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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직전에 휘청…‘부릉’ 매각설이 스타트업에 주는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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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물류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사)’을 노리던 메쉬코리아가 꿈을 눈앞에 두고 휘청했다. 고금리 시대를 만난 불운일까, 혹은 ‘나도 쿠팡처럼’을 외치던 K-유니콘의 성장 공식이 잘못된 걸까.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가 자금난을 맞아 회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2013년 설립된 메쉬코리아는 음식배달대행 시장에서 바로고·생각대로 등과 겨루며 성장해왔고, 특히 버거킹·롯데리아·KFC 같은 프랜차이즈 업체 배달 일감을 맡는 B2B 배송 분야에서 1위를 고수해 왔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회사는 올해 초 OK캐피탈로부터 빌렸던 360억원을 만기인 11월이 되도록 갚지 못했다. 창업자인 유정범 이사회 의장 등 경영진 지분 21%를 담보로 한 고금리 대출이었다. 앞서 유 의장은 회사 주요 주주들에게 추가 증자를 부탁했지만 선뜻 나선 이는 없었고, OK캐피탈은 회사 매각에 착수했다.

업계에서는 메쉬코리아의 위기를 급성장한 한국 스타트업의 그늘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본다.

올해 초만 해도 메쉬코리아는 기업가치 1조를 인정받으며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지난해엔 5500억원 기업가치로 1500억원 투자를 유치했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급변과 고금리 기조로 스타트업 투자가 마르자 직격탄을 맞았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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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를 감수하며 몸집을 불리는, 쿠팡식 모델의 무분별한 차용이 문제였다는 지적도 있다. ‘사용자를 많이 모아 기업 가치를 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금을 확보, 더 공격적인 투자·마케팅을 벌여 경쟁자를 압도하고, 규모의 경제와 효율화로 흑자를 달성한다’는 것이 쿠팡 모델. 그러나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쿠팡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제는 시장 1위에만 유효하다”고 했다. 압도적 1위 주자가 아니라면 투자 유치를 기대하기보다 적자를 줄이는 쪽으로 경영 방식을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메쉬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손실 368억원으로,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2177억원) 등에 비해 적자 규모가 큰 기업은 아니다. 배송과 POS(판매결제시스템)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네트워크 등 보유한 가치도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아있는 임직원의 의욕도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위기 극복이 쉽지만은 않은 이유는 뭘까.

이륜차 배달대행으로 큰 메쉬코리아는 디지털 물류 테크 업체로 진화하겠다는 목표를 품었다. 회사는 이를 위해 지난 2020년 말 경기도 김포와 남양주, 지난 5월에는 광주(곤지암)에 물류센터를 차례로 열었고 냉장배송을 위한 콜드체인을 갖춰 새벽배송도 시작했다. 밀키트·식자재·화장품 등을 2~3시간 내 배송하는 퀵커머스 진출을 위해 서울 한복판 강남·송파에 도심형 소형물류센터(MFC)도 냈다.

이때부터 회사의 비용은 급격히 증가했다. 메쉬코리아는 물류·퀵커머스를 통해 포장 음식 배달을 넘어 식자재·도서·화장품 배송으로 영역을 확장하려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음식 배송과 비음식 배송은 사업의 성격이 판이하다”고 고개를 갸웃한다.

메쉬코리아의 1·2·4대 주주는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인 네이버(18.48%), GS리테일(18.46%), 현대차(8.88%)다. 유정범 의장은 지분 14.8%를 보유한 3대 주주. 메쉬코리아는 올해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이 주도하는 ‘네이버물류연합(NFA)’에 합류했고, 지마켓의 새벽배송을 단독 수행하기 시작했으며, 앞서 지난해에는 신선식품 배송업체 오아시스와 퀵커머스 합작사 ‘브이’를 세웠다. 그러나 현재 메쉬코리아는 NFA에서 빠졌고, ‘브이’ 역시 오아시스 관계사가 메쉬코리아의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자체 수익구조가 불안하니, 애써 잡은 손도 놓을 수밖에 없다.

메쉬코리아는 현재 유진그룹과 인수 논의 중이다. 유진 측은 “라스트마일 직영 배달 서비스를 하는 유진소닉과 부릉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살펴보며 인수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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