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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발사는 中지원 탓?…지난달 99억원 중국쌀 北반입

중앙일보

입력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 간 화물열차가 지난달 27일 운행하는 모습. 연차는 이날 오전 7시 43분(현지시간)경 압록강철교인 중조우의교를 건너 단둥에서 신의주로 넘어갔다. 연합뉴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 간 화물열차가 지난달 27일 운행하는 모습. 연차는 이날 오전 7시 43분(현지시간)경 압록강철교인 중조우의교를 건너 단둥에서 신의주로 넘어갔다. 연합뉴스

북한이 무차별 도발을 이어갔던 지난 10월 한 달간 중국에서 쌀 수입량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기류에 연일 비토(veto·거부)권을 행사하는 동시에 북한에 대규모 식량 지원을 지속하면서 사실상 북한 도발의 '뒷배'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는 최근 공개한 자료에서 지난달 북·중 간 무역액이 1억 5386만 달러(약 2092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기 직전인 2020년 1월(1억 9715만 달러· 약 2667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북한의 수입 품목 중 가장 눈에 띄는 품목은 쌀이다. 북한이 한 달간 중국에서 사들인 쌀은 730만 달러(약 99억원) 규모로 약 1만6450t에 달했다. 이는 북한이 올해 들어 9월까지 수입한 쌀(565만9000달러·1만900t)보다 많은 양이다. 월별 기준으로는 779만 달러를 기록했던 2019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최대 규모다.

전문가들은 이런 중국의 대규모 식량 지원 덕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모한 도발을 벌였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21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북한 방문을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송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21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북한 방문을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송하는 모습. 연합뉴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계속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한에 대해 우호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특히 식량 부족은 북한 체제나 김정은 정권의 안정에 위험 요인인데, 중국의 식량지원은 김정은 정권이 민생을 뒤로하고 무기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여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들도 북·중 양국의 밀착에 대한 경계감을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있지만, 중국은 '중국 역할론'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이 책임 있게 행동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직접 압박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튿날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더욱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직시하고, 특히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균형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견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는 원인이 오히려 미국 측에 있다며 북한을 두둔한 말로 해석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강원도 김화군 수해 복구 현장을 방문해 벼 낟알을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강원도 김화군 수해 복구 현장을 방문해 벼 낟알을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특히 봄철 가뭄과 여름 폭우, 코로나 봉쇄로 인한 비료 수급 문제 등으로 올해 최악의 작황 상황에 직면한 북한의 입장에선 중국의 대규모 식량 지원은 김정은 정권을 지탱하게 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올해 전국 쌀 생산량을 보면 기상여건 악화로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10a(아르: 100㎡)당 518㎏으로 지난해(10a당 530㎏)보다 2.3% 줄었다"며 "이를 토대로 볼 때 북한 지역의 수확량도 봄가뭄, 등숙기(벼 낟알이 익는 시기)에 발생한 태풍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심각한 수준을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지난달 중국에서 대량의 쌀을 수입하는 것 이에도 최근 운행을 재개한 열차편을 통해서도 밀가루 등 식량을 러시아로부터 긴급하게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 탈북자 출신의 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RFA에 "중국산 쌀과 러시아산 밀가루가 장마당 가격 하락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올해 농사가 안돼서 부족한 식량 해결에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은 심각한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표적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서 전례 없는 실적을 기록했다"며 연일 농업 부문의 성과를 강조한 기사를 의도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정보 당국은 작황 목표를 달성했다는 이러한 주장이 북한 주민들을 안심시키려는 선전술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북한 당국은 올해 들어 양곡 유통 비리 척결을 위해 이른바 '허풍방지법'을 제정했는데, 이는 지역에서 보고하는 식량 생산량과 실제 유통량과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유통량을 정확히 확인해야 할 만큼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9월 2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올해 북한에서 황해남도 지역에 군수공장을 동원해 생산한 농기계를 대규모로 투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허풍방지법을 제정했다"며 "북한에서 워낙 쌀 생산량에 대해 허위 보고가 많았던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식량난에 직면한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중·러에서 반입되는 대량의 식량 지원은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북한 정권은 이를 토대로 식량과 자원의 교환을 핵심으로 한 한국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도 노골적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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