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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 이끌 뻔 했다…메시 잡은 사우디 감독 '깜짝 인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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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베 르나르 사우디아라비아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에르베 르나르 사우디아라비아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무너뜨렸다. 사우디를 이끈 에르베 르나르(54·프랑스) 감독이 한국 지휘봉을 잡을 뻔 했던 사실도 새삼 화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2일(한국시각)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C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를 2-1로 이겼다.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맞아 선제골을 내준 사우디아라비아는 후반에만 두 골을 몰아치며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일으켰다. 아르헨티나의 A매치 36경기 연속 무패 행진도 끝났다. 사우디는 국왕령으로 11월 23일을 임시공휴일로 제정했다.

사우디의 승리는 행운이 아니었다. 리오넬 메시에게 페널티킥을 내준 사우디아라비아는 여러 차례 아르헨티나의 롱패스에 후방 공간을 내줬다. 그러나 수비진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오프사이드를 이끌어냈다. 이번 대회 도입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시스템 덕을 톡톡히 봤다.

센터 서클까지 끌어올린 수비진은 완벽하게 상대를 압박했다. 슈팅수는 고작 3번에 그쳤지만, 그 중 2개를 골로 연결했다. 2019년 7월 부임한 뒤 압박을 강조한 르나르 감독의 전략이 통했다. 르나르 감독은 "전반엔 상대 공을 잘 차단했지만, 상대에 대한 프레싱이 부족했다. 후반엔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사우디 선수들과 함께 르나르 감독도 재조명받고 있다. 르나르는 현역 시절 평범한 선수였다. 수비수였던 그는 1983년 프랑스 AS 칸에서 입단했으나 한 번도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못했고, 서른 살에 은퇴했다. 무명 선수였던 그는 지도자 초기에도 주목받지 못했다. 하부리그 팀에서 감독과 코치를 지냈다.

르나르에게 기회의 땅은 아프리카였다. 2007년 가나 대표팀 코치를 시작으로 2009년 잠비아, 2010년 앙골라를 이끌었다. 2012년엔 앙골라로 돌아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을 이끌면서 명장으로 인정받았다.

프랑스 클럽팀을 지도하기도 했지만, 르나르 감독은 대표팀에서 계속해서 성과를 냈다. 2015년 코트디부아르에서 또다시 네이션스컵 우승을 차지했고,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선 모로코의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아르헨티나를 꺾은 뒤 기뻐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를 꺾은 뒤 기뻐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 AP=연합뉴스

러시아월드컵 이후 르나르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맡을 뻔 했다. 신태용 감독이 물러난 뒤, 대한축구협회는 르나르 감독을 후보로 선정했다. 르나르 감독은 2010년과 2017년 한국과 두 차례 가진 평가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르나르 감독은 한국 대표팀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모로코축구협회와 계약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김판곤 당시 기술위원장이 면접까지 했지만, 위약금 등 여러 가지 문제가 겹쳤다. 결국 한국은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했다.

르나르 감독은 2019년 네이션스컵에서 16강 탈락한 뒤 자진사퇴했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을 맡았다. 사우디는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일본을 제치고 B조 1위를 차지했다.

사우디는 본선에선 아시아 팀 최초로 아르헨티나를 격파했다. 르나르 감독은 "축구에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영원히 남을 이야기를 만들었다"며 기뻐하면서도 "아직 2경기가 남았다"며 16강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사우디는 26일 밤 10시 폴란드와 2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를 이기면 2경기 만에 16강행을 확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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