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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줄인다던 안전운임 반전…정부, 화물연대에 맞선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뉴스분석] 

 화물연대는 24일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화물연대는 24일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교통사고 8% 늘고, 사망자는 42.9% 급증.'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영구시행과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24일부터 전면적인 집단운송거부(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는 안전운임 일몰 3년 연장은 가능하지만 다른 요구안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 등을 막기 위해 화물 차주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그보다 적은 돈을 지불하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로 3년 한시로 2020년부터 적용돼 올해 말 종료 예정이다.

 일부에서 화물연대의 파업 규모가 6월보다 더 클 거라며 극심한 물류대란을 전망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화물연대의 요구에 난색인 이유는 바로 안전운임의 교통개선효과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시행 전인 2019년과 시행 2년 차인 2021년의 교통사고 현황을 비교한 결과, 견인형 화물차의 교통사고는 2019년 690건에서 지난해는 745건으로 8.0% 증가했다.

 안전운임 했는데 사고, 사망자 증가  

 특히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9년 21명에서 지난해는 30명으로 42.9%나 치솟았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가 각각 11.5%와 12.9%씩 감소한 흐름과는 반대다.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인 컨테이너와 시멘트 벌크 트레일러(BCT) 차량은 전체 견인형 화물차(3만 5000대)의 78%인 2만 7500대를 차지하고 있다.

 박진홍 국토부 물류산업과장은 "경찰청의 사고 통계를 받아서 분석한 내용"이라며 "컨테이너와 BCT만 별도 구분이 안 돼 견인형 화물차 전체를 대상으로 했지만 두 차량이 거의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유의미한 수치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당초 제도 도입의 목적인 교통안전개선 효과가 불분명한 데다 오히려 사고와 사망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안전운임제를 계속 지속시킬 명분도 약화된 것이다.

 물론 화물연대 측은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시멘트 품목 과적 경험이 30%에서 10%로 줄고, 12시간 이상 장시간 운행 비율도 크게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노동위험 지수가 낮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화물연대의 파업 현장. 뉴스1

지난 6월 화물연대의 파업 현장. 뉴스1

화주단체 "시장경제 역행" 폐지 요구  

 그러나 사고와 사망자 수가 거꾸로 늘어난 상황이라 안전개선 효과를 내세우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안전운임제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고 운송비 부담만 증가시킨다"며 즉각 폐지를 주장하는 화주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여당은 안전운임 일몰을 3년 연장하고, 이 기간에 교통안전 개선효과를 추가로 검증해보자는 입장이다. 기존 운영기간과 합쳐서 총 5~6년간의 시행 효과를 따져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올 수 있을 거란 얘기다.

 사실 안전운임의 교통안전개선 효과는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때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연구'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을 비교했을 때 교통사고는 소폭(2.3%) 감소했지만, 사망자 수는 19% 증가했기 때문이다.

 자료 한국교통연구원

자료 한국교통연구원

 안전운임의 안전개선 효과에 대한 평가도 화물차주와 운송사, 화주가 서로 크게 엇갈렸다. 컨테이너 품목의 경우 안전운행 개선 영향 관련 질문에 화물차주의 66%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반면 운수사와 화주는 부정적이라는 반응이 높았다.

 과속 개선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차주와 운수사, 화주 모두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긍정적이라는 답변보다 많았다. 시멘트 품목도 안전운임제가 과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이 높았지만, 과속 개선 효과는 차주, 운수사, 화주 모두 부정적 평가가 우세했다.

 화물차주, 수입 늘고 근로시간 줄어  

 자료 한국교통연구원

자료 한국교통연구원

 그런데도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영구시행과 품목확대를 주장하는 큰 이유는 바로 수입 증대 효과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교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컨테이너 차주는 2019년 월 300만원이던 수입이 2020년에는 373만원으로 24.3% 증가했다.

 특히 시멘트 차주는 월 201만원에서 424만원으로 111%나 상승했다. 월평균 업무시간 역시 컨테이너 차주는 2019년 292.1시간에서 2020년엔 276.5시간으로 5.3%가 단축됐다. 시멘트 차주 역시 375.8시간에서 333.2시간으로 11.3%가 줄었다.

 안전운임 덕에 수입은 늘고 근로시간은 감소했으니 화물차주로서는 만족도가 높은 게 당연하다. 당시 연구를 맡았던 이태형 교통연구원 물류연구본부장도 “안전운임이 수입 증가와 근로시간 단축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2일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가 22일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처럼 정부와 화물연대, 화주단체 등의 성과 평가와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이렇다 할 결론을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공은 국회로 넘겨져 안전운임제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이해 당사자 간에 어느 정도 합의점이 도출돼야 법안 처리가 가능할 전망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안전운임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보다 정교한 분석이 요구된다"며 "차제에 모호한 안전운임 대신 본질에 맞게 명칭을 표준운임 또는 최저운임이라고 바꾸고 이에 맞는 논의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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