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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직전에 휘청…‘부릉 매각설’이 K스타트업에 주는 경고 셋[팩플]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4월 메쉬코리아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MFC강남 1호점을 오픈했다. 사진 뉴시스

지난해 4월 메쉬코리아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MFC강남 1호점을 오픈했다. 사진 뉴시스

‘물류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사)’을 노리던 메쉬코리아가 꿈을 눈 앞에 두고 휘청했다. 고금리 시대를 만난 불운일까, 혹은 ‘나도 쿠팡처럼’을 외치던 K-유니콘의 성장 공식이 잘못된 걸까.

무슨 일이야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가 자금난을 맞아 회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2013년 설립된 메쉬코리아는 음식배달대행 시장에서 바로고·생각대로 등과 겨루며 성장해왔고, 특히 버거킹·롯데리아·KFC 같은 프랜차이즈 업체 배달 일감을 맡는 B2B 배송 분야에서 1위를 고수해 왔다.

회사는 올해 초 저축은행 OK캐피탈로부터 빌렸던 360억원을 만기인 11월이 되도록 갚지 못했다. 창업자인 유정범 이사회 의장 등 경영진 지분 21%를 담보로 한 고금리 대출이었다. 앞서 유 의장은 회사 주요 주주들에게 추가 증자를 부탁했지만 선뜻 나선 이는 없었고, OK캐피탈은 회사 매각에 착수했다.

메쉬코리아는 최근 새벽배송과 식자재 유통 등 신사업을 접고 지난달 100명 이상 직원에게 희망퇴직을 받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게 왜 중요해

업계에서는 메쉬코리아의 위기를 급성장한 한국 스타트업의 그늘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본다. 메쉬코리아 상황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업계 전체의 투자심리나 경영 기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올해 초만 해도 메쉬코리아는 기업가치 1조를 인정받으며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지난해엔 5500억원 기업가치로 1500억원 투자를 유치했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급변과 고금리 기조로 스타트업 투자가 마르자 직격탄을 맞았다.

적자를 감수하며 몸집을 불리는, 쿠팡 식 모델의 무분별한 차용이 문제였다는 지적도 있다. ‘사용자를 많이 모아 기업 가치를 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금을 확보, 더 공격적인 투자·마케팅을 벌여 경쟁자를 압도하고, 규모의 경제와 효율화로 흑자를 달성한다’는 것이 쿠팡 모델. 메쉬코리아 역시 배달대행업에서 얻은 명성을 바탕으로 투자금을 유치한 뒤, 물류사업 진출과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쿠팡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제는 시장 1위에만 유효하다”고 했다. “과거에는 시장 2, 3위 업체도 투자를 받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사업모델이 확실히 검증된 1등에만 투자금이 몰린다”는 것. 압도적 1위 주자가 아니라면 투자 유치를 기대하기보다 적자를 줄이는 쪽으로 경영 방식을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메쉬의 경고

메쉬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손실 368억원으로,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2177억원)나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1796억원) 등에 비해 적자 규모가 큰 기업은 아니다. 배송과 POS(판매결제시스템)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네트워크 등 보유한 가치도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아있는 임직원들의 의욕도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위기 극복이 쉽지만은 않은 이유는 뭘까.

① 사업은 ‘무제한 체급’이 아니다
이륜차 배달대행으로 큰 메쉬코리아는 디지털 물류 테크 업체로 진화하겠다는 목표를 품었다. 회사는 이를 위해 지난 2020년 말 경기도 김포와 남양주, 지난 5월에는 광주(곤지암)에 물류센터를 차례로 열었고 냉장배송을 위한 콜드체인을 갖춰 새벽배송도 시작했다. 밀키트·식자재·화장품 등을 2~3시간 내 배송하는 퀵커머스 진출을 위해 서울 한복판 강남·송파에 도심형 소형물류센터(MFC)도 냈다.

이때부터 회사의 비용은 급격히 증가했다. 영업비용 중 오토바이 음식배달과 연결된 ‘배달대행지급수수료’는 2020년 대비 2021년 16% 증가해 이 기간 매출액 성장(+19%)에 기여했지만, 물류사업과 관련된 지급임차료(21억원)·운반비(257억원)는 각각 전년 대비 96%, 223% 늘었다. 신사업이 회사의 비용 구조를 악화시킨 것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메쉬코리아는 물류·퀵커머스를 통해 포장 음식 배달을 넘어 식자재·도서·화장품 배송으로 영역을 확장하려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음식 배송과 비음식 배송은 사업의 성격이 판이하다”고 고개를 갸웃한다. 한 배송대행업체 임원은 “음식배달은 배송기사의 콜 수락이 생명이기에, 대리점주와 기사 관리가 중요한 노동집약적·지역밀착형 사업”이라고 했다. 반면 물류업은 물류센터·사륜차 같은 대형 인프라가 필요하고, 퀵커머스 역시 땅값 비싼 도심에 거점(MFC)을 갖춰야 하는 자본집약적 사업이라는 것.

배달대행에서 부릉만의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로, 물류·유통·새벽 배송을 시작하며 체급이 다른 컬리나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을 따라가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② ‘협력=수익’이 아니다
메쉬코리아의 1·2·4대 주주는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인 네이버(18.48%), GS리테일(18.46%), 현대차(8.88%)다. 유정범 의장은 지분 14.8%를 보유한 3대 주주. 메쉬코리아는 올해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이 주도하는 ‘네이버물류연합(NFA)’에 합류했고, 지마켓의 새벽배송을 단독 수행하기 시작했으며, 앞서 지난해에는 신선식품 배송업체 오아시스와 퀵커머스 합작사‘브이’를 세웠다. 메쉬코리아가 주목받은 데에는 이처럼 유통·IT 강자들과 잇따른 협력을 성사시킨 것도 한몫했다.

그러나 현재 메쉬코리아는 NFA에서 빠졌고, ‘브이’ 역시 오아시스 관계사가 메쉬코리아의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자체 수익구조가 불안하니, 애써 잡은 손도 놓을 수밖에 없다. 김도훈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부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업무협약(MOU) 등의 보여주기에 집중한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이제는 대기업이 움직인다고 너도나도 믿고 투자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③ 창업자 열정이 독(毒)이 될 수도 있다
유정범 의장은 대외 활동과 영업 모두 잘하는 창업자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 2019년 유 의장이 학력·경력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 주요 주주와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유 의장은 자사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올려 학력 부풀리기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변대규 휴맥스 회장이 유 의장의 멘토 격으로 각별한 사이였으나, 이 사건 처리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사이가 멀어졌다”고 말했다. 변 회장은 메쉬코리아 1대 주주인 네이버의 이사회 의장이자 당시 2대 주주인 휴맥스의 대표였다. 이 사건 이후 메쉬코리아 경영진에서 휴맥스 측 인사가 빠졌고, 2021년 휴맥스는 보유 지분 전량을 GS홈쇼핑(현 GS리테일)에 매각했다. 휴맥스가 밝힌 사유는 “(다른) 신사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메쉬코리아는 2020~2021년 사이, 쿠팡·삼성·SM엔터테인먼트 등을 거친 인사들을 C레벨 임원과 실장급으로 대거 영입했다. 하지만 1년 남짓 근무하고 회사를 떠난 이가 여럿이다. 회사가 밝힌 공식적 퇴사 이유는 대부분 ‘개인 사정’.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유 의장의 리더십과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에 동의하지 못해 떠난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메쉬코리아 곤지암 물류센터 개관식에서 환영사를 하는 유정범 메쉬코리아 의장. 사진 연합뉴스

지난 3월 메쉬코리아 곤지암 물류센터 개관식에서 환영사를 하는 유정범 메쉬코리아 의장. 사진 연합뉴스

앞으로 어떨까

메쉬코리아는 현재 유진그룹과 인수 논의 중이다. 유진그룹은 유진로지스틱스·유진소닉 등 물류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다. 유진 측은 “라스트마일 직영 배달 서비스를 하는 유진소닉과 부릉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살펴보며 인수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인수와 별개로, 메쉬코리아는 회생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회사 측은 “2분기 대비 3분기 실시간 배송 영업이익이 130% 이상 늘었다”며 “적자 사업은 접고 이륜차 배송에서 영업이익을 늘려 내년 상반기 흑자 전환을 기대한다”고 했다. 메쉬코리아 측의 강조점은 “타 배달대행사와 달리 우리는 음식배달보다 기업고객 위주라 이익률이 높다”는 것. 개별 식당 음식배달은 속도가 중요하기에 기사가 한 번에 배송 1~2건만 수행하는 고비용 구조이지만, 부릉이 배달하는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나 CJ올리브영·홈플러스 등 기업고객 상품은 여러 건을 묶음 배송할 수 있어 수익성이 더 높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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