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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충격패…메시의 황제 대관식, 사우디 매운 모래 뿌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르헨티나 간판스타 메시가 사우디아라비아전 도중 득점에 실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알다옌=김현동 기자

아르헨티나 간판스타 메시가 사우디아라비아전 도중 득점에 실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알다옌=김현동 기자

카타르월드컵 우승으로 축구 황제 대관식을 치르려던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의 여정이 첫 항해부터 암초를 만났다. 한 수 아래로 여긴 아시아의 복병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에 덜미를 잡히며 1패의 부담을 안은 채 잔여 일정을 치르게 됐다.

아르헨티나는 22일 카타르 알다옌의 루사일아이코닉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본선 C조 1차전에서 메시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앞서고도 후반에 잇달아 두 골을 내주며 사우디에 1-2로 역전패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19년 8월 브라질전 패배(0-2) 이후 줄곧 이어가던 A매치 연속 무패 행진을 36경기(25승11무)에서 멈췄다. 이탈리아(30승7무)를 뛰어넘어 이 부문 통산 최다 기록을 세울 절호의 기회였지만, 사우디에 덜미를 잡히며 무산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도사리(왼쪽 두 번째)가 후반 13분 두 번째 골을 터뜨린 직후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도사리(왼쪽 두 번째)가 후반 13분 두 번째 골을 터뜨린 직후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먼저 웃은 쪽은 아르헨티나였다. 간판 스타 메시가 전반 10분 만에 자신의 대회 첫 골을 터뜨렸다. 앞서 맞이한 코너킥 찬스에서 상대 수비수의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 찬스에 키커로 나섰다. 페널티 스폿에서 차분히 정면을 응시하던 메시는 상대 골키퍼의 움직임을 읽은 뒤 힘을 뺀 왼발 슈팅으로 손쉽게 마무리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의 득점으로 잡은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 했다. 후반 초반 사우디의 벼락 같은 카운터어택에 흔들리다 내리 2실점했다. 후반 3분 살레흐 알 셰흐리에게 동점골을 내줬고, 5분 뒤 살렘 알도사리에게 역전골까지 허용했다.

거함 아르헨티나를 꺾은 뒤 환호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 알다옌=김현동 기자

거함 아르헨티나를 꺾은 뒤 환호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 알다옌=김현동 기자

많은 전문가와 베팅업체가 이번 대회 최약체로 지목한 사우디는 첫 경기부터 ‘자이언트 킬링(giant-killing·상대적 약자가 강자를 쓰러뜨리는 것)’을 이뤄내며 존재감을 뽐냈다. 현장에서 지켜 본 8만8012명의 축구 팬들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떠나갈 듯한 박수와 함성으로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을 격려했다. 자국 팬들 앞으로 일제히 달려간 사우디 선수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환호하며 깜짝 승리의 여운을 만끽했다. 반면 아르헨티나 팬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 했다.

사우디는 거함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이번 대회 아시아 대륙의 첫 번째 승리를 신고했다. 전반에 3선의 간격을 최대한 좁히며 버틴 뒤 후반 들어 역습으로 득점을 노린 전술이 먹혀들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의 선제골 이후 전반에만 세 차례나 상대 골 네트를 더 흔들었지만, 모두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무효 처리 됐다.

아르헨티나 간판 스타 리오넬 메시(오른쪽)가 경기 도중 흐름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자 얼굴을 감싸 쥐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 간판 스타 리오넬 메시(오른쪽)가 경기 도중 흐름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자 얼굴을 감싸 쥐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허를 찔린 아르헨티나의 우승 도전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아르헨티나는 오는 27일 오전 4시 멕시코, 다음달 1일 오전 4시 폴란드와 각각 C조 조별리그 2·3차전을 치른다. 각각 북중미와 유럽을 대표하는 팀들인 만큼, 아르헨티나가 16강 진출에 필요한 1승1무 이상의 성적을 낙관하긴 어렵다.

궁지에 몰린 아르헨티나의 비상구는 결국 에이스 메시가 만들어야 한다. 메시는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에게 수여하는 발롱도르(Ballon d’Or)를 7차례나 받은 당대 최고의 스타다. 앞서 유럽 클럽대항전 챔피언스리그와 남미 국가대항전 코파 아메리카도 제패했다. 유일한 과제가 월드컵 우승이다. 첫 출전이던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10년 남아공(8강), 2014년 브라질(준우승), 2018년 러시아(16강)까지 4차례 도전했지만 우승 이력이 없다. 우승컵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위해, 조국 아르헨티나의 명예 회복을 위해 메시의 활약이 절실하다.

마라도나가 메시에게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건네는 걸개를 내건 아르헨티나 팬들. AFP=연합뉴스

마라도나가 메시에게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건네는 걸개를 내건 아르헨티나 팬들. AFP=연합뉴스

이날 관중석 대부분을 차지한 아르헨티나 팬들은 메시와 마라도나의 얼굴을 함께 담은 대형 걸개를 경기장 여기저기에 내걸었다. 1986 멕시코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에 우승트로피를 안긴 마라도나의 업적을 후계자 메시가 이어주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카타르월드컵은 역대 대회에서 선수와 감독, 해설자, 레전드로 아르헨티나대표팀과 함께 했던 마라도나가 지난 2020년 세상을 떠난 이후 처음 열리는 대회다. 생애 마지막 월드컵 도전에 나서는 메시가 우승컵에 입 맞추며 마라도나의 발자취를 따른다면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알다옌(카타르)=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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