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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비상장 생명보험사 ‘가치 평가’ 자리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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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항석 성균관대학교 보험계리학 교수

이항석 성균관대학교 보험계리학 교수

복잡한 경제 문제와 법적 분쟁이 많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경제문제를 명료하게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법적 경구(maxim)를 로마시대의 법철학자 키케로(M. Cicero)가 그의 저술(De Natura Deorum)에 남겼다. “suum cuique” (그의 것을 그에게)라는 원칙는 2000년 동안 법률가와 일반인에게 많은 울림을 주었고 유스티니아누스 로마법전으로 명문화되고 현재 각국 법전의 기초가 되었다.

각자의 몫을 나누는 문제는 배분 대상의 가치와 합당한 배분비율이 있어야 한다. 배분비율의 결정은 학문과 제도로서 정착됐지만 배분대상의 가치평가는 최근까지 논란이 있다. 특히 미래의 불확실한 수익을 토대로 회사를 평가할 때 발생한다. 또한 상장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을 거래할 때 공시된 가격의 부재로 합리적 가치평가법이 필요하다.

비상장 생명보험회사의 장기간에 발생하는 보험금과 보험료의 불확실성을 현재가치로 전환하는 가치평가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현금흐름법과 유사회사의 주식가치를 이용하여 평가하는 상대가치법이 있다. 논란이 적은 전자를 많이 쓰지만, 평가대상회사에 대한 정보의 제한으로 후자를 쓰기도 한다.

상대가치법에서 유사회사 선택의 타당성과 유사회사의 주가 대신에 긴 기간의 주가평균을 이용하면 적절성 논란이 생긴다. 평균주가의 사용이 상식적일 수 있지만 상장된 주식거래시장에서는 주가평균을 거래값으로 쓰지 않는다. 주식거래는 거래일에 관측된 또는 평가된 값대신에 평균으로 거래하면 무차익거래(arbitrage)가 생기며 금융공학적 모순이 생긴다.

주식을 현재 매입하면 나중에 특정 시점에 팔 권리가 있지만 나중에 일정기간의 평균주가로 매도하면, 미래 시점의 주가와 평균주가는 달라서 주식의 구입시점에 다른 가격으로 사야 한다. 특정시점 주가의 변동성이 평균주가의 변동성보다 크므로 두 가지가 다른 상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상장 생명보험사의 평가시 주가평균을 쓰면 금융공학적 모순에 빠지며, 주가의 변동성이 크면 그 모순은 더 커진다.

최근에 주식거래일이 아닌 평균주가를 사용하여 이슈가 된 교보생명 사례를 보면서, 비상장주식의 올바른 가치평가만이 상장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일반 투자자의 권익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비상장생명보험회사의 합리적 평가방식이 정착하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모순된 계약은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Ex turpi contractu non oritur actio.)”라는 오래된 라틴어 명구를 소개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이항석 성균관대학교 보험계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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