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에 막힌 13조 감세…기재부 “법인·상속세 개편도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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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조원 감세안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반대에 가로막혔다. 최대 쟁점인 종합부동산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유예는 물론 법인세 인하, 상속ㆍ증여세 개편까지. 정부가 추진하는 세법 개정안 대부분이 줄줄이 막힐 위기다. 세금 부담을 완화해 경제 위기에 대응하려던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이틀째 이어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도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세금을 깎아야 한다’는 정부ㆍ여당과 ‘그렇게는 못 깎는다’는 야당이 팽팽히 맞섰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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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장외 여론전에 나섰다. 이날 ‘법인세 과세표준 및 세율 체계 개편 필요성’, ‘상속ㆍ증여세 개편 필요성’ 보고서를 잇달아 냈다. 지난 17일 종부세 완화와 금투세 유예, 21일 올해분 종부세 고지 현황 등 자료를 배포한 데 이어서다. 모두 정부가 제출한 감세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내용이다.

2001년 95조8000억원, 2011년 192조4000억원에 이어 2020년 285조5000억원을 기록했던 국세 수입은 불과 2년 만인 올해 396조6000억원(전망)으로 뛰었다. 기재부는 보고서에서 “국세 수입이 100조원 증가하기까지 과거엔 약 10년 정도 소요됐으나 최근엔 2년 만에 100조원 이상 증가했다”며 “이 중 올해 법인세수는 지난해 70조4000억원에서 크게 증가한 약 105조원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반등한 실적, 전 정부에서 올린 법인세율 등 영향으로 기업이 내는 법인세는 큰 폭으로 늘었다. 2011~2020년 평균 22.1%였던 전체 국세 대비 법인세 비율은 올해 26.5%(전망)로 튀어 올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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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은 물론 가계의 부담을 줄이려면 개정안 처리가 필수라고 기재부는 강조한다. ‘초부자 감세’란 야당 비판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특히 법인세와 관련해 “주주ㆍ소비자ㆍ근로자가 영향을 받는다. 개인과 국민연금기금의 주식 투자가 크게 늘어 법인세 인하의 1차적 혜택이 중산층 주주에게 돌아가는 효과가 과거보다 확대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실제 2017년 말 14만 명이었던 삼성전자 소액주주(보통주 기준) 수는 올 6월 592만 명에 달한다.

기재부는 가업상속공제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상속ㆍ증여세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상속ㆍ증여세 개편 필요성’ 보고서를 보면 국내 중소기업 경영자 중 60세 이상 비율은 30.7%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그러나 세대교체는 더디다. 최대 60%(최대주주 주식할증평가 적용)에 이르는 상속ㆍ증여세율이 가업을 이어가는데 큰 걸림돌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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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대에 걸쳐 100년 이상 경영 중인 장수기업 수도 한국은 단 7개에 그친다. 일본(3만3076개), 미국(1만9497개), 스웨덴(1만3997개), 독일(4947개)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최대 1000억원으로 올려 관련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이유다.

기재부는 “상속ㆍ증여세수는 자산 가격 상승 등으로 10년 전보다 4.5배 수준으로 증가해 전체 세수 1.8배보다 더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일자리 감소, 노하우 멸실로 이어지는 사업 단절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선 가업상속공제 대폭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리고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은 유예하며 ▶1주택자를 중심으로 부동산 세금을 내리는 방안 등이 담겼다. 정부안에 따른 감세 효과는 법인세 6조8000억원, 소득세 2조5000억원, 증권거래세 1조9000억원, 종부세 1조7000억원 등으로 모두 합쳐 13조1000억원이다. 내년부터 2027년까지 5년 누적으로는 60조2000억원에 이른다.

야당 반대로 세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된다면 기업ㆍ투자자ㆍ가계 할 것 없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게 기재부의 판단이다. 집값이 내렸는데 종부세 등 부동산 세금 부담은 오히려 과거보다 늘어난 1주택자 불만이 대표적인 예다. 양준석 카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도 “선거 전엔 종부세를 완화하겠다던 야당이 다시 입장을 바꾸는 등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 같다”라며 “경제적 고려 없는 정치적 대립으로 혼란만 키우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이들 감세안은 ‘민간 주도 성장’ 경제정책 기조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하지만 169개 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반대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야당이 ‘초부자 감세’란 프레임을 씌우면서다. 내년도 예산안도 같이 묶여 공회전 중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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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서민에게 도움이 되는 감세는 안 하겠다고 하고, 초부자 감세는 하겠다는 건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금투세 유예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증권거래세 추가 인하,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 철회 등을 내걸었지만,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수용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다시 막혔다.

김 의장은 내년 예산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원안 아니면 무슨 준예산 얘기를 하는데 저희 사전에는 준예산이라는 것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어떤 식으로든 처리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감액만으로라도 처리한다”고 선을 그었다. 윤석열 정부표 예산을 반영하지 않고 강행 처리하겠다는 경고다.

내년 적용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세법 개정안과 예산안에 국민 혼란은 커지고 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이 투자와 고용 등을 미루는 건 당연한 공식”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ㆍ중 갈등 등 외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 여야가 대치하며 내부 불확실성까지 키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가고 있어 세법 등 경제정책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는데 현재 정쟁의 도구, 정치적 협상의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 “제대로 된 합의 없이 시간만 끈다면 납세자, 특히 미래를 예측해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기업의 경영 불안만 키우게 될 것”며 “정부ㆍ여당도 과도하다 싶은 건 속도 조절을 하고, 야당도 경제 활력을 키울 수 있는 세법 개정안에 대해선 수용하는 등 경제를 최우선 순위를 두고 서로 양보해서 타협점을 서둘러 찾아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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