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겨눈 여권 ‘말폭탄’ 공격…오세훈 TBS 대응과 다른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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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박대출 의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박성중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9월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보도와 관련해 항의하는 모습.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박대출 의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박성중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9월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보도와 관련해 항의하는 모습.국회사진기자단

여권과 MBC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당시 MBC의 비속어 논란 보도로 시작된 갈등은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배제와 도어스테핑 중단으로 이어지며 끝날 기미가 없다.

대통령실이 칼을 빼 들자 국민의힘도 팔을 걷어붙였다. 당 지도부는 물론 당권 주자, 중진·초선 의원 가릴 것 없이 MBC에 맹공을 퍼부었다. 논평이나 메시지를 관리하는 여당 관계자들 사이에서 “MBC 논란 덕분에 소재 걱정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대통령실에 여당까지 “언론의 수치” 맹공하는 이유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정치권과 언론의 갈등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MBC를 둘러싼 충돌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대통령실 관계자, 여당까지 한꺼번에 나서서 총공세를 펴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여권이 작심한 듯 MBC를 때리는 것을 두고 당내에서는 “즉흥적 공격이 아닌 정치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난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당 외부에 확실한 ‘적’을 만들어 지지층을 결집하고, ‘왜곡 보도’나 ‘가짜 뉴스’ 이슈를 부각해 정부·여당 기조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 친윤계 의원은 “지역구에서 지지층을 만나면 ‘MBC가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불만이 상당하다”며 “왜곡 보도에 저자세로 방어만 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대립각을 세우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언론 비판이나 지적에 대해선 얼마든지 수용하고 논쟁도 할 수 있지만, MBC 보도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악의가 담겨 있어 차원이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與 일각 “졸지에 MBC 투사 만들어버린 하책” 지적도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이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이 끝난 후 MBC 기자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이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이 끝난 후 MBC 기자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정교하지 못한 둔탁한 대응”(여권 관계자)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중진 의원을 지낸 여권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MBC가 정권의 비리를 파헤치는 송곳 보도를 한 것도 아닌데 졸지에 MBC를 ‘탄압받는 투사’처럼 띄워주는 하책 중의 하책”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MBC에 대한 여권의 대응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TBS 대응을 비교하기도 한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으로 대변되는 TBS의 편향성 논란은 하루 이틀이 아니고, 오 시장과 충돌하는 일도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 여권이 ‘말 폭탄 전쟁’을 펴는 것과 달리 오 시장은 일종의 무시 전략으로 장기전을 벌인 게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TBS와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왔다. 뉴스공장이 일명 ‘생태탕 논란’으로 오 시장을 공격하면서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오 시장이나 서울시가 TBS 문제를 최우선으로 부각해 전면전을 펼쳤다고 보긴 어려웠다. 서울시 관계자는 “감정적 말다툼만 이어지면 TBS의 편향성 같은 본질이 오히려 정치적 논쟁에 묻힐 수 있어 오 시장이 최대한 말을 아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는 사이 여당은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회 과반을 확보했고, 15일 TBS에 대한 서울시의 예산 지원을 끊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오 시장이 조례안에 최종 사인하면 예산 지원은 2024년부터 전면 중단된다. TBS 노조 측은 “시의회가 나서서 한 방송사를 없애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고 반발했고, 오 시장은 18일 “원칙을 지키기 위해 무한히 노력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15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 등 안건에 대한 회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 등 안건에 대한 회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MBC와 TBS에는 근본적인 구조적 차이가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MBC 경영진이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에는 현 야권 성향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전체 예산의 70%가량을 서울시 지원에 의존하는 TBS와 MBC의 상황도 다르다”고 말했다. MBC에 대해선 직접 손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당 일각에서는 MBC와 지루한 충돌을 이어가기보다는 출구전략을 찾을 때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여권 인사는 “지금 MBC와 싸울 때가 아니라 코너에 몰린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대립각을 더 선명하게 세우는 게 여권에 이득”이라며 “언론 보도 문제는 결국 대통령 지지율이 점차 반등하고 국정 운영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국민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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