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24일부터 또 파업…산업계선 6월 물류대란 재현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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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5개월 만에 다시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한다. 22일 국토교통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 시행 등을 요구하며 오는 24일 0시부터 집단 운송거부에 나선다.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 등을 막기 위해 화물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그보다 적은 돈을 지불하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회관에서 열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기자간담회.[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회관에서 열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기자간담회.[연합뉴스]

화물연대가 또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한 이유는 2020년부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안전운임제가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일몰제를 폐지하고, 안전운임제를 영구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 또 현재 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로 제한된 안전운임제 대상을 철강재·자동차·위험물·사료·곡물·택배 등으로 로 확대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국회에서 논의하기로 하며 국토교통부와 합의했으나, 국토부가 입장을 바꿨단 주장이다. 화물연대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6월 총파업을 8일 만에 중단한 것은 국회에서 안전운임제 개정안을 최우선으로 다루겠다는 약속 때문이었다”며 “이후 관련 법안이 발의됐는데, 아무런 진전 없이 시간만 지체하다 종료됐다. 다음달 31일 안전운임제 일몰을 앞둔 상황에서 더는 인내할 수 없어 총파업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본다. 지난 6월 합의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은 영구 시행이 아니라 적용 기간을 추가 연장하는 한시적 시행이라는 것이다.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 요구 역시 수용하기 힘들다. 안전운임제 적용으로 화물 운임이 10~20% 올랐는데, 여기에 대상 품목까지 확대하면 영세 화주(화물 운송을 위탁하는 사람) 위주로 타격을 받고 ,전체 물류비도 급증할 수 있어서다.

2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제 연장과 일몰제 폐지 등을 촉구하며 오는 24일부터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뉴스1]

2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제 연장과 일몰제 폐지 등을 촉구하며 오는 24일부터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뉴스1]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폐지를 보장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6월 때보다 파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시 대규모 피해를 입은 산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고환율ㆍ고금리ㆍ고물가에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시작된 상황에서, 물류난 우려까지 겹치면서다. 철강·화학·자동차·중공업 등은 재료·부품 등이 적시에 공급돼야 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셧다운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후 복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산업계는 지난 6월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여파로 2조원이 넘는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주단체의 불만도 크다. 안전운임제가 시장경제의 원리에 맞지 않고, 화주와 운수사간 자유로운 계약을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최근 ‘수출기업 금융애로 현안 점검 간담회’에서 “교통안전 효과도 불분명하고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안전운임제는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6월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입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화물연대 노조원들. 당시 일부 노조원은 '용차(운송차량) 들어오지마라', '용차 들어오면 니 엄마 개O', '여기서 죽자', '죽여버리겠다'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독자 제공]

지난 6월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입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화물연대 노조원들. 당시 일부 노조원은 '용차(운송차량) 들어오지마라', '용차 들어오면 니 엄마 개O', '여기서 죽자', '죽여버리겠다'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독자 제공]

당정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 품목 확대는 불가"

일단 국민의힘과 정부는 안전운임제 일몰 시간을 3년 연장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다만 대상 품목 확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정 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과 정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을 연장하되 품목 확대는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최근 고유가 상황과 이해관계자간의 의견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성 정책위의장은 “확대하려고 하는 품목들의 (차주) 임금이 상대적으로 결코 적지가 않다. 어떤 경우는 (월)500만~600만원 가까이 되기 때문에 이런 요구는 대의명분이 없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에서 정부가 운임을 정하고 처벌까지 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사태 점검 긴급 당·정협의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사태 점검 긴급 당·정협의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화물연대에는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은 “안전운임제 연장 관련 입법 절차가 적기에 진행되도록 국회와 적극 노력할 계획이니 화물연대는 운송 거부를 철회해주길 당부드린다”며 “정부는 합리적 의견을 경청하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 일선 화물차 운전자는 화물연대 본부 집단행동에 동조하지 말고 생업에 지속적으로 종사해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화물연대는“반쪽짜리 가짜 연장안”이라며 예정대로 운송거부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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