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초‧중등 교육재정의 일부를 대학 등으로 이관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법안 제정을 두고 여야와 교육계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고등교육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엔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뤄졌지만,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연말 국회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2일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안 등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유·초·중등 교육의 재원인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와 교육세에서 나오는데, 이 중에서 교육세를 떼어 대학과 평생교육에 투자하자는 게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의 골자다. 대학 재정난 해소를 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초·중등 교육 예산을 가져다 쓰겠다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대학 관계자들은 14년의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이 심해졌다며 특별회계 신설을 통한 대학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병주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립대학이 10년 넘게 인건비를 동결하면서 우수한 교수 인력이 빠져나가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투입하는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초등학생 1인당 공교육비보다도 적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립대 상당수가 국고 지원으로 연명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도 “노동 집약적 산업이 한국 경제를 이끌던 시기에는 초·중등 교육이 중요했지만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하는 지금은 대학 교육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투자를 늘리기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희연, “대학 재정난, 별도 재원 마련해야”
이날 오후에는 노사 관계로 갈등을 겪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와 시‧도교육감이 초‧중등 교육재정을 지키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학생 행복과 지방교육재정을 지키는 교육복지’ 토론회를 열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맡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기조 발표에서 “유‧초‧중등 교육은 의무교육이지만, 대학교육은 선택 교육”이라며 “모든 국민을 무상으로 교육하는 데 꼭 필요한 유·초·중등 교육 예산을 빼내어 일부 고등학교 졸업생들만 진학하는 대학에 지원하게 된다면 예산 혜택의 형평성과 불공정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학급 수와 교원 수는 줄지 않았다”며 “내국세 교부율 하나로 단순화된 교부금 재원을 다원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초·중등 교육복지 늘려야…예산 삭감 반대”
연대회의는 학교 시설보수나 학급 수 증가에 따른 교육재정의 필요성을 넘어 교육복지를 강화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호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실장은 “학교 급식실에 환기 시설을 갖추고 13%에 불과한 교육복지사 배치 비율을 늘리기 위해 오히려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용남 전국여성노조 정책국장은 “교육복지를 담당하는 학교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가 곧 학생들에 대한 복지 서비스의 질로 이어진다”며 “교육재정을 삭감해야 한다는 논리에 맞서서 학교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들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한 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24일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과 함께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교부금 개편에 반대하는 토론회를 연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