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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 꿈꾼 임차인 263명 속여 73억 빼돌린 일당 기소

중앙일보

입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5년간 거주하면 소유권을 얻을 수 있는 공공건설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들을 상대로 분양전환을 해줄 것처럼 속여 수십억원을 챙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무안·무안 등에서 분양 전환 사기   
대구지검 서부지청 형사제3부(부장검사 서영배)는 23일 공공건설임대주택으로 지어진 대구 달성군 한 아파트 임차인 263명으로부터 분양대금 등 73억원을 빼돌린 임대사업법인 회장 A씨(58)를 구속기소하고 같은 법인 대표이사 B씨(48)와 이사 C씨(43)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자금력이 전혀 없이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대구와 전남 무안, 전북 군산 등지에 대규모 임대주택을 인수한 뒤 임차인들을 상대로 분양전환을 미끼로 주택마련 자금을 빼돌린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이들이 주로 노린 타깃은 공공건설임대주택에 입주한 지 5년이 지나면서 주택 소유권을 가질 수 있게 된 임차인들이었다. 공공건설임대주택은 임대사업자가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주택을 건설한 뒤 일정 조건을 갖춘 임차인에게 임대를 하고 5년이 지나면 분양전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 형태다.

A씨 등은 2020년 4월쯤 초기 자본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908세대 규모 대구 달성군 한 아파트를 비롯해 무안과 군산의 총 2200세대 공공건설임대주택 임대사업자 지위를 헐값에 인수했다. 자금력이 없다 보니 인수 직후 아파트 퇴거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지급하지 못해 2020년 5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보증금 300억원 상당을 대신 지급하게 하는 보증사고를 일으켰다.

보증사고가 난 지역의 임차인들은 HUG로부터 보증금도 돌려받고 A씨가 운영하는 법인이 부도 상태라는 것도 알게 됐지만, 대구 지역 임차인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분양 잔금 받아 유용하기도  
A씨 등은 다양한 방식으로 임차인 돈을 빼돌렸다. A씨가 운영하는 법인은 임차인이 분양전환 신청을 하면 선순위근저당권이 설정된 국민주택기금 6280만원을 변제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임차인에게 “채무 6280만원을 대신 갚아주면 15일 뒤 분양대금 잔금을 제외한 나머지 차액(3350여만원)을 돌려주겠다”고 속여 임차인 43명으로부터 약 27억원을 챙겼다.

또 “분양대금 잔금을 치르면 소유권을 이전해주겠다”면서 임차인 210명에게 잔금 35억원을 신탁사 계좌에 입금하게 한 뒤 신탁사에는 "회사 운영 자금으로 사용하겠다"며 그 자금을 인출해 유용하거나, HUG 임대보증금보증에 가입한 것처럼 속여 신규 임차인을 모집해 10명으로부터 11억4000만원을 빼돌렸다.

당초 경찰로부터 사기 사건 3건을 송치받아 수사에 나선 검찰은 직접 보완수사를 거쳐 2년6개월 만에 A씨 등에 속은 피해자가 263명, 피해 규모 73억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박주성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는 “피고인들은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무주택 서민 내 집 마련 자금을 빼돌렸을 뿐 아니라 국민 혈세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에 큰 피해를 줬다”며 “보증사고가 난 경우 HUG가 해당 지역 임차인들에게만 보증사고 사실을 통지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개선책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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