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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딩 테스트 끝낸 손의 투혼, 기적은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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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손흥민이 22일(한국시간) 카타르 현지 대표팀 훈련에서 부상 후 처음으로 헤딩 훈련을 하고 있다. 눈 주위 뼈를 다친 그가 다시 머리에 공을 댄 건 반가운 장면이다. [AFP=연합뉴스]

손흥민이 22일(한국시간) 카타르 현지 대표팀 훈련에서 부상 후 처음으로 헤딩 훈련을 하고 있다. 눈 주위 뼈를 다친 그가 다시 머리에 공을 댄 건 반가운 장면이다. [AFP=연합뉴스]

2022 카타르월드컵에 출전한 손흥민(30·토트넘)이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21일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모델인 맥주 광고 영상을 올리며 “준비는 끝났다. 내 가장 큰 꿈을 좇을 시간이다(Preparation is over. Time to chase my biggest dream)”고 적었다. 더구나 이날 훈련에서는 헤딩 장면까지 포착돼 부상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손흥민은 이날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된 대표팀 훈련에서 부상 후 처음으로 헤딩 연습을 했다. 미드필더 손준호(산둥타이샨)와 마주 서 공을 주고받던 중 튀어 오른 공에 뒷머리를 살짝 갖다 댔다. 이후 트레이너가 던져주는 공에 머리를 몇 차례 갖다 대며 통증 등을 점검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헤딩은) 시험 삼아 해본 것으로 안다. 큰 의미는 부여하지 말라”고 손사래쳤지만 눈 주위 뼈를 다친 손흥민이 공에 머리를 댄 건 반가운 일이다.

손흥민은 지난 2일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 도중 상대 선수와 부딪혀 왼쪽 눈 주위 뼈 네 곳이 부러지는 부상(안와골절)을 당했다. 이틀 뒤 수술대에 올랐는데, 최소 3~4주의 절대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후 회복 속도는 기대 이상이다. 부상 이틀 만에 수술대에 올랐고, 다시 열흘 만인 지난 14일 마스크를 쓰고 팀 훈련에 참여했다. 손흥민도 “팀에서 훈련할 때 스프린트(단거리 질주)까지는 (통증 등)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도하에서 대표팀에 합류한 뒤 한 번도 훈련을 거르지 않았다. 그리고 수술 후 17일 만에 가볍게 헤딩을 할 만큼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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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을 지낸 정태석 스피크재활의학과 센터장은 “통상적으로 안와골절은 3주 이상 안정이 필요하지만, 회복 능력이 좋은 운동선수는 그보다 일찍 복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 중 안와골절 부상을 당한 벨기에 간판 공격수 케빈 더 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도 부상 후 18일 만에 개막한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손흥민의 회복 능력은 스포츠 재활의학이 발달한 유럽에서도 화제다. 그는 2017년 6월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경기 도중 상대 선수와 공중볼을 경합하다가 떨어졌고, 오른쪽 전완골(팔뚝뼈)이 부러져 수술을 받았다. 회복까지 12주가 필요하다는 예상이 나왔지만, 두 달(8주) 만에 거짓말처럼 복귀했다. 2020년 2월에도 토트넘에서 경기 도중 같은 부위가 다시 부러져 재접합 수술을 받았다. 이때도 놀라운 회복세를 보이며 두 달 뒤 기초군사훈련을 마쳤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손흥민이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있다.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손흥민이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있다.연합뉴스

부상 근육의 회복 속도도 남다르다. 독일 함부르크 시절인 2011년 착지 과정에서 오른쪽 발목 인대가 파열돼 4주 진단을 받았는데, 2주 만에 팀 훈련에 복귀했다. 2020년 9월에는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을 다쳐 최소 3주 결장 전망이 나왔지만 일주일 만에 복귀했다. 정 센터장은 “중요한 게 심리적 요인이다. ‘같은 부상이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경기에 온전히 집중하는 능력을 멘털 터프니스(mental toughness)라 부르는데, 손흥민의 경우 이 부분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오는 24일 오후 10시 카타르 알라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우루과이와 H조 1차전을 치른다. 일각에서는 “선수 보호를 위해 출전을 자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 센터장은 “안와골절로 재활 중인 선수는 복시(이중으로 보이는 현상)나 통증만 없다면 3주 정도 지난 시점에는 경기 출전이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출전 가능’과 ‘최고 컨디션 회복’은 엄연히 다르다. 출전할지, 얼마나 뛸지는 선수와 감독이 냉정히 판단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손흥민 안와골절 부상 회복 일지

11월2일 - 경기 중 상대 선수와 충돌해 안면부 4곳 골절
2일차(11월4일) - 수술(최소 3~4주 절대 안정 진단)
12일차(11월14일) - 마스크 쓰고 토트넘 팀 훈련 참가(스프린트까지 소화)
14일차(11월16일) - 축구대표팀 카타르 베이스캠프 합류(당일부터 훈련)
19일차(11월21일) - 첫 헤딩 훈련
22일차(11월24일) - 카타르월드컵 본선 첫 경기 우루과이전 출전?

손흥민 회복 일지

2011년 8월   오른 발목   인대 파열(4~6주) → 3주 뒤
2017년 9월   오른 팔뚝   골절(12주) → 8주 뒤
2020년 2월   오른 팔뚝   재골절(시즌아웃) → 2달 뒤 훈련소 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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