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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역대 최초 대통령의 ‘직접 소통’ 멈춰선 안 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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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도어스테핑, 윤 대통령·용산 시대 상징 브랜드

MBC기자 태도 문제지만 가림벽 대응 안타까워

제왕적 대통령 벗으려면 대안 찾아 소통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출근길에 해오던 도어스테핑을 어제 중단했다. 취임 이튿날부터 하기 시작해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 등을 빼고 61차례나 출입기자들과 진행한 즉석 문답이었다. 대통령실은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가 원인이라고 했다. MBC 기자가 ‘전용기 탑승 배제’ 등과 관련해 공세적인 질문을 던지고 대통령실 비서관과 충돌한 일을 가리킨다. 대통령실이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해 재개 여부가 불투명하다.

역대 대통령 중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는 ‘직접 소통’ 방식이 중단된 것은 매우 안타깝다.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을 대표하는 일종의 ‘브랜드’였다. 출근길 문답은 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기자실을 1층에 뒀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래서 용산 시대를 상징하는 모습으로도 자리 잡았다. 대통령 집무 공간과 사저가 함께 있고, 기자실이 분리된 청와대에선 불가능했던 장면이다.

역대 대통령도 국민과의 소통에 나섰지만 빈도 등에서 도어스테핑에 미치지 못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TV를 통한 ‘국민과의 대화’라는 대국민 소통 방안을 처음 도입했다. 외환위기 때 민심을 안정시키려고 취임 전부터 이를 활용했다. 다변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날선 질문을 피하지 않고 일선 검사와의 대화에서 설전을 벌이기까지 했지만, 취재진과의 직접 문답은 제한적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례 라디오 연설은 일방향 소통이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은 질문할 기자 순서와 내용, 답변까지 짜놓았다는 지적을 초래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직접 현안에 대해 질문을 받거나 설명한 횟수가 적다는 비판을 받았다.

물론 윤 대통령에게 도어스테핑이 도움이 된 것만은 아니었다. 기자들의 질문을 미리 알 수 없으니 사전 준비가 쉽지 않다. 정치 경력이 부족한 윤 대통령이 걸러지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가 점수를 잃기도 했다. 장관 후보들에 대한 비판이 고조될 무렵 나온 “전 정권 장관들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리스크가 있다는 대통령실 내부 우려에도 윤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강행 의지를 밝혔었다. 발단이 된 MBC 기자의 질문 태도는 대통령직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 하나로 갑작스레 대통령실에 가림벽을 세우고, 도어스테핑 중단을 꺼내든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의 진정성조차 오해받을 수 있다.

보완책을 찾아서라도 국민과의 소통은 재개돼야 한다. 원래 서구에서 도어스테핑은 문 앞까지 찾아가 묻는 ‘압박 취재’를 가리키고, 언론의 질문은 불편한 게 다반사다. 미국 백악관처럼 대통령이 헬기 탑승 등을 위해 이동하거나 주요 행사를 마치고 난 시점 등에 기다리던 취재진의 질문에 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자주 기자실을 찾아 문답을 나누는 것도 방법이다. 미국 대통령들은 쏟아지는 질문 중 원하는 것을 골라 답변한다. 윤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제와 이별하겠다며 청와대를 떠났었다. 국민과 소통을 많이 하는 대통령이어야 그 진정성을 구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