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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데뷔 25+1주년 기념 앨범 낸 전방위 음악인 양방언

중앙일보

입력

다음달 3, 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솔로 데뷔 '25+1주년' 기념 공연을 여는 재일교포 2세 음악인 양방언.  사진 엔돌프뮤직

다음달 3, 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솔로 데뷔 '25+1주년' 기념 공연을 여는 재일교포 2세 음악인 양방언. 사진 엔돌프뮤직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음악인’. 양방언(62)을 가리키는 말이다.
제주가 고향인 아버지와 신의주 출신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재일교포 2세다. 5세 때부터 도쿄 음악예대 교수에게 정식으로 피아노를 배웠고 중고교 시절 비틀스 등 록음악에 매료됐다. 아버지와 형들이 모두 의사인 가풍에 따라 일본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마취과 의사로 일했다.
의대 재학시절부터 건반을 연주한 그는 의사로 1년 근무한 뒤 작곡가 및 사운드 프로듀서로 활동을 시작했다. 양방언은 만능 세션맨이었다. 피아노・신시사이저・만돌린・하프를 비롯해서 20여종의 키보드를 자유자재로 다뤘다. 일본 싱어송라이터 하마다 쇼고의 레코딩 작업에 참여하는 것을 시작으로 음악계에 발을 들였다.
청룽(成龍·성룡)의 영화 '데드 히트(썬더볼트)'의 사운드트랙 및 홍콩 드라마 ‘정무문’, NHK TV 애니메이션 ‘십이국기’ 사운드트랙을 직접 작곡・제작하며 커리어를 쌓아갔다.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밴드 '비욘드'의 프로듀서를 담당하기도 했다.

영화·게임 음악 등 모든 장르 아우르는 재일교포2세 음악인 #코로나 벗어난 경쾌한 마음 담은 머릿곡 ‘Steppin’ Out’ 등 #다음달 3,4일 국립극장서 콘서트 개최, 바이닐 세트도 발매

다음달 3, 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솔로 데뷔 '25+1주년' 기념 공연을 여는 재일교포 2세 음악인 양방언.  사진 엔돌프뮤직

다음달 3, 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솔로 데뷔 '25+1주년' 기념 공연을 여는 재일교포 2세 음악인 양방언. 사진 엔돌프뮤직

장르를 정의내릴 수 없는 다른 음악인들처럼 양방언의 음악 역시 뉴에이지 음악으로도 분류된다. 커다란 스케일 면에서 유키 구라모토나 조지 윈스턴 보다는 차라리 야니의 음악에 가까운 대륙적 뉴에이지 음악을 만들어 내는 아티스트라는 평가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음악감독, 국립극장 여우락페스티벌과 제주판타지 예술감독 등 다양한 행사에서 활약한 전력은 그의 음악의 특징인 큰 스케일과 관련 있다.

양방언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주제곡인 '프런티어!(Frontier!)'와 아버지의 고향 제주도를 그리는 '프린스 오브 제주(Prince of Jeju)'같은 작품으로 한국인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표현했다. 임권택 감독 영화 ‘천년학’의 OST를 담당했고, 엔씨소프트의 온라인 게임 ‘아이온’과 이성강 감독의 애니메이션 ‘천년여우 여우비’ 등의 음악도 맡았다.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귀족과 메이드의 로맨스를 그린 일본 애니메이션 ‘엠마’의 음악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기시감 있는 풍경 같은 음악에서 19세기 말 빅토리아 시대의 공기가 전해졌다. 절묘하고, 슬프면서 정이 넘치는 양방언의 음악은 ‘엠마’를 살아 움직이게 했다. KBS 다큐멘터리 ‘차마고도’에 등장했던 양방언의 음악은 HDTV의 장엄한 풍경에 더없이 어울렸다. 양방언의 음악은 환경과 자연을 표현한다. 도심의 삭막한 콘크리트 속에서 휴식할 공간을 마련해준다.

다음달 3, 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솔로 데뷔 '25+1주년' 기념 공연을 여는 재일교포 2세 음악인 양방언.  사진 엔돌프뮤직

다음달 3, 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솔로 데뷔 '25+1주년' 기념 공연을 여는 재일교포 2세 음악인 양방언. 사진 엔돌프뮤직

1996년 1집 '더 게이트 오브 드림스(The Gate of Dreams)' 이후로 양방언의 정규 앨범들은 다음과 같다. 1998년 2집 ‘인투 더 라이트(Into The Light)’, 1999년 3집 ‘온리 헤븐 노우스(Only Heaven Knows)’, 2001년 4집 ‘파노라마(Pan-O-Rama)’, 2004년 5집 ‘에코우즈(Echoes)’, 2009년 6집 ‘타임리스 스토리(Timeless Story)’, 2015년 7집 ‘엠브레이스(Embrace)’까지다. 이 외에 다양한 싱글과 모음집, 베스트 앨범 등이 발매됐다.

1996년 데뷔했으니 작년 2021년이 솔로 데뷔 25주년이다. 25주년 기념앨범으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라이브 음원을 모은 ‘라이트(Light)’와, 미발표곡을 포함한 영상작품 음원에 오리지널 신작을 더한 ‘섀도우(Shadow)’를 합해 2장 짜리 앨범인 ‘라이트 & 섀도우(Light & Shadow)’를 작년에 발매했지만 기념 콘서트는 코로나19로 무산됐다. 올해를 ‘25+1주년’으로 표현하는 이유다.

양방언이 기념 EP(Extended Play의 약자로 LP보다 짧은 수록시간의 음반을 의미. 앨범과 싱글의 중간) ‘네오 유토피아(Neo Utopia)’를 21일 발매했다. 총 4곡으로 구성된 ‘네오 유토피아’의 첫곡은 '스테핑 아웃(Steppin' Out)'이다. 코로나로부터 벗어나 경쾌하고 즐겁게 스텝을 밟으며 바깥세상으로 나아가는 장면을 그렸다. 일본의 천재 여성드러머 가와구치 센리와 퓨전재즈 그룹 카시오페아 출신 베이시스트 사쿠라이 테츠오의 탄탄한 리듬 섹션이 양방언의 청량감 있는 건반과 잘 어우러진다. 리드미컬한 음악 속에 미세먼지 하나 없이 맑은 날의 깨끗한 풍경이 떠오른다.

지난 21일 발매된 양방언의 EP앨범 '네오 유토피아(Neo Utopia)'의 음반재킷.  사진 엔돌프뮤직

지난 21일 발매된 양방언의 EP앨범 '네오 유토피아(Neo Utopia)'의 음반재킷. 사진 엔돌프뮤직

이어지는 ‘포-리프 다이어리(Four-leaf Diary)’는 잔잔하면서도 긍정적이고 역동적이다. 귀중하고 따뜻한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짓게 된다. 두 곡 모두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강이채가 협연하며 자유로운 즉흥성을 더했다.

세 번째 곡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주제곡 ‘프런티어!(Frontier!)’다. 태평소 소리가 파스텔 톤의 악기들과 어우러진다. 새롭게 녹음한 25주년 기념 음원 ‘프런티어!(Frontier!)’와 네 번째 곡 ‘에코우즈(Echoes, 20주년 버전)’는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새롭게 마스터링해서 담았다.

양방언의 솔로 데뷔 25주년 아날로그 바이닐 세트도 발매를 앞두고 있다. LP 3장과 싱글 1장으로 구성된 세트다. LP에는 스튜디오, 영화음악, 라이브 작업물들이 각각 담긴다. 싱글 앞면에는 ‘프런티어!(Frontier!)’, 뒷면에는 ‘에코우즈(Echoes)’가 수록됐다.

다음달 3일과 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솔로 데뷔 25+1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 ‘양방언 NEO UTOPIA 2022’가 펼쳐진다. 가와구치 센리, 사쿠라이 테츠오와 국카스텐의 하현우 등이 양방언의 25+1주년을 축하한다.

류태형 객원기자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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