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경고에…케인, 이란전 '무지개 완장' 안 찬다

차별에 반대하는 뜻을 담은 '무지개 완장'을 착용한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 AP=연합뉴스

잉글랜드를 포함한 유럽 7개국이 차별에 반대한다는 뜻을 담은 '무지개 완장'을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결국 차지 않기로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21일(한국시간) 이들 7팀은 공동성명을 내고 "FIFA가 각 팀 주장들이 완장을 찬다면 제재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며 "선수들이 제재를 받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주장들에게 경기 중 완장을 차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나의 팀, 선수단, 조직으로서 이 완장을 차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겠다"던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도 이날 오후 10시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이란과의 조별리그 B조 1차전에 완장을 차지 않은 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케인은 독일 주장 마누엘 노이어와 함께 FIFA가 벌금을 물리더라도 완장 착용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앞서 잉글랜드를 비롯해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웨일스, 스위스, 덴마크 등 7팀 주장들은 무지개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원 러브'(One Love)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각종 인권 논란이 불거진 카타르에 항의하고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 완장을 착용할 시 옐로카드를 주겠다고 경고하면서 결국 물러서게 됐다.

FIFA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포용적인 기구로 '원 러브'와 같은 마땅한 대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축구가 이런 대의를 실어 사회를 이롭게 하길 바라지만 그 과정은 모두가 알고 있는 규칙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유럽 7팀은 "전례 없는 결정이 실망스럽다. 9월에 이 완장을 차겠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FIFA 측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며 "우리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포용이라는 가치의 강력한 지지자다. 다른 방식으로 이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축구협회는 별도 성명을 내고 "월드컵에서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승리"라며 "우리의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는 수백만명을 단결시키는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FIFA는 선수가 사용하는 장비에 정치적, 종교적 의미를 내포한 문구나 이미지가 담겨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