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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성장세 꺾이고, 월드컵 특수도 사라지고…TV 시장 10년래 최악

중앙일보

입력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의 한 가전양판점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가 진열돼 있다. 이희권 기자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의 한 가전양판점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가 진열돼 있다. 이희권 기자

글로벌 TV 시장의 불황이 깊고, 길어지고 있다. 전 세계 TV 출하량이 최근 10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은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카타르에서 열리는 사상 첫 ‘겨울 월드컵’이 TV 시장을 되살릴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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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수성했지만 시장은‘겨울’

22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3분기 누적 글로벌 TV 시장 규모는 723억9000만 달러(약 98조11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7% 줄었다. 누적 판매량은 1억4300만 대로 같은 기간 4.4% 감소했다. 올해 TV 출하량은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복합위기가 현실화하면서 위축된 시장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 업체들은 시장 선두권을 지켜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까지 30.2%의 점유율로 전 세계 TV 시장 1위를 수성했다. 이어 LG전자가 17%로 2위를 차지했다. 중국 TCL(9.3%)과 하이센스(8.6%)가 뒤를 이었고, 일본 소니(8%)도 톱5에 이름을 올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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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초대형 제품에서 타 업체들을 압도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까지 2500달러(약 339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시장에서 네오 QLED TV와 라이프스타일 TV 등을 앞세워 금액 기준 51.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LG전자는 21.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소니가 20.3%로 두 회사를 추격 중이다. 하이센스는 고가 TV 시장에서 점유율이 1.5%에 그쳤다. 두 회사는 75형 이상 초대형 TV 시장에서도 각각 37.5%, 16.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고가 수요 줄어들고 중저가 제품은 中 장악

문제는 국내 업체가 주력하고 있는 프리미엄·초대형 TV 시장 성장률이 둔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LG전자의 경우 TV 매출 가운데 최상위 라인업인 올레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0.9%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고가 TV 수요가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중저가 TV 시장은 이미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금액이 아닌 수량 기준으로 올 3분기까지 TV 시장 점유율은 중국 37.7%, 한국 32.2%로 이미 중국 업체들이 역전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TV 시장 호황은 이제 옛말이 됐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영상 콘텐트를 소비하는 기기가 TV에서 모바일·태블릿PC 등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여기에다 경기 불황에 따른 타격도 크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사를 가는 가정이 크게 줄어들어 TV 교체 수요가 급감한 것도 악재다. 한 가전양판점 관계자는 “이미 지난 코로나19 기간 사이 거실에 놓는 고가 TV 교체가 상당히 이뤄졌다”면서 “가전 시장이 대부분 힘들지만 TV가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이 정도 사양이면 충분” 중저가 스마트 TV 뜬다

반면 중저가형 스마트 TV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질주하고 있다. 가령 이마트가 자체제작(PB)으로 내놓은 ‘일렉트로맨 4K UHD 50인치 스마트 TV’는 지난 주말 19만9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워 완판됐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1~20일 중저가형 모델 중심의 PB T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해 68.3% 늘었다. 롯데하이마트 역시 PB 브랜드인 ‘하이메이드’ 판매량이 같은 기간 6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이들 제품은 UHD급 대형 모델도 100만원 안팎으로 삼성과 LG의 플래그십 고화질 TV 제품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이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TV. 뉴스1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TV. 뉴스1

업계 관계자는 “최근 1~2인 가구와 거실이 아닌 안방에 놓을 이른바 ‘세컨드 TV’ 수요가 모두 중저가 TV로 몰리고 있다”면서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중국 현지 업체가 제작해 삼성전자나 LG전자 제품보다 월등히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시장 지키기’에 나섰다. 월드컵 대목을 맞아 할인 폭을 확대하고, 게이밍 모니터나 이동식 스크린으로 판매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개막한 카타르 월드컵을 겨냥해 이달 초부터 ‘연말 결산 빅 세일’ 이벤트를 열고 최대 40% 할인과 사은품 증정 등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LG전자도 이달 말까지 월드컵을 겨냥해 ‘빅토리 코리아 대축제’를 연다.

다만 이미 뚜렷한 감소세로 접어든 고가 TV 수요에 재고 부담마저 높아져 고심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4분기 두 회사 모두 TV를 포함한 가전사업의 영업이익률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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