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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식물의 아름다움에 눈뜨는 보태니컬 아트…그림의 기초도 다질 수 있죠

중앙일보

입력

과일·꽃·화병 등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물체들을 놓고 그린 그림을 정물화(靜物畫)라고 하죠. 그런데 식물의 형태만 자세히 관찰해 그린 그림도 인테리어 소품이나 전시회 작품으로 가끔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그림을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라고 하며, 정물화와는 다른 별도의 장르로 구분해요. 이유은·정해원 학생기자가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서 유상희 작가를 만나 보태니컬 아트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배워보기로 했어요.

이유은(왼쪽)·정해원 학생기자가 초보자를 위한 보태니컬 아트의 기초를 배웠다.

이유은(왼쪽)·정해원 학생기자가 초보자를 위한 보태니컬 아트의 기초를 배웠다.

스튜디오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벽면에 전시된 아보카도·튤립·선인장 등 각종 식물을 소재로 한 그림들이었어요. 이들은 유상희 보태니컬 아트 전문 작가의 작품입니다.

"보태니컬 아트의 'Botanical'은 '식물학의'라는 뜻이에요. 즉, 식물의 실제 모습을 바탕으로 예술적 관점에서 세밀하게 그려내는 그림이죠" 보태니컬 아트의 출발점은 식물 삽화(Botanical illustration)로, 작품을 통해 확인 가능한 역사는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후 사진 기술과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의 유럽에서 식물도감·의학 서적·생태 서적 등 학술 서적에 식물이 지닌 모습 그대로 자세하게 묘사하는 삽화의 형태로 먼저 발전한 뒤, 보태니컬 아트라는 예술 장르로 심화했죠.

유 작가의 설명을 듣던 유은 학생기자가 "모든 식물은 보태니컬 아트의 소재가 될 수 있나요?"라고 물었어요. "(꽃부터 시작해) 수생식물·기생식물·버섯 같은 균류뿐만 아니라 떨어진 낙엽마저도 소재가 될 수 있어요. 씨앗·뿌리·잎사귀·줄기·꽃·열매·암술·수술 등 식물의 모든 부분을 그리죠. 또 꽃가루를 확대해 그리기도 하고 큰 나무를 축소해 그리기도 해요."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보태니컬 아트에 대해 설명 중인 유상희(맨 오른쪽) 작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보태니컬 아트에 대해 설명 중인 유상희(맨 오른쪽) 작가.

형태뿐만이 아닙니다. 보태니컬 아트에서는 봄의 작은 잎사귀가 여름의 큰 잎사귀로 변해가는 과정, 잎이 시든 모습, 꽃봉오리에서 점점 피어나는 순간 등 식물의 모든 생애 주기가 소재가 돼요. 하지만 식물로만 소재를 구성하기에 정물화나 풍경화와는 달라요. 예를 들어 꽃병과 식물을 함께 그리게 되면 정물화가 되고, 나무와 건물을 함께 그리면 풍경화가 되죠.

식물은 형태가 복잡한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보태니컬 아트를 할 때는 식물의 한 부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고 관찰하는 게 중요하죠. 하지만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답니다. 보태니컬 아트는 그림을 잘 못 그리는 사람도 기초를 다지기 좋은 장르이거든요. "미술의 기초를 다질 때 연필·목탄·철필 등으로 사물의 형태와 명암을 위주로 그리는 연습을 하는데, 이걸 소묘라고 불러요. 보태니컬 아트도 결국은 세밀한 소묘의 한 부분이죠. 실제로 보태니컬 아트에 입문할 때 구·원기둥·정육면체에 빛이 어떻게 비치고 그림자가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 면밀히 관찰하는 연습을 해요. 식물의 형태도 기본 도형으로 분석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구는 열매와 접점이 있고 원기둥은 줄기에 빗대 볼 수 있으며 뒤집어진 삼각뿔은 꽃송이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빛의 흐름과 명암단계를 연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소묘 연습이 되는 거죠."

보태니컬 아트 초보자가 사용하기 적합한 채색 도구는 색연필이다. 물감 등 다른 채색 도구에 비해 변수가 적고, 필압 조절 연습도 할 수 있다.

보태니컬 아트 초보자가 사용하기 적합한 채색 도구는 색연필이다. 물감 등 다른 채색 도구에 비해 변수가 적고, 필압 조절 연습도 할 수 있다.

보태니컬 아트는 식물학적 정보를 기반으로 그림을 그리는 장르이니만큼, 식물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을 쏟는 것도 그림 실력 향상에 도움이 돼요. 시중에 있는 관련 서적을 들여다보며 각 식물의 특징을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형태에도 익숙해지죠. "견문을 넓히기 위해 보태니컬 아트 전시회를 관람하며 다른 이들의 작품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예요."

그럼 이제 보태니컬 아트에 실제로 도전해볼까요. 유 작가가 여러 종류의 식물 도안이 있는 책을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보여줬어요. 초보자는 일단 완성본을 모작하면서 보태니컬 아트의 특성을 이해하는 게 좋아요. "여기서 여러분의 마음에 드는 식물을 골라보세요. 저는 방울토마토·가지·도토리같이 단색의 열매나 단순한 모양을 가진 식물을 추천해요. 튤립과 카라꽃도 다른 꽃에 비해 꽃잎의 형태도 단순하고 잎맥도 그리기 쉽죠." 유 작가의 말을 들으며 신중히 고민하던 유은 학생기자는 코스모스를, 해원 학생기자는 튤립을 골랐죠.

보태니컬 아트는 식물의 형태를 화폭에 옮기는 스케치와 밑색부터 색감을 쌓는 채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잎맥과 줄기 등은 나중에 마무리 한다.

보태니컬 아트는 식물의 형태를 화폭에 옮기는 스케치와 밑색부터 색감을 쌓는 채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잎맥과 줄기 등은 나중에 마무리 한다.

"보태니컬 아트는 스케치와 채색 단계로 나눌 수 있어요. 먼저 연필로 스케치할 때는 그리기와 지우기를 반복하면 종이결이 상하기 때문에, 드로잉북 같은 얇은 종이에 연필로 스케치를 먼저하고 기름종이 등 전사용 종이를 통해 채색용 종이에 스케치를 옮기는 게 좋아요." 하지만 식물의 형태를 정확히 옮기는 작업은 무수히 많은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중 학생기자단은 미리 준비된 도안을 채색하면서 손에 힘을 주는 정도를 조절하는 필압, 색의 농도를 조절하는 그러데이션 연습을 해보기로 했죠.

보태니컬 아트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채색 도구는 색연필이에요. 수채화나 유화처럼 여러 도구가 필요하지 않고, 쉽게 번지지도 않기 때문에 입문용으로 적합하죠. 색연필은 수성과 유성으로 나뉘는데, 종이 위에 그렸을 때 서로 질감이 달라요. 수성은 건조하고 부드럽지만, 유성은 크레파스처럼 미끌미끌한 느낌이죠.

"여러분이 참고할 완성본 그림을 보면 여러 색깔로 채색이 된 사실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여러 색깔 중에 (가장 밝은) 하이라이트와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밑색이 무엇인지 살펴보세요. 그리고 하이라이트를 남겨두고, 밑색부터 차근차근 색감을 쌓아주며 칠하면 돼요." 예를 들어 해원 학생기자가 채색하는 튤립은 면적이 넓은 붉은 꽃잎이 밑색에 해당하겠죠. 꽃잎을 전체적으로 붉은색으로 칠한 뒤, 그러데이션을 통해 명암을 주고 필압을 조절해 꽃잎의 형태를 강조하면 됩니다.

보태니컬 아트는 식물학적 정보를 기반으로 그림을 그리는 장르이기 때문에, 관련 서적을 보거나 전시회에서 다양한 작품을 관람하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보태니컬 아트는 식물학적 정보를 기반으로 그림을 그리는 장르이기 때문에, 관련 서적을 보거나 전시회에서 다양한 작품을 관람하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보태니컬 아트는 식물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 특징이 잘 드러나야 하기에 남다른 관찰력과 꼼꼼한 채색이 중요해요. 유은 학생기자의 코스모스에는 꽃 중앙에 아주 촘촘한 점이 모인 부분이 있었는데요. 여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갈색과 연한 노란색, 진한 노란색 등 다양한 색깔이 포함된 것을 알 수 있죠. 또 해원 학생기자의 튤립에는 구근까지 생생히 묘사돼 있었답니다.

한 시간 남짓 채색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덧 생생한 색깔을 가진 코스모스와 튤립 그림이 소중 학생기자단의 눈앞에 나타났어요. 필압과 그러데이션 등 그림의 기초뿐만 아니라 식물의 형태까지 자세히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유은(왼쪽) 학생기자가 완성한 코스모스와 정해원 학생기자가 완성한 튤립. 보태니컬 아트는 정서적 만족뿐만 아니라 식물의 형태에 대한 지식 습득도 할 수 있다.

이유은(왼쪽) 학생기자가 완성한 코스모스와 정해원 학생기자가 완성한 튤립. 보태니컬 아트는 정서적 만족뿐만 아니라 식물의 형태에 대한 지식 습득도 할 수 있다.

"보태니컬 아트의 매력은 무궁무진해요. 식물을 쉽고 간단하게 그릴 수 있고, 정밀 묘사처럼 세밀하게 그려낼 수도 있죠. 옛날에 사군자나 민화 그림을 그려 벽을 장식한 것처럼 보태니컬 아트를 그려 액자에 끼워 벽에 걸어 놓으면 집안의 분위기가 확 바뀔 거예요. 또한 식물에는 저마다 다양한 꽃말이 있는데요. 때와 상황에 따라서 적합한 꽃 그림을 그리거나 선물할 수도 있어요."

소중 독자 여러분도 식물을 관찰하면서 그림에 몰입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머릿속이 평화로워지고, 전에는 잘 몰랐던 식물들의 개별적 특성도 알 수 있어요.

무궁무진한 보태니컬 아트의 세계

보태니컬 아트에 익숙해지면 나만의 의미를 담아 훨씬 복잡한 형태의 식물들도 자유자재로 그릴 수 있어요. 유상희 작가가 소중 독자 여러분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보태니컬 아트를 소개합니다.

 유상희 작가 제공

유상희 작가 제공

'믹스플라워', 종이 위에 수채물감, 780x450mm

꽃이 가려지고 뒤엉켜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그림으로 옮기고, 자연광이 식물 곳곳으로 퍼져 흐르는 모습을 수채화로 표현했어요. 다양한 꽃말을 지닌 각각의 식물이 제 할 말 하는 듯한 수다스러운 모습은 다양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 간의 소통을 의미하죠.

유상희 작가 제공

유상희 작가 제공

'에키노세리우스 바 비에레키모리칼리', 종이 위에 수채물감, 430x670mm,

선인장 전체에 마디가 가로로 세로로 구분되어 있고 온통 주름져 있는 형태인데요. 제가 지금까지 식물을 그리면서 가장 표현하기 어려웠던 식물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고 연구했어요.

유상희 작가 제공

유상희 작가 제공

'남구절초', 종이 위에 잉크, 430x320

옛날 서적에서 볼 수 있는 펜화를 모티브로 구성했어요. 꽃봉오리에서 꽃이 피는 모습을 아치형으로 역동적으로 나타내었고 점묘법뿐만 아니라 펜으로 미세하게 채색하여 명암을 표현했어요. 그림 안에 학명을 넣어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했죠.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저는 원래 그림 그리는 것과 식물을 좋아하는데 이 두 분야가 합쳐진 보태니컬 아트를 전문가에게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사실 이번 취재를 통해 보태니컬 아트에 대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어요. 처음에 그릴 꽃들을 정하는데 꽃들이 정말 세세하게 그려져 있고, 식물의 특징을 잘 살려 그려져 있는 것을 보며 놀랐어요. 저는 꽃을 코스모스로 골랐어요. 코스모스의 연한 분홍색과 그 가운데 있는 노란색 수술이 잘 어울려 보였거든요. 색을 칠할 때의 필압 조절 연습을 하고 시작했어요. 꽃잎들을 다 칠하고 수술을 칠했는데 수술을 칠하니 꽃에 더 생기가 돌았어요. 코스모스의 형태에 대한 지식도 늘었죠. 유상희 작가님은 꽃들을 그리실 때 그리는 꽃말을 그림으로 나타내듯이 그리신대요. 그저 예쁜 꽃을 그린 그림 같았는데, 그런 의미가 담겼다니 신기하기도 했어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수많은 선과 색, 규칙을 가지고 있는 자연을 하나하나 그림으로 담아보며 자연과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그릴 수 있는 보태니컬 아트를 여러분도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이유은(경기도 위례초 5) 학생기자

저는 그림 그리기를 정말 좋아해서 다양한 그림들을 그려봤지만 보태니컬 아트는 제게 신기함 그 자체였어요. 취재 전 궁금해서 인터넷에 검색해봤는데 각기 다른 색채에 잎맥까지 섬세한 작품들이 연달아 나왔어요. 처음에는 제가 이걸 할 수 있을지 긴장되었지만, 유상희 작가님이 색연필 사용법과 색 조합까지 정확하게 설명해 주셔서 예쁘게 그릴 수 있었어요. 저는 붉은색 튤립을 그렸는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잎사귀였어요. 똑같은 초록색에서 다양한 색 조합을 이용해 섬세한 잎맥을 표현해야 했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어요. 그렇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고 나니 멋있어서 괜스레 뿌듯해졌어요. 식물만 그리기 때문에 구도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채색 기술까지 재밌고 쉽게 배우게 되는 보태니컬 아트. 소중 친구들도 취미생활로 한번 해보시는 것 어떨까요?

정해원(서울 중대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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