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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부터 종부세까지 ‘세금 전쟁’ 시작됐다…조세소위 첫발

중앙일보

입력

여야의 ‘세금전쟁’이 시작됐다. 하반기 국회 개원 이후 처음 열린 21일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회의에서 여야는 윤석열 정부의 세법개정안 심사에 돌입했다. 조세소위는 민생 경제와 직결되는 세법 개정의 첫 관문으로 심사 기한인 30일까지 총 257건의 법안을 심사한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소득세법, 종합부동산세법(종부세법), 법인세법 개정안 등을 두고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류성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장(오른쪽)과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기재위 간사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기획재정위원회 제1차 조세소위원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류성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장(오른쪽)과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기재위 간사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기획재정위원회 제1차 조세소위원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날 첫 회의에서 여야는 비쟁점 법안 위주로 처리하며 몸풀기에 나섰다. 하지만 여야가 벼르는 법안은 따로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과세 시기 유예안이 대표적이다. 금투세 도입을 담은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월 도입이 예정돼 있었다. 금투세법이 이대로 도입 되면 국내 주식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을 얻거나, 해외 주식, 채권 등 기타 금융 상품 투자로 250만원이 넘는 순소득을 올린 투자자는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경제 위기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자 이른바 ‘개미 투자자’ 사이에서 금투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했고,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금투세 유예를 공약으로 내놨다. 지난 7월에는 정부가 금투세 도입 시기를 2025년으로 2년간 유예하겠다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당초 유예안을 반대하던 민주당은 개미 투자자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자 18일 입장을 선회해 ‘조건부 절충안’을 내놨다. 2년 유예를 적극 검토하되 증권거래세율을 0.15%로 낮추고, 주식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늘리는 정부 방침을 철회하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는 20일 민주당안을 거부하기로 결정하고, 이런 방침을 여당에 전달했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0.23%인 증권거래세를 0.20%로 낮추는 정부안을 이미 제출했는데 더 낮추자는 것은 거래세를 사실상 폐지하자는 것”이라며 “주식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늘리는 것도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류성걸 조세소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제1차 조세소위원회를 개회하고 있다. 뉴시스

류성걸 조세소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제1차 조세소위원회를 개회하고 있다. 뉴시스

개미 투자자들의 민심을 자극할 수 있는 예민한 사안인 탓에 여야는 조세 소위 직전까지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인 성일종 의원은 라디오에서 “금투세를 2년 유예하면 되는데 여기에 웬 조건이 붙는지 모르겠다”며 “소위 ‘개미’들의 생존과 관련된 절박한 문제이니 조건 걸지 말고 원칙대로 처리해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기재위 야당 간사인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양보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원칙대로 갈 수밖에 없다”며 “정부·여당이 반대하면 이는 결국 부족한 세원을 10조원씩 거둬들이는 증권거래세라는 ‘빨대’를 포기 못 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금투세 뿐 아니라 종부세를 두고도 여야의 시각 차이가 현저하다. 정부는 다주택자 중과 제도를 폐지하고 1가구 1주택자의 기본공제금액을 현행 11억원→12억원으로, 다주택자는 6억원→9억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부동산 시장 과열 때 도입한 정책은 당연히 폐기돼야 한다”며 “어느 국가도 주택 수에 따라 징벌적 과세를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부자 감세’로 규정해 반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조세소위 첫날인 이날부터 120만 명에게 4조원 규모의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되기 시작하자 정치권은 촉을 예민하게 곤두세우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현재 집값 하락으로 공시 가격이 시세보다 높아진 아파트 단지들이 늘어나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갖고 있지만 민심 이반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이나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을 연 매출액 4000억원에서 1조원까지로 늘리는 상속세 개정안을 두고도 민주당은 “대기업 감세이자 초부자 감세”라고 반대하고 있다.

세법 개정안은 통상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처리되는 부수법안이다. 하지만 여야 대치 속에 2012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래 가장 늦게 소위가 구성되면서 심사 일정이 빠듯하다. 조세소위 관계자는 “심사 마감 전날인 29일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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