인프라 예산도 논란이다. 경남교육청의 경남진로교육원 설립 및 의령교육지원청 이전(1136억원), 부산시교육청은 부산학력개발원 운영(358억원),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북부유아체험교육원 설립(124억원) 등이다.

"교육교부금제도 개선 해야" 
전문가들은 증가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제도가 교육청의 방만한 예산 편성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70~80년대만 해도 교육에 우선 투자하기 위해 관련 법을 만들어 내국세의 20.79%를 무조건 떼어 교육청에 지급하도록 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내국세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 교육교부금이 덩달아 많이 증가했는데 저출산 시대가 오면서 학령 인구는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일차적으로 교육교부금으로 가는 내국세 비율을 낮추고, 최종적으로는 필요에 따라 교육교부금을 편성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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