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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 심해 시신조차 못 옮겨”…이란, 헬기 병력 동원 시위대 탄압[영상]

중앙일보

입력

노르웨이 인권단체 헹가우가 21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이란 서부 쿠르드족 마을 자바루드에서 총격이 발생하자 한 시민이 쓰러진 시민을 도우려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노르웨이 인권단체 헹가우가 21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이란 서부 쿠르드족 마을 자바루드에서 총격이 발생하자 한 시민이 쓰러진 시민을 도우려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 서부의 마하바드와 부칸 등 쿠르드족이 밀집한 주요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이란 병력의 공격이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확대됐다고 가디언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신은 이란 정부의 시위대 탄압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헬기는 도시 상공 비행, 무장 병력은 거리서 발포

이날 보도에 따르면 인권 운동가들은 이란의 보안 병력이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중화기와 헬리콥터 등을 배치했다고 비판했다. 이란에선 쿠르드족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22)의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2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활동하는 쿠르드족 인권 단체 헹가우는 기관총 등을 장착한 중무장 병력이 사난다지에서 트럭을 타고 마하바드와 부칸으로 이동하고 있는 영상을 21일 공개했다. 또 다른 영상에는 길거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남자를 살려내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이나 총소리를 피해 도망치는 사람들도 보였다.

헹가우는 “총격의 강도가 너무 심해서 사람들이 희생자의 시신조차 옮길 수 없었다”며 “이건 쿠르디스탄에 대한 이슬람 공화국의 대량 학살이다”고 전했다. 또 헹가우는 도시 상공을 비행하는 헬리콥터와 인적이 드문 거리에서 소총을 발사하며 “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는 보안 병력의 모습이 담긴 영상도 공개했다.

유엔 “쿠르드족 도시 상황 고통스럽다”

유엔은 이란의 상황을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 22일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지금까지 어린이 40명을 포함해 3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제러미 로렌스 OHCHR 대변인은 “특히 쿠드르족 도시들의 상황이 고통스럽다”며 “우리는 이란 당국이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불필요하거나 불균형적인 힘을 사용하는 대신 평등·존엄·권리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에 대처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볼커 투르크 유엔 인권이사회 위원장은 “지난 주말 발생한 이란 시위에서 사망자가 증가하고 보안 병력의 대응이 강화되면서 이란 내 위기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우려했다. 앞서 이란 당국이 시위에 연루된 6명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데에 대해선 “이란 당국에 사형 집행을 즉시 유예하고 사형 선고를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도 덧붙였다.

이란 정부는 "무장 세력이 자국 병력에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하는 등 유혈 탄압을 부인하고 있다.

이란 축구팀 ‘침묵 연대’…보복 직면 우려

이란 축구대표팀은 21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경기 시작 전 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AP=연합뉴스

이란 축구대표팀은 21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경기 시작 전 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AP=연합뉴스

한편 이란 축구대표팀이 남은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서도 국가를 부르지 않을 경우 보복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메흐디 참란 테헤란 시의회 의장은 “우리는 결코 누구도 우리의 국가와 깃발을 모욕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란 대표팀은 지난 21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경기 시작 전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의미로 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이란은 오는 25일 오후 7시(한국시간) 웨일스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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