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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 NO, 배민 쓰세요" 월드컵 대목에 라이더 파업 왜 [팩플]

중앙일보

입력

배달 라이더들이 카타르 월드컵 첫 ‘프라임 타임’ 대목을 앞두고 ‘쿠팡이츠 보이콧’을 선언했다. 오는 24일 열리는 한국 대 우루과이 대표팀 경기(오후 10시 시작) 전후로 쿠팡이츠를 통해 들어오는 배달 콜은 라이더들이 받지 않겠다는 얘기다. 최근 배달포장료 논란에 이어, 배달료 갈등 2막이 오른 것일까.

민주노총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쿠팡이츠 본사 앞에서 열린 파업행진 전 결의대회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쿠팡이츠 본사 앞에서 열린 파업행진 전 결의대회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무슨 일이야  

라이더유니온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로 구성된 ‘쿠팡이츠 공동교섭단’(이하 교섭단) 관계자는 22일 “24일 우루과이전 쿠팡이츠 배달 거부 형식의 파업을 하기로 했다”며 “(배달 앱 이용자들은)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등을 쓰시길 권한다”고 말했다. 교섭단은 지난 14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거친 뒤 이번 파업을 결정했다. “쿠팡이츠가 기본배달료를 일방적으로 삭감하고 단체교섭에 불성실하게 임한다”는 게 이들의 보이콧 이유. 쿠팡이츠는 지난해 라이더 기본배달료를 건당 3100원에서 2500원으로 낮추고, 배달 거리당 할증률을 높였다. 기본료는 낮추되, 원거리 배달 시 라이더 수익이 늘어나도록 설계한 것.

라이더들 요구는   

교섭단은 기본료를 다시 3000원대로 올려달라고 요구한다. 또 한시적 인센티브 성격인 ‘프로모션’ 비중을 줄이고 기본 배달료를 높여 라이더들의 안정적인 소득 체계를 쿠팡이츠가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쿠팡이 주장하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할증이 붙는 체계’를 라이더, 자영업자, 소비자에게도 충분히 알려 라이더 배달수입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상설협의체 설립, 보험료와 명절 상여금 등 복리후생 문제,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되는 노동조건에 대한 쿠팡이츠의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교섭단은 “지난해 9월 노사 기본협약서 체결 이후 24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쿠팡이츠 측이 주요 쟁점 안에 대한 어떠한 안도 내놓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게 왜 중요해  

① 코로나 특수 끝났는데, 배달료 인상?
코로나 특수로 급성장한 배달 시장은 올해 들어 조정기에 접어 들었다. 엔데믹으로 음식배달 수요가 줄며 업계의 성장판이 어느 정도 닫힌 것. 지난 10월 기준 배민·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 앱 3사의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총 3023만명으로 1년 전 3391만명 대비 10% 가량 줄었다. 특히, 이 기간동안 쿠팡이츠 앱 MAU는 545만명에 364만명으로 33% 감소해 3사 중 엔데믹 타격을 가장 많이 입었다.

반면, 코로나 기간 중 택시·건설 업계에서 배달로 뛰어든 라이더들은 여전히 코로나 이전보다 많은 15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에 따르면 소화물전문운송업 종사 배달원 수는 2017년 10만 287명에서 지난해 4월 19만5032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배달 시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3위인 쿠팡이츠는 배달료 인상에 소극적이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배달비 인상은 고객뿐 아니라 자영업자인 음식점주에게도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쿠팡이츠는 매출과 적자 규모를 공개하지 않지만, 배달 앱 1위인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지난해 연결 매출(거래액)은 2조원을 넘겼음에도 영업적자 757억원을 기록했다. 쿠팡이츠 역시 라이더 기본배달료를 인상할 경우, 기본 비용이 늘어나 수익성 개선에선 더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배달료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② 1등 배민이 쏘아올린 공
2020년 10월 배민의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은 민주노총 산하 배달플랫폼노조와 배달 중개수수료 면제와 복지 확대 등 내용을 담은 단체협약을 플랫폼 업계 최초로 체결했다. 이전까지는 플랫폼 종사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교섭을 요구해도 기업이 거부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라이더들이 여러 플랫폼에서 일감을 받기 때문에 전속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우아한청년들은 법적으로 사용자인지 아닌지 다투지 않고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배민의 사례를 경험한 라이더들은 쿠팡이츠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교섭을 요구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민이 선제적으로 교섭해 비용을 감수한 건 압도적 시장 지배율을 갖고 있어 여유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반면 쿠팡이츠는 적자, 이용자 감소 등으로 그럴만한 여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는

쿠팡이츠는 기본배달료 인상은 물론 라이더들의 다른 요구에도 소극적인 분위기다. 양측의 이견은 24일 월드컵 첫 경기까지 좁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라이더들이 24일 오후 쿠팡이츠 콜을 받지 않는다면, 배민이나 요기요 등에 주문이 몰려 이들 업체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보인다.

추후 배달 앱 시장 개편에 속도가 날지도 지켜볼 일. 성장 속도가 계속 더뎌진다면 라이더 확보 경쟁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특수 기간엔 배달 앱이 라이더들에게 건당 2만원대의 프로모션비를 지급하기도 했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줄었다. 동시에 플랫폼 종사자 보호와 입법 관련 논의도 계속되는 중이다. 22일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플랫폼종사자, 프리랜서, 특수형태 근로자 등에 관한 보호 내용을 담은 ‘일하는 사람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프리랜서 속성을 갖는 플랫폼노동자 관련 입법 흠결로 발생하는 갈등이다. 고용환경은 변하는데 집단적 노사관계 틀은 과거 모습 그대로다. 현장에 맞는 법과 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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