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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무더기로 쏜 10월…중국, 쌀 99억어치 보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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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이 무차별 도발을 이어갔던 지난 10월 한 달간 중국에서 쌀 수입량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대북제재 기류에 연일 거부권을 행사하는 동시에 북한에 대규모 식량 지원을 지속하면서 북한 도발의 ‘뒷배’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는 최근 공개한 자료에서 지난달 북·중 무역액이 1억5386만 달러(약 209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기 직전인 2020년 1월(1억9715만 달러, 약 267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북한의 수입품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쌀이다. 북한이 한 달간 중국에서 사들인 쌀은 1만6450t, 730만 달러(약 99억원)에 달했다. 이는 북한이 올해 들어 9월까지 수입한 쌀(1만900t, 565만9000달러)보다 많다. 월별 기준으로는 2019년 10월(779만 달러) 이후 3년 만에 최대 규모다.

봄철 가뭄과 여름 폭우, 코로나 봉쇄로 인한 비료 수급 문제 등으로 올해 최악의 작황 상황에 직면한 북한 입장에선 중국의 대규모 식량 지원은 김정은 정권을 지탱하게 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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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식량 부족은 북한 체제나 김정은 정권의 안정에 위험 요인인데, 중국의 식량 지원은 김정은 정권이 민생을 뒤로하고 무기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여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운행을 재개한 열차편을 통해 밀가루 등 식량을 러시아로부터 긴급하게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탈북자 출신의 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RFA에 “중국산 쌀과 러시아산 밀가루가 장마당 가격 하락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올해 농사가 안돼서 부족한 식량 해결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식량난에 직면한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중·러에서 반입되는 대량의 식량 지원은 북한 주민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북한 정권은 이를 토대로 식량과 자원의 교환을 핵심으로 한 한국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도 노골적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1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가 소집됐지만 회의 내내 한·미·일과 중·러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린 끝에 또다시 ‘빈손’으로 끝났다. 한·미·일은 중·러의 책임을 강조하며 적극적 동참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중·러의 어깃장에 한·미·일 3국을 포함한 14개국은 이날 안보리 회의장 밖에서 대북 규탄 성명을 발표하는 데 그쳐야 했다. 미국은 조만간 안보리 의장성명을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22일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담화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겨냥해 미국과 남조선이 분주히 벌여놓고 있는 위험성이 짙은 군사연습들과 과욕적인 무력 증강에 대해서는 한사코 외면하고 그에 대응한 우리의 불가침적인 자위권 행사를 거론한 것은 명백한 이중기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의 자위권은 절대로 다칠 수 없으며 반공화국 적대 행위에 집념하면 할수록 보다 치명적인 안보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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