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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75만원에 변절했다…"中침공땐 항복" 서약한 대만 장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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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침공 시 항복하겠다고 서약서를 작성한 대만 육군 고위급 장교. 대만 자유시보 캡처

중국 침공 시 항복하겠다고 서약서를 작성한 대만 육군 고위급 장교. 대만 자유시보 캡처

대만 육군 고위급 장교가 중국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간첩 활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중앙통신사(CNA)·자유시보 등 현지 매체들이 22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해당 장교는 전쟁시 투항하겠다는 서약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에 따르면 육군 보병훈련지휘부의 작전연구개발실 주임연구관인 샹더언 상교(대령급)가 2019년부터 중국 측에서 매달 4만 대만달러(약 175만원)를 받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지난 4년간 간첩 활동 대가로 받은 돈은 총 56만 대만달러(약 2440만원)에 달한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장교는 원래 개인 사정으로 군에서 제대할 생각을 하던 와중에, 퇴역한 대만군 장교 샤오웨이창에 포섭돼 스파이 활동을 하며 거듭 진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당 장교는 지난 2020년 1월 군복을 입은 채로 중국과의 전쟁이 개시되면 중국에 항복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쓴 뒤 이를 사진으로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서약서엔 "샹더언은 (대만) 해협 양측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하고 조국(중국)에 충성할 것을 맹세한다.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평화통일의 영광스러운 사명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돼있다.

대만 검찰은 해당 장교에게 국가보안법·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최소 징역 12년형을 구형할 방침이다. 아울러 검찰은 샤오웨이창과 내통한 대만군 장교가 샹더언 이외에도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샹더언은 체포된 후 서약서 문제와 관련, "나만 서명한 게 아니다. 다른 장교들도 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창처핑 대만 국방차장(차관)이 간첩 혐의로 기소된 뒤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을 언급하며 "대만이 중국의 스파이 공작 위험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대만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대만군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침투와 정보 수집 활동 등이 얼마나 심각한 위협인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장교에서 사병까지 철저한 방첩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대만 군인들에 공작한 중국 측 기관이나 인물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자 "외교 문제가 아니다"며 논평을 피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펠로시 방문 이후 대만섬을 포위하는 대규모 실사격 훈련을 하고, 군용기를 대만해협 중간선과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키는 등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대만과의 무력 통일 방안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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