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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이의신청 총 650여건…입시업계 “출제오류 없는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8일 대구의 한 고등학교 수험생들이 전날 치른 수능 시험지를 보며 가채점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8일 대구의 한 고등학교 수험생들이 전날 치른 수능 시험지를 보며 가채점을 하고 있다. 뉴스1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제·정답 관련 이의신청이 총 600건 넘게 접수됐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아직 눈에 띄는 출제 오류는 발견되지 않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수능 직후부터 21일 오후 6시까지 ‘2023학년도 수능 문제‧정답 이의신청 게시판’을 운영한 결과 총 657건의 이의신청이 제기됐다. 영역별로 영어가 346건으로 가장 많았고, 사회탐구 115건, 국어 70건, 수학 55건, 과학탐구 43건 등이었다. 영어는 이날 오전 10시까지는 187건이었는데, 8시간 만에 두배 가까이 늘었다.

영어 듣기평가 음질 지적이 가장 많아 

영어 영역 이의신청 중 대부분은 시험장 듣기평가 관련 문제였다. 방송 음질이 좋지 않아 문제를 푸는 데 지장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특히 인천 효성고에서 이뤄진 듣기평가에서 잡음이 들리고, 발음이 뭉개졌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황보근석 인천교육청 대변인은 “일주일 전부터 매일같이 방송시설을 점검했는데, 당시에는 별문제가 없었다”며 “영어 듣기평가 CD를 평가원에 제출해 함께 문제점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 23번 문항(왼쪽). 대형 입시학원의 A강사가 배포한 모의고사 문항.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온라인커뮤니티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 23번 문항(왼쪽). 대형 입시학원의 A강사가 배포한 모의고사 문항.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온라인커뮤니티

사설 모의고사 문제와 유사 논란도 

영어 23번 문제 지문이 사설 모의고사와 유사하다는 의견도 다수 접수됐다. 해당 지문은 미국의 법학자이자 하버드대학 로스쿨 교수인 캐스 선스타인이 2020년 출간한 ‘투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했는데, 한 대형 입시학원 A강사가 수능 직전 제공한 모의고사와 한 문장을 제외하고 동일하다. 논란이 된 문항은 3점짜리로 주어진 지문을 읽고 주제로 가장 적절한 것을 찾는 문제다.

수험생들은 전원 정답 처리해달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A강사의 강의를 들은 수험생들이 더 유리한 입장에서 시험을 치러 불공정한 경쟁이었다는 주장이다. 한 수험생은 “수능 출제 전에 사설 모의고사를 검토한다고 들었는데, 1타 강사의 문제를 놓친 건 자격 부족, 근무 태만”이라며 “사교육을 증진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엄성호 평가원 홍보실장은 “학생들이 시중에서 접할 수 있는 교재나 문제집은 전부 출제본부에서 확보해 살펴본다”면서도 “강사나 교사 개인이 만들어 제공하는 자료까지 전부 다 검토해 비슷한 문제를 제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7일 오전 수험생들이 부산 남구 대연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시계를 확인하며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7일 오전 수험생들이 부산 남구 대연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시계를 확인하며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13년에도 수능 영어영역에서도 학원 교재와 유사한 문제가 출제돼 논란이 일었다. 수능 문제가 EBS 교재와 직접 연계될 때였는데, EBS 교재에는 ‘빈칸추론’이었던 문제가 수능에서는 ‘주어진 문장이 들어갈 위치 찾기’로 변형됐다. 그런데 유형은 물론, 해당 문장이 들어갈 위치로 제시된 보기 5개 중 4개가 대형 인강 업체에서 제공한 수업자료와 일치했다. 당시에도 평가원은 “기본적으로 EBS 교재의 지문을 그대로 사용하고 영어 문제의 패턴이 정해져 있어 유사한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다.

입시업계 "출제오류 발견되지 않아" 

평가원은 이날 6시까지 이의신청 의견을 심사해 오는 29일 최종 정답을 발표한다. 수능 관련 이의신청은 매년 수백건 접수되는데, ‘불수능’일수록 신청 건수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평가원의 최근 5년 간 이의신청 건수를 살펴보면 2019학년도 991건, 2020학년도 344건, 2021학년도 417건, 2022학년도 1014건이었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아직 출제오류는 발견되지 않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강사들과 수능 문제를 분석해본 결과 오류가 있는 문제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도 “내부 검토 결과 출제 오류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금까지 평가원 문제 오류는 첫 수능(1994학년도) 이후 9개 문항이었다. 지난해에는 생명과학Ⅱ 20번이 출제오류가 인정돼 전원 정답처리 했다. 평가원은 출제오류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검토위원을 늘리고, 출제 기간을 3일 연장하는 등 방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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