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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노총 또 총파업, 경제 어려울 땐 자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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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24일 0시를 기해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 화물연대가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에서 열린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에서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24일 0시를 기해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 화물연대가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에서 열린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에서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이 전국 규모의 총파업에 나선다. 23일 공공운수 노조 총파업을 시작으로 오는 24일 화물연대 총파업, 25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와 학교 비정규직 노조 총파업이 꼬리를 문다. 30일에는 서울교통공사 노조에 이어 다음 달 2일 전국철도 노조가 파업에 뛰어든다. 예정대로 파업이 이뤄지면 심각한 물류대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파업은 우리 경제가 25년 전 외환위기 때 못지않게 어려운 와중이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가 커진다. 올해 4월부터 시작된 무역수지 적자는 이달까지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연간 누적 적자는 4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무역적자가 계속되면 미국 달러화 획득이 어려워지면서 이미 불안한 외환시장이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어느 나라든 외환위기의 직접적 뇌관이 누적된 무역적자였다는 점에서 위기감도 커져가고 있다.

백 번 양보해 노조의 파업은 근로자의 권리라고 해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 미·중 패권 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수출 여건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철도·지하철·학교 등 산업 및 사회 활동의 핵심 인프라까지 멈춰서면 무역적자는 한층 악화할 수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화물이 제때 운송되지 못하고 수출에 차질을 빚게 되면 수많은 국민과 중소기업이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다. 지난 6월 화물연대 총파업 때도 피해 규모가 2조원에 달했다. 민주노총은 5개월 만에 다시 총파업에 나서는 명분으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 등을 막기 위해 화물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그보다 적은 돈을 주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여야 합의로 안전운임제 개선을 추진했지만 아무런 진전 없이 종료되고 말았다. 국회가 정쟁으로 시간을 낭비한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부가 조정 능력을 상실해 사태를 키워 놓은 셈이다. 이번에 다시 총파업이 추진되는 데는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어떤 경우든 지금은 총파업을 벌일 때가 아니다. 온 사방에서 경제 위기의 사이렌이 울리고 있는데 총파업을 하게 되면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경제가 아예 주저앉을 수도 있다. 경제 활동이 유지돼야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할 발판도 마련되는 것 아닌가. 정부 역시 창의적이고 실질적인 조정 능력을 발휘해 파국을 막아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