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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고속도로 쌓인 눈 다 치웠네? 이때 치사율 가장 높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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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도로 눈과의 전쟁 ①

 순천완주고속도로 사매2터널 연쇄추돌 사고현장. 중앙포토

순천완주고속도로 사매2터널 연쇄추돌 사고현장. 중앙포토

#. 지난해 3월 1일 오후 서울양양고속도로 내촌IC 부근에서 소형 승용차가 갓길에 정차해 있던 SUV 차량과 밖에 나와 있던 50대 운전자를 들이받았다. 당시 SUV 차량은 중앙분리대 방호벽과 부딪힌 뒤 갓길로 이동해 있던 상태였다. 이 사고로 SUV 운전자가 숨졌다.

 #. 지난해 1월 18일 오전 중앙고속도로 홍천IC 부근에선 2차로를 달리던 중형승용차가 전방의 사고 현장을 보고는 1차로로 진로를 바꾸다 미끄러지며 2차로와 갓길에 걸쳐 서 있던 1t 급유차를 추돌했다. 이 사고로 50대 급유차 운전자가 목숨을 잃었다.

 #. 2019년 2월 19일 새벽에는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안현분기점 부근에서 일산방향으로 빠르게 달리던 SUV 차량이 안전지대의 충격완화장치를 정면으로 들이받아 20대 운전자가 사망했다.

 이들 안타까운 교통사고의 공통점은 바로 '눈'이다. 사고 당시 해당 고속도로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 사고 차들은 대부분 눈길에 미끄러져 방향을 잃거나 제때 멈추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눈길 사고 모습. 사진 한국도로공사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눈길 사고 모습. 사진 한국도로공사

 22일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9~2021년) 발생한 눈길 고속도로 사고는 모두 103건으로 12명이 숨졌다. 치사율(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은 평균 11%로 전체 고속도로 사고(9.5%)보다 높았다.

 최근 3년간 눈길 사고로 12명 사망  

 눈길에서 사고가 나면 인명사고로 커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미다. 실제로 2020년 2월 17일 순천완주고속도로 사매2터널에선 총 30여대의 차량이 연쇄 추돌하면서 4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눈이 내리는 상황에서 차량들이 과속하거나 안전거리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으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도공이 매년 겨울철 눈과의 전쟁을 치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번에도 도공은 지난 15일부터 내년 3월 15일까지를 고속도로 특별제설대책 기간으로 정했다. 최근 3년간 평균 사용량의 138%에 해당하는 제설 염화칼슘 2만 3000t과 소금 17만 3000t을 준비했으며, 1000대의 제설장비와 2300여명의 인력도 동원한다.

 사고지점이나 지·정체 구간을 갓길로 통과할 수 있는 소형제설차도 기존 강원도와 서해안 지역에서 올해는 수도권까지 확대 운영한다. 제설차량 작업이 곤란한 상황을 대비한 핫팩 형태의 투척식 제설자재도 준비했다.

 도공, 겨울철마다 눈과의 전쟁  

 도공 강원본부에선 지난 2일 중부내륙고속도로 경기 이천·여주지역에 30㎝의 폭설이 내린 상황을 가상한 현장 합동훈련도 진행했다.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져 뒤엉키면서 고속도로가 전면 차단되고 차들이 고립되는 상황을 가상했다.

 중앙분리대를 개방해 사고 차량을 견인하고, 구급차 및 헬기로 구호 물품을 수송하고, 제설작업 등을 통해 고립상황을 벗어나게 하는 순서로 훈련이 진행됐다. 과거 강원권 도로에서 발생하던 최악의 고속도로 고립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지난 2일 오후 중부내륙고속도로 서여주 휴게소 일대에서 열린 폭설대비 합동훈련 모습. 뉴스1

지난 2일 오후 중부내륙고속도로 서여주 휴게소 일대에서 열린 폭설대비 합동훈련 모습. 뉴스1

 이처럼 치밀한 준비를 했다고 해도 눈길 사고를 다 예방하기는 어렵다. 특히 운전자의 방심이 '복병'이다. 제설작업이 이뤄진 도로에선 평소처럼 속도를 내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다 사고를 내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제설차 등을 동원한 눈 치우기 작업이 진행됐다고 해도 도로 표면에 잘 보이지 않는 눈이 얇게 남아 있거나, 눈과 제설제가 뒤섞여 진창이 된 경우엔 평소 도로보다 더 미끄럽다는 게 도공의 설명이다.

 슬러시 상태 도로가 더 미끄러워  

 지난 2018년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한 노면상태별 교통사고 분석결과에 따르면 눈이 녹는 해빙 시의 교통사고 치사율은 6.67명으로 마른 도로일 때보다 4.05배나 높았다. 반면 눈이 쌓였을 때 치사율은 마른 노면보다 오히려 낮게 나타났다.

 공단 관계자는 “눈이 쌓여있는 경우처럼 운전자가 위험상황 예측이 가능한 때는 감속과 차량 간격 유지 등으로 교통사고를 대비해 피해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슬러시 상태의 도로는 더 미끄러워서 사고 위험이 높다. 연합뉴스

슬러시 상태의 도로는 더 미끄러워서 사고 위험이 높다. 연합뉴스

 그러나 눈·얼음이 물과 뒤섞여있는 이른바 슬러시 상태거나 도로에 살얼음이 얼었을 때는 운전자가 위험을 인지하지 못해 사고가 대형화되기 쉬운 것으로 분석됐다. 또 유사시 제동거리도 평상시보다 길어져 추돌 사고 위험이 높다.

 이 때문에 제설작업이 돼 있더라도 평소보다 안전운전을 하는 게 필요하다. 도공의 배병훈 재난관리팀장은 “눈이 내리는 지역으로 이동할 때는 차량 제어가 불가능한 상황을 막기 위해 20~50% 감속하고, 평소보다 2~3배 차량 간격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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