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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시장 선거도 밀린다…대만 대선 전초전 민진당 열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2일 대만 타이베이 시장 선거 유세장에 차이잉원 총통이 참석해 민진당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2일 대만 타이베이 시장 선거 유세장에 차이잉원 총통이 참석해 민진당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오는 26일 시행되는 대만 동시 지방선거에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이끄는 집권 민진당이 열세를 보이며 고전하고 있다. 오는 2024년 1월 거행될 차기 총통선거의 전초전인 이번 선거에서 야당인 국민당 후보가 6대 직할시 시장 선거 가운데 타이베이·신베이·타이중·타오위안 등 4곳에서 민진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보도했다(표). 여당이 선거에서 대패할 경우 임기가 1년여 남은 차이잉원 총통의 레임덕이 앞당겨지면서 대중국 정책 등 국정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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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총통은 지난 12일 타이베이시 유세에 직접 나서 “이번 선거는 중공 20차 당 대회 이후 첫 번째 선거”라며 “정확한 한 표를 행사해 자유·민주를 수호하자”고 호소했다. 이어 “(국민당이 대승했던) 2018년 지방선거로 중국은 대만을 제멋대로 할 수 있다 여기게 하여 두 달도 안 지나 일국양제를 내밀었다”며 반(反) 중국 유세를 이어갔다. 선거 전 마지막 휴일이던 20일 ‘수퍼선데이’에도 차이 총통은 격전지인 지룽(基隆)·타오위안(桃園) 유세에 직접 나가 민진당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창완안 대만 국민당 타이베이시장 후보가 지난 17일 유세 중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창완안 대만 국민당 타이베이시장 후보가 지난 17일 유세 중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대 야당인 국민당은 민진당을 안보 포퓰리즘이라며 비판했다. 대만의 제1 도시 타이베이 선거에서 선두를 달리는 장완안(蔣萬安·44) 국민당 후보는 20일 골목 유세 중 “민진당은 선거 때마다 적을 찾고, 대립을 굳이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장제스(蔣介石, 1887~1975) 초대 총통의 증손인 장완안 후보는 이달 초 타이베이를 지역구로 하는 입법위원(국회의원) 직에서 사퇴하는 배수진을 치고 시장 당선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민진당과 국민당의 양당 대결 정치를 거부한 제3 후보도 선전하고 있다. 무소속 황산산(黃珊珊·53) 타이베이 전 부시장은 지난 10일 대만 여론조사기구인 대만민의기금회 조사에서 26.6% 지지도를 기록해 29.8%인 장완안 국민당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민진당 후보 천스중(陳時中·69) 위생복리부장(보건장관)은 21.8%로 3위를 기록 중이다. 황산산 전 부시장은 차기 총통선거 출마를 위해 민중당을 창당한 현 타이베이 재선 시장인 커원저(柯文哲·63)의 지지에 힘입어 지지세를 넓히고 있다.

대만은 지난 8월 초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을 시작으로 지난달 20차 중공 당 대회를 거치며 갈수록 강화되는 중국의 무력 침공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여당인 민진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위해 중국에 대한 대결 의지를 굳건히 하면서 새로운 지지자를 끌어들이는 대만판 ‘북풍’ 전략을 내세웠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직할시·현급시 등 아홉 가지 공직자를 한 번에 선출해 구합일(九合一) 선거로 불리는 지방선거는 총통선거와 달리 외교와 안보 이슈의 쟁점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현지 사정에 밀착한 지방 이슈에 강한 정치인이 우위를 점해 왔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진당이 주요 도시를 싹쓸이하며 그 여세를 몰아 2016년 대선에서 마잉주(馬英九) 국민당 정부를 꺾고 민진당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2018년에는 한궈위(韓國瑜) 국민당 후보가 20년 민진당 텃밭이던 남부 가오슝(高雄)에서 승리하며 대승을 이뤘지만 1년 뒤 총통선거에서는 재선에 나선 차이 총통에게 패배했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는 전체 22개 현과 시의 수장을 선출한다. 지금까지 민진당이 7곳, 국민당이 14곳, 민중당이 1곳에서 앞서며 민진당이 고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선거 결과는 차기 총통 선거 판세를 좌우할 전망이다. 지난 2018년 민진당 소속 시장이 기존 13개 시에서 6개로 줄어드는 참패를 당한 지방선거 직후 차이 총통은 책임을 지고 당 주석직을 사퇴했다. 민진당 지지율을 지탱해 온 차이 총통의 리더십이 사라지면 ‘포스트 차이’ 선정 등 과제가 산적한 정권 운영에 큰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제3세력론을 내세우는 커원저 타이베이 시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민진당의 ‘항중보대(抗中保臺·중국과 대결하고 대만을 보호한다)’는 전쟁을 추구하면서 전쟁을 대비하지 않는 정책이고, 국민당은 유권자에게 전쟁을 두려워한다는 인상을 줬다”며 “민중당만이 전쟁을 추구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전쟁을 준비하고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전쟁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진당과 국민당이 수년간 다툰 통일·독립 문제가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진짜 문제이자, 과감하게 선포하지도, 실현을 원하지도 않는 가짜 의제”라면서 “현상을 유지하고 중국과 소통을 유지하며, 중화민국을 최대공약수로 견지하며 대륙과 충돌을 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26일 선거에서는 기존 시민권을 20세에서 18세로 낮추는 국민투표도 함께 치러진다. 안건이 통과되면 대만의 젊은 유권자가 늘면서 향후 선거 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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