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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줄었는데 빚은 늘었다, 가계에 무슨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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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가파른 금리 상승세에 올해 3분기 가계대출이 감소했다. 올해 1~3분기 누적으로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보다 3000억원 줄었다. 관련 통계 작성 뒤 처음으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진행됐다. 하지만 가계대출 감소액보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더 큰 폭으로 늘며 가계가 금융사에 진 빚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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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3분기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70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2조2000억원 늘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큰 규모다. 가계신용은 은행 등 금융사와 공적 금융기관에서 받은 가계대출과 카드 사용 금액(판매신용) 등을 포함한 가계 빚을 의미한다.

증가 폭은 대폭 둔화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가계신용 증가율은 1.4%(25조1000억원)로 역대 최소였다. 전년 동기 대비 가계신용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10.5%를 기록한 뒤 5분기 연속 줄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특히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3분기 기준 가계대출 잔액(1756조8000억원)은 전 분기 말보다 3000억원 줄었다. 지난 1분기(-8000억)에 이은 역대 두 번째 분기 기준 감소다. 가계대출은 지난 2분기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 폭이 커지며 8000억원이 늘었다.

대출 별로는 주담대 잔액(1007조9000억원)이 전 분기보다 6조5000억원 늘었다. 주택 거래는 줄고 있지만, 집단대출과 전세대출이 주담대 잔액을 끌어 올렸다. 다만 3분기 주담대 증가액은 2분기(8조7000억원)보다 줄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의 경우 빚을 새로 내기보다 갚는 이들이 더 많았다. 3분기 기타대출 잔액은 748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6조8000억원 줄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2%(24조5000억원) 감소했다. 증감액과 증감률 모두 역대 최소였다. 기타대출은 지난해 4분기 이후 매 분기 줄고 있다.

고금리가 이어지며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 말보다 3000억원 줄었다. 가계대출이 9월 말 기준으로 감소한 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가계신용 증가액은 7조7000억원으로, 신용카드 사태가 벌어진 2003년(-1조2000억원) 이후 가장 적다.

그동안 한국의 가계 빚은 저금리와 자산가격 상승 등이 맞물리며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해 1~3분기에만 가계대출은 111조4000억원 늘었고, 같은 기간 가계신용은 116조1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뛰는 금리로 가계의 빚 부담은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9월 연 3.18%에서 올해 9월 연 5.15%로 2%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 대출금리는 더 오를 수 있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정부가 주담대 규제를 풀고, 예금은행이 가계대출에 대한 대출 태도를 완화하는 건 증가 요인이지만, 대출 금리 상승세 지속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주요 대출 규제 유지는 증가세를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이 줄었는데도 가계 빚이 늘어난 건 신용카드 사용 등을 통한 소비 증가 때문이다. 3분기 판매신용 잔액(113조8000억원)은 전 분기 말보다 2조5000억원 늘었다. 1년 전보다는 13조2000억원 늘며 증가 폭으로는 역대 최대치였다. 전 분기 대비 민간소비 증감률은 지난 1분기 뒷걸음질(-0.5%)한 뒤 2분기(2.9%)와 3분기(1.9%) 계속 늘고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이 지나치게 높았던 만큼 가계대출이 주는 건 정상화로 가는 단계로 보인다”며 “집값 하락으로 주담대 등 수요가 줄고 4분기 이후부터 경기 둔화로 소비 동력이 약해질 경우 가계빚 증가세가 더 둔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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