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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5개월 만에 또 파업, 물류 멈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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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5개월 만에 다시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한다. 22일 국토교통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 시행 등을 요구하며 오는 24일 0시부터 집단 운송거부에 나선다.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 등을 막기 위해 화물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그보다 적은 돈을 지불하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화물연대가 또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한 이유는 2020년부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안전운임제가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일몰제를 폐지하고, 안전운임제를 영구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 또 현재 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로 제한된 안전운임제 대상을 철강재·자동차·위험물·사료·곡물·택배 등으로 확대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도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 철도노조와 건설노조 파업을 계기로 24일 0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22일 밝혔다. 그러나 현대·기아자동차 등 주력 부대 대부분은 임금·단체협상을 이미 타결해 파업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화물연대 “안전운임제 영구시행을”… 화주단체는 폐지 요구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및 개혁입법 쟁취 등을 촉구하는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 철도노조와 건설노조 파업을 계기로 24일 0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뉴시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및 개혁입법 쟁취 등을 촉구하는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 철도노조와 건설노조 파업을 계기로 24일 0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뉴시스]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모든 사업장이 참여하는 ‘총파업’ 대신 이들 조직에 대한 지원 형태로 전개될 전망이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국회에서 논의하기로 하며 국토교통부와 합의했으나 국토부가 입장을 바꿨단 주장이다. 화물연대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6월 총파업을 8일 만에 중단한 것은 국회에서 안전운임제 개정안을 최우선으로 다루겠다는 약속 때문이었다”며 “이후 관련 법안이 발의됐는데, 아무런 진전 없이 시간만 지체하다 종료됐다. 다음 달 31일 안전운임제 일몰을 앞둔 상황에서 더는 인내할 수 없어 총파업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본다. 지난 6월 합의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은 영구 시행이 아니라 적용 기간을 추가 연장하는 한시적 시행이라는 것이다.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 요구 역시 수용하기 힘들다. 안전운임제 적용으로 화물 운임이 10~20% 올랐는데, 여기에 대상 품목까지 확대하면 영세 화주(화물 운송을 위탁하는 사람) 위주로 타격을 받고, 전체 물류비도 급증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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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보장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6월 때보다 파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고환율·고금리·고물가에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시작된 상황에서 물류난 우려까지 겹치면서다. 철강·화학·자동차·중공업 등은 재료·부품 등이 적시에 공급돼야 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셧다운까지 이어질 수 있다.

화주단체의 불만도 크다. 안전운임제가 시장경제의 원리에 맞지 않고, 화주와 운수사 간 자유로운 계약을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최근 ‘수출기업 금융애로 현안 점검 간담회’에서 “교통안전 효과도 불분명하고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안전운임제는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파업에선 화물열차 또한 멈춰설 가능성이 커 피해를 더 키울 것으로 예상한다. 전국철도노조는 화물연대 총파업이 시작되는 24일부터 준법투쟁을 하고, 다음 달 2일부터는 총파업할 예정이다. 준법투쟁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안전 수칙과 규정을 모두 지켜 근로하는 쟁의 행위다. 이러면 수송량은 절반가량 줄어든다. 실제 지난달 철도노조 준법투쟁 때 부산에서 평균 15대 운행되던 화물열차가 7대만 운행됐다.

올해 철도 직무 도중 근로자 4명이 사망했음에도 1200여 명 규모의 정원 감축을 감행하는 정부가 철도 민영화까지 추진하는 것을 막겠다는 게 이번 파업의 이유다. 이들은 지난 수개월간 대화와 교섭을 시도했지만 정부와 철도공사 측이 제대로 임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은 “안전운임제 연장 관련 입법 절차가 적기에 진행되도록 국회와 적극 노력할 계획이니 화물연대는 운송 거부를 철회해 주길 당부드린다”며 “정부는 합리적 의견을 경청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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