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오늘 경기장 가면 이탈리아 팬들이랑 사진도 찍고 옷도 바꿔 입어 봐. 나중에 좋은 추억이 될 거야.
2002년 6월 18일 화요일, 평소라면 학교에 있어야 할 대낮에 저는 부모님과 함께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붉은악마 천안지부’라고 쓰인 버스가 도착했어요. 어머니는 대학생 형들에게 “우리 아들을 잘 부탁한다”며 용돈까지 쥐여 주셨죠. 그렇게 저를 배웅하면서 ‘좋은 추억을 많이 쌓고 오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곧 버스는 대전 월드컵경기장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제가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뿐이 아니라 전 세계 월드컵 역사에서 명승부로 회자되고 있는 2002 한·일 월드컵 16강전 현장에 가게 된 겁니다.

지난 3월 카타르 월드컵 지역 예선인 이란전에 저희 부자가 함께 갔습니다. 바로 그날, 월드컵 진출이 확정되면 함께 카타르에 가자고 약속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