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살만도 블링컨도 카타르 방문, 월드컵 외교전

20일(현지시간) 2022년 FIFA 월드컵이 개막한 산유국 카타르에서 외교 훈풍이 불고 있다. 월드컵 개막식에 맞춰 한때 사이가 틀어졌던 중동 각국의 지도자들이 수도 도하로 몰려온 것은 물론,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도 찾아왔다.

블링컨

블링컨 장관은 21∼22일 도하를 방문해 카타르의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 제5차 미국·카타르 전략대화를 하고 안보·에너지·인권·보건 등 분야에서 협력 강화에 나선다고 미 국무부 사이트가 밝혔다. 21일(한국시간 22일)엔 현지에서 펼쳐진 미국과 웨일스의 월드컵 경기도 관람했다.

올해 미국과 수교 50년을 맞은 카타르는 대테러 작전을 지원하면서 중동 내 미국의 주요 우방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협상과 난민 이동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타밈 빈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지난 3월엔 비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주요 동맹국에 카타르를 새롭게 지정했다. 비나토 동맹국은 나토 회원국 외에 미국과 전략적 관계를 맺은 국가로, 한국·일본·이스라엘 등이 포함된다.

미 국무부는 카타르 국부펀드가 2015년부터 부동산과 기반시설을 중심으로 미국에 300억 달러(약 40조66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월드컵 기간에 카타르가 공식 외교관계가 없는 이스라엘과 직항편을 임시 운항하기로 한 것도 높이 평가했다.

빈살만

카타르월드컵 개막식에는 19~21일로 예정됐던 일본 방문을 취소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도 참석했다. 사우디 관영 사우디 프레스 에이전시(SPA)에 따르면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 19일 도하에 도착해 다음 날 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가 2017년 6월~2021년 1월 갈등 관계였던 카타르와 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우디는 2017년 6월 카타르가 ‘테러단체’를 지원하고 이란과 우호적이라는 이유로 단교하고 육상·항공·해상 교통 연결을 중단했다가 지난해 1월 미국과 쿠웨이트의 중재로 관계를 회복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말 카타르를 찾은 데 이어 이번 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하면서 양국 관계가 정상화됐음을 보여줬다.

이날 개막식에는 카타르 외교 위기 당시 사우디와 행동을 함께했던 아랍에미리트(UAE)의 무함마드 빈라시드 알막툼 부통령 겸 총리(두바이 군주),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등 중동 지도자가 대거 참석했다.

임선영·박소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