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도어스테핑 중단에…"尹 상품 사라졌다"vs"불안함 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즉석문답) 중단을 놓고 국민의힘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MBC의 악의적인 취재 방식 때문”이라는 MBC 책임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윤 대통령의 대표 상품이 사라졌다”며 재개를 촉구하는 소신 발언도 동시에 분출하고 있다.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국민과 소통을 더 하겠다는 차원에서 한 도어스테핑이 완전히 난동 수준이 돼 버렸다”며 대통령실을 엄호했다. 도어스테핑 중단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지난 18일 대통령실 비서관과 MBC 기자의 설전을 MBC 기자 탓으로 돌리며 ‘난동’으로 표현한 것이다. 박 의원은 “(해당 기자가 도어스테핑 당시) 팔짱을 끼지 않나, 슬리퍼 차림을 하지 않나, 뒤에다 대놓고 막 악을 지르면서 군사 정권이냐고 고함을 지르지 않나”라며 “대한민국 국격이 세계 10위권인데, 기자 수준이 과연 10위권이냐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MBC를 향한 맹비난이 이어졌다. 기자 출신의 김종혁 비상대책위원 역시 이날 KBS 라디오에서 언쟁을 벌인 MBC 기자의 복장 문제를 지적하며 “무례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법원에 가면 법원에서 판사들이 들어오면 다 기립한다. 재판장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표시하는 거고 재판장에 슬리퍼를 신고 들어가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김 위원은 윤 대통령 미국 순방 때 비속어 논란을 전했던 MBC 보도를 언급하면서는 “MBC에 악의성이 있지 않은가 의심한다. MBC가 미국 국무부와 백악관에 비속어 논란에 대해 입장을 물었을 때 ‘한·미 관계에 이상이 없다’는 답변은 왜 아무런 보도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여당 측 패널이 대통령실을 옹호하다 사회자와 설전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진행자가 도어스테핑 재개 여지를 묻는 말에 “(MBC가) 먼저 대오각성하시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MBC 기자의 태도가 문제가 있었다면 MBC 기자를 대하는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의 반말은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이미 말다툼이 된 것”이라고 받아치며 “MBC는 그러면 무슨 조치를 하고 있나”고 되묻기도 했다.

이런 여권의 강성 분위기 속에서도 도어스테핑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도어스테핑은)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을 최소화하고 가끔 기자들 앞에 서서 준비된 발언을 하는 청와대의 낡은 관행을 깨고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일이었다. 이로써 국민의 알 권리와 민주주의는 한 단계 진척되었다고 본다”며 “권위주의를 타파하겠다는, 역대 진보정권들도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시도였던 도어스테핑’이 재개되길 바란다”고 썼다. 전날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누가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국민과의 소통이 사라질까 봐 우려된다”고 했다.

당내에선 실리 측면에서 도어스테핑 중단을 반기는 기류도 역력하다. 한 중진 의원은 “도어스테핑을 매일 하는 건 진작부터 우려스러웠다”고 말했다. 전날 홍준표 대구시장이 페이스북에 “때 늦은 감이 있지만 참 잘한 결정”이라며 “매일 매일 마음 졸이며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쓴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 취임 초기엔 도어스테핑 발언이 야권의 공격 소재로 활용되곤 했다. 대표적인 게 인사 문제와 야권 인사 수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지난 6월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가 ‘정치 보복’으로 비친다는 질문에 “민주당 정부 때는 (과거 정부 수사를) 안 했나”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고, 지난 7월엔 “전(前) 정권에서 지명한 장관 중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고 발언한 게 도마에 올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