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권 퇴진’ 장외 집회 국민 공감 못 얻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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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친명계 7명, 주말 윤 대통령 퇴진 집회 참석

이태원 참사·검찰 수사, 예산과 결부 말아야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촛불전환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가운데)이 발언하던 중 다른 의원들이 손을 들어올려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무소속 민형배 의원,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 강민정 의원, 안민석 의원, 유정주 의원, 황운하 의원, 김용민 의원.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촛불전환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가운데)이 발언하던 중 다른 의원들이 손을 들어올려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무소속 민형배 의원,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 강민정 의원, 안민석 의원, 유정주 의원, 황운하 의원, 김용민 의원. 연합뉴스

글로벌 복합 위기의 암운 속에 새해 민생예산에 혹시라도 소홀함이 없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시기다. 이 와중에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최측근 인사들의 구속에 맞서 잇따라 장외로 나서고 있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이어 정진상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된 지난 주말에는 친명계 의원 7명이 서울 도심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개별 의원의 정치적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6개월 만에 끌어내리자는 집회에 야당 의원들이 단체로 나선 모습은 매우 부적절했다.

안민석, 강민정, 김용민, 유정주, 양이원영, 황운하 의원 등 민주당 의원 6명과 무소속 민형배 의원은 집회 도중 사회자 소개로 단상에 올랐다. 일부는 군중과 함께 손을 흔들며 윤석열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쳤다. 그중 유정주 의원은 이태원 참사와 검찰 수사를 거론하며 “고장난 열차는 폐기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인간 사냥을 멈추고 퇴진하라”고 주장했다.

169석 거대 야당의 오만이자 횡포로 비칠 수밖에 없다. 현직 대통령을 탄핵해야 할 만큼 명백한 불법이나 도덕적 하자가 드러난 게 있는가. 다만 일부 국정 운영이나 여론조사 지지율이 국민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는 있지만, 그런 사안이 탄핵의 이유라면 국민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오히려 이태원 참사를 정쟁화하고 당 대표 사법 리스크의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당내에서도 이미 “명징한 근거가 없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용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의 혐의는 매우 위중하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한테서 네 차례에 걸쳐 8억4700만원을 받았다는 게 김 부원장의 혐의다. 대장동 관련자들에게서 여섯 차례에 걸쳐 1억4000만원의 금품을 받고 추후 수익을 나누기로 했다는 정 실장의 혐의도 반드시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심각한 사안이다. 당사자들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 자신이 공언한 핵심 측근들이라는 점에서 정치공세로 덮을 사안이 아니다.

이재명 대표는 정 실장 구속 후 페이스북에 “유검무죄, 무검유죄다. 포연이 걷히면 실상이 드러나고, 조작의 칼날을 아무리 휘둘러도 진실은 침몰하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조작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영장에 적시된 범죄 정황이 구체적인 만큼 공당의 대표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고 볼 수 없다. 의도야 어떻든 당내 장외·강경 투쟁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라 안팎이 매우 엄혹한 상황이다. 하루가 어려운 서민을 위해 예산안의 법정기한(12월 2일) 내 처리는 절박하다. 이태원 참사는 진상규명· 재발방지책 마련이 급선무지만, 검찰 수사 문제와 함께 민생 예산과 결부돼서는 안 된다. 야당은 광장행을 멈추고 의회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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