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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창진의 미래를 묻다

2031년 달 기지 건설 목표…당신 회사도 준비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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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르테미스 계획과 한국의 우주경제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미국의 달 탐사 아르테미스 계획의 핵심인 SLS 로켓이 지난 16일 수요일에 성공적으로 우주로 날아올랐다. 우리 언론들도 아르테미스 임무 로켓의 발사에 큰 관심을 보이며 달 탐사를 재개하는 미국의 성공적인 발사를 축하하는 분위기다.

이번 발사는 단순히 유인 달 탐사의 재개라는 일회성 발사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달 기지를 건설하고 인간의 거주 시설 확보를 위한 역사적인 달 식민화 계획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아폴로 계획이 유인 달 착륙 그 자체가 목표였다면 아르테미스 임무는 달 기지 건설, 달 자원의 활용, 그리고 인간의 거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저 단순하게 ‘달 탐사 재개’라는 말로는 임무의 본질을 설명하기 어렵다.

우주에 로켓 정비시설 만들어야

오히려 인류의 거주 영역을 달까지 넓히기 위해 전진기지인 달 기지를 설치하는 것이 주요한 임무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전진기지는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차폐 시설이 있어야 하며 식량과 물의 확보도 필요하다. 다행히 달 남극의 거대한 분화구 안에는 얼음 형태의 물이 있고 우주 방사선도 차폐할 수 있어 전진기지를 만들기에 적합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유인 달탐사 위한 SLS 로켓 성공
‘인류 영역, 달까지 확장’에 의미

16세기 대항해시대에 견줄 사건
달 원자로, 통신시설 등 갖춰가야

한국 우주계획, 세계 흐름과 유리
정부 주도 넘어 민간까지 퍼져야

지난 16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 39B 발사장에서 아르테미스1 로켓이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올라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6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 39B 발사장에서 아르테미스1 로켓이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올라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진기지가 만들어지면 우선 달 기지 주변의 탐사와 자원 채굴을 위한 로버, 즉 달 자동차가 필수적이다. 전진기지에 동력을 공급하기 위한 소형 원자로도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사람과 물자를 수송할 수 있는 우주수송 수단이 필요하며 지구와 달을 오가는 데 필요한 로켓 추진제도 달에서 제조·공급해야 한다. 통신 수단도 필요하며 이를 위해 달과 지구 사이의 통신을 중계할 수 있는 통신 중계용 위성도 마련해야 한다.

이미 달과의 통신은 3D프린팅으로 부품이나 물건의 제작이 가능한 우주인터넷 DTN (Delay/Disruptive Tolerant Network)을 기본 통신 프로토콜로 결정했다. 또한 달 왕복용 우주선이 위급한 환경에 처할 수 있으므로 재급유와 로켓의 정비 서비스가 가능한 시설도 우주공간에 확보하여야 한다. 따라서 달 기지 건설이 현실화하는 2031년 이후에는 지금까지 저궤도 영역 중심의 뉴스페이스에서 달까지 확장된 개념의 우주산업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개발, 달과 화성까지 확장

지난 10여 년 동안 전 세계는 국가 주도의 개발에서 민간기업이 우주개발 수요를 주도하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창출하는 뉴스페이스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민간 발사체 업체들이 주도한 혁신적 기술과 저렴한 발사 비용은 위성의 소형화·고성능화 추세와 맞물려 민간의 우주개발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이로 인해 민간업체는 다양한 위성을 활용해 지구 저궤도 영역에서 새로운 우주사업을 운영하게 됐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통신을 제공하고 있는 스타링크는 저궤도 군집 위성을 이용한 지구 인터넷 서비스 사업으로, 대표적인 민간 우주사업이다. 이 밖에 위성방송·위성통신 등은 물론 위성영상을 분석해 곡물 작황, 수자원 변화, 산림자원 분포, 해양 오염 분포에 관한 정보를 활용하는 분야 등도 우리의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또 다른 우주사업 모델이다. 그러나 이번 아르테미스 발사 성공으로 시작된 달 탐사는 우주개발 영역이 저궤도를 넘어 달의 중간영역, 그리고 달과 화성까지 확장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작금의 뉴스페이스가 16세기 유럽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대항해시대에 버금가는 국제적인 변화이며 새로운 경제 영역의 태동을 국제사회와 함께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아르테미스 협정 가입국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달 기지와 달 궤도 우주정거장 건설은 이런 미국의 노력을 현실화하는 과정의 첫걸음으로 이해해야 한다.

또한 대항해시대를 거치며 국제법으로 확정된 자유 항행 원칙과 조난 선박 구조, 해도 작성과 선박 간 통신 원칙, 그리고 사법적 관할권 등에 관한 규정들이 우주공간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국제규범의 설정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아르테미스 로켓 발사는 유인 달 탐사의 단순한 재개보다는 인류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역사적 임무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아르테미스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다누리호, 12월 말  달 궤도 진입

한국 첫 달궤도선 다누리호가 지난 8월 플로리다에서 발사됐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 첫 달궤도선 다누리호가 지난 8월 플로리다에서 발사됐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난 8월 발사한 달 궤도선 다누리호가 얼마 전에 BTS 뮤비를 지구로 전송하였다.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으로 비행하고 있어 12월 말경에는 달 궤도 진입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국가가 주도하여 선진국의 기술을 습득하는 전형적인 기술추격형 개발이다. 지금까지 이 전략은 효과적이었고 우주발사체 누리호, 정지궤도 위성, 아리랑 위성, 첨단 소형위성 등이 개발됐다.

그러나 지금의 우주개발은 민간 기업의 혁신이 주도하던 뉴스페이스 개발도 뛰어넘어 새로운 우주항행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다행히 우리도 세계적 변화에 걸맞은 우주개발 정책방향의 전환과 거버넌스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럼에도 알려진 4차 우주개발진흥계획의 주요 내용은 여전히 기술 위주의 개발 계획과 우주산업 육성 등으로, 우주항행 시대를 대비하는 우주개발의 변화를 수용하기에 부족한 듯하다.

특히 우리나라가 아르테미스 계획 협정 가입국이지만, 2031년의 달 탐사 2단계 계획에는 아르테미스 임무와 기술적인 연계성이 없이 단순한 과학임무가 주요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인터넷 DTN은 BTS 뮤비를 전송하면서 우리나라가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했고 달 전진기지와 지구의 통신의 기본 프로토콜이지만 우리의 2단계 달 탐사 사업에는 채택되지 않았다. 우리가 잘하며 세계적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을 애써 잃어버리고 있다.

위성 주요 부품 50% 수입

단언컨대, 우주산업이란 발사체나 위성의 시스템, 부품 등을 만드는 제조산업만이 아니라 구축된 우주 인프라를 활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산업을 의미한다. 우주발사체와 위성 그리고 지상 인프라 확보는 우주개발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필수적인 우주개발 생태계이지만 이 분야가 곧 우주산업의 본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위성정보를 활용한 국토·해양·농산물·수자원 등의 분석과 관리는 국가 경영을 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기본 주제이지만 민간업체의 활동이 미미하여 우주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인터넷 기술 보유국이며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지만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조차도 우주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국가적 노력은 부족한 편이다. 또한 뉴스페이스 시대에는 위성 반도체 및 소자와 관련된 영역이 확장되고 있으나 반도체 세계 생산의 절반가량을 생산하는 우리의 반도체를 위성에 적용하기 위한 기본 연구도 없으며 여전히 위성의 중요 부품 50%가량은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우주경제의 실현은 발사체와 위성 제작을 넘어 우리의 산업구조에 새로운 동력과 혁신적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을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으로 기술개발의 범위를 재설정하고 그 대상 분야를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우주문화 조성까지 나가야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전통적으로 선진국은 영토, 인구수, 군사력, 경제력, 과학기술력 또는 외교력 등과 같은 다양한 기준에 의해 결정되지만 달에 전진기지가 건설되는 미래에는 국가의 우주개발 능력도 선진국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우주발사체, 위성 개발 등에 치우친 제조 위주의 우주산업만으로 우주선진국이 되기는 어렵다.

미국의 아르테미스 계획은 달 기지, 인간 거주 시설 확보라는 가시적 목표를 내세우지만 대항해시대와 같은 변혁에 대비하려는 노력, 즉 자유 항행의 원칙, 조난 구조, 위성 파편 생성, 법률적 관할 등의 개념적이며 법률적 규범의 제정까지 포함한 문화와 철학을 동반한 원대한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기술적인 우주개발을 넘어 경제 분야로 확장하려는 우주경제의 실현을 목표로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번 계획이 경제적 성과뿐 아니라 새로운 우주문화까지 연결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지난달 미국의 우주 관련 학회에 참가했을 때 하버드 경영대학에서 발표한 논문의 제목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제, 여러분의 회사는 우주 전략이 필요합니다.” 일반 민간업체까지 스며든 우주개발에 대한 문화적 확산이 진정한 우주개발의 성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