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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SLBM 도발 대비…미국, 핵잠수함 수시로 한반도 띄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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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9월 30일 한·미·일 대잠수함전 훈련에 참여한 미국의 핵잠수함인 애나폴리스함과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 [사진 해군]

지난 9월 30일 한·미·일 대잠수함전 훈련에 참여한 미국의 핵잠수함인 애나폴리스함과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 [사진 해군]

한·미·일이 핵 추진 잠수함을 동원해 동해 공해상에서 대잠수함전 훈련(지난 9월 30일)을 하기 직전 한·미 해군 잠수함 수뇌부가 미국령 괌에서 잠수함전 작전회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7차 핵실험과 공개가 임박한 신형 잠수함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 등에 대응해 연합 잠수함 전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 회의를 전후해 미국의 전략자산인 핵잠수함이 여러 차례 한반도 주변에 출몰했다. 앞으로 핵잠수함이 수시로 더 자주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이수열 해군 잠수함사령관(소장)이 지난 9월 28일부터 이틀간 괌의 미 해군 제7잠수함전단과 제15잠수함전대 등을 방문해 한·미 잠수함전 회의(SWCM)를 했다. 1994년부터 해마다 여는 정례 회의지만 이번 회의의 시점은 예년과 달랐다는 게 군 안팎의 해석이다.

당시엔 미 7함대 소속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76)’ 등 항모강습단 전력이 참가해 동해에서 한·미 해군의 연합훈련(9월 26~29일)이 실시되고 있었고, 이 훈련 다음 날엔 로스앤젤레스급 공격형 핵잠수함 ‘애나폴리스함(SSN 760)’을 동원한 한·미·일 대잠전 훈련도 예고돼 있었다.

그런데 북한은 예년과 달리 미 전략자산이 모여 있는 동해를 향해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는 등 위협 강도를 낮추지 않았다. 게다가 훈련 전날인 지난 9월 25일엔 평안북도 태천군의 저수지에서 SLBM을 쏘는 등 신종 무기도 선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한·미 정보자산의 탐지를 피하기 위해 여러 저수지에 저런 시설을 갖춰 유지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며 “북한의 실제 목표는 여러 발의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을 완성하고, 종국엔 핵잠수함까지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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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은 최근 신포조선소에서 북한의 신형 잠수함 진수 관련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 군 당국은 3000t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북한 SLBM 탑재 잠수함 동향을 주시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이번 한·미 잠수함전 회의에서 한·미가 미 해군 핵잠수함의 한반도 배치 시 지원과 호위 방안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 정상 간 합의된 확장억제 수단 중 하나인 핵잠수함의 수시 전개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의 전략자산 투사가 현실적인 억제 방안인데, 보이는 폭격기보다 보이지 않는 핵잠수함이 더 중요하다”며 “특히 전략 핵잠수함은 전술핵을 빠른 시간 내에 투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만큼 남북한은 물론 중국에도 강렬한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우주군은 22일 하와이에서 인도·태평양사령부 예하 인·태 우주군사령부를 창설했다. 중국과의 경쟁이 거세지는 데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고도화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양욱 부연구위원은 “인·태 우주군사령부는 적 미사일 탐지·추적 정보를 원활히 제공해 미국 미사일 방어(MD)망이 제대로 요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 임무”라며 “미국이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뿐 아니라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시험발사하는 등 미 본토 핵 공격 능력을 키우고 있는 북한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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