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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쌓이고, 경기 전망은 잿빛…대기업도 ‘비상’ 걸렸다

중앙일보

입력

글로벌 경기하락으로 국내 대표기업의 수출 감소가 뚜렷해지고 있다. 수요가 줄고 재고자산이 늘어난 데다, 고금리까지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경기전망 역시 어두워지고 있다. 이달 초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글로벌 경기하락으로 국내 대표기업의 수출 감소가 뚜렷해지고 있다. 수요가 줄고 재고자산이 늘어난 데다, 고금리까지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경기전망 역시 어두워지고 있다. 이달 초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올 들어 한국 대기업의 재고자산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국내·외 경기 하락으로 기업들의 경기 전망 역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재고자산이 늘어난 것은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경기전망이 악화하는 것은 기업들이 미래 사업 전망을 어둡게 본다는 뜻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22일 매출 기준 상위 500개 기업의 재고자산 변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결산 때 121조4922억원에서 올 3분기 말 기준 165조4432억원으로 43조9510억원(36.2%) 늘었다. 이번 조사는 해당 기업 중 반기보고서에 재고자산을 공개하고 전년 결산보고서와 비교 가능한 195개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상품 재고 증가율보다 반제품 증가율이 높아진 점이 더 우려스럽다. 상품 재고는 지난해 말 19조9147억원에서 3분기 말 25조3334억원으로 27.2% 늘었다. 반면 제품·반제품 재고는 같은 기간 101조5775억원에서 140조1098억원으로 37.9% 증가했다. 상품은 인건비가 싼 국가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것이고, 제품·반제품은 국내에서 생산한 경우다. 제품·반제품 재고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수출이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리더스인덱스 측의 분석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업종별로는 정보기술(IT)·전기전자 업종의 재고자산이 40조3613억원에서 58조4188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주요 수출 기업인 삼성전자(10조9662억원 증가)와 SK하이닉스(2조1777억원 ↑), LG에너지솔루션(3조2847억원 ↑) 등이 재고자산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석유화학 업종은 지난해 말 20조4330억원에서 3분기 말 29억원으로 2배 가까이 재고자산이 늘었다. LG화학이 2조9255억원, SK이노베이션이 2조3774억원 증가했다. 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시장 가격에 따라 재고자산 평가액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재고 증가는 그만큼 수요가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기업들의 경기 전망도 바닥을 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이날 매출 기준 상위 600개 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2월 전망치는 85.4를 기록했다. BSI가 100을 넘으면 미래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100 이하면 나빠질 것으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2월 BSI 전망치는 2020년 10월(84.6) 이후 26개월 만에 최저치이며, 지난 4월(99.1) 이후 9개월 연속 부정 전망(100 이하)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83.8)이 비제조업(87.3)보다 낮았고, 주력 수출 업종인 석유·화학(71.0), 전자·통신(84.2) 등의 전망은 업종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전자·통신 업종의 BSI 전망이 3개월 연속 부정 전망이 나온 것은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전경련 측은 “수출 실적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신호”로 분석했다.

고금리와 레고랜드발 단기 자금난도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단기 자금 시장의 기준점이 되는 기업어금(CP) 91일물 금리는 이날 5.3%대로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1월 이후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내유보금을 쌓아둔 대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지만, 단기성 자금 부담이 계속될 경우 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들어올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기업들이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생산비용 압박과 국내외 경기 위축으로 인한 매출감소·재고 증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업 자금 사정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국회 계류 중인 법인세 감세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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