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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 사태에…당국, 암호화폐 거래소 ‘자체 발행 코인’ 전수조사

중앙일보

입력

금융당국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체 발행 코인 현황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선다.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자체 발행 코인인 FTT 때문에 파산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FTX 파산의 여파로 불거진 국내 거래소인 고팍스의암호화폐 서비스인 ‘고파이’의 인출 지연 사태도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 3위 거래소 FTX의 파산으로 자기 발행 코인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며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자체 발행 암호화폐 취급 현황 등을 조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3위 거래소 FTX의 파산으로 자기 발행 코인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며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자체 발행 암호화폐 취급 현황 등을 조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는 지난 17일 전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자체 발행 암호화폐 취급 현황 등을 조사하고 있다. FTX의 파산이 자체 발행 코인인 FTT 때문이라는 분석에서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FTX의 피해 규모가 커진 배경으로 자체 발행 코인인 FTT를 통한 몸집 불리기가 꼽힌다. 자회사 등을 통한 자전 거래로 FTT의 몸값을 띄운 뒤 이를 토대로 추가 대출과 투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자체 발행 코인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동안 금융당국과 국내 거래소는 자체 발행 코인에 따른 건전성 문제 등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 등은 본인이나 본인의 특수 관계인이 발행한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의 매매·교환을 중개·알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국내 5대 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대표들은 FIU와의 간담회에서 “특금법에 따라 거래소 사업자의 자체 통화 발행이 제한되므로 FTX와 같은 사건은 국내에서 발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다만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인 ‘플랫타익스체인지(플랫타EX)’가 2020년 1월 상장한 암호화폐 ‘플랫’이 자체 발행 코인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며 상황이 변했다. 플랫을 발행한 WM홀딩스 대표 A씨가 플랫타EX의 사내이사로 재직했던 이력 등이 문제가 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플랫타EX 측은 사업자 신고 전 A씨가 사직한 만큼 특수관계가 해소됐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고 한다.

FIU는 은행과 실명 계좌 발급 계약을 한 국내 5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검사에서는 자체 발행 코인이 없는 것을 확인했지만, 아직 코인마켓거래소 등에 대한 검사는 진행하지 못한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서면조사 등을 거친 뒤 현장검사를 통해 관련 의혹 등을 검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밖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된 FTT 현황도 점검하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가 보유한 FTT의 총액은 20억원대 수준이다. FTT가 상장된 고팍스와 코인원, 코빗 등은 오는 26일 오후 6시 이후 FTT를 상장 폐지한다.

고파이 자유형 상품의 출금 지연을 알린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의 공지 내용. 홈페이지 캡처

고파이 자유형 상품의 출금 지연을 알린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의 공지 내용. 홈페이지 캡처

금융당국은 지난 16일 시작된 고팍스의 자체 예치 서비스인 ‘고파이’의 출금 지연 사태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고파이는 고객이 보유한 암호화폐를 맡기면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해당 상품의 운용사인 미국의 암호화폐 대출업체인 ‘제네시스 트레이닝’이 FTX 사태로 여파로 신규 대출과 환매를 일시 중단하며 고파이도 입출금이 자유로운 ‘자유형’ 상품의 출금이 막힌 상태다.

제네시스 트레이닝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이 안 된 만큼 만기가 정해진 고정형 상품으로도 출금 지연 사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는 24일 만기가 돌아오는 ‘BTC 고정 31일’의 원리금 상환 여부가 출금 지연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고파이의 누적 예치금은 4만5000BTC(비트코인)로 원화로 환산할 경우 1조원 규모다.

다만 현재는 대부분의 예치금이 빠져나가 실제 묶인 돈의 규모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는 업계의 설명이다. 고팍스 관계자는 “고정형 상품의 경우 만기가 도래하지 않아 원리금 인출 여부 등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제네시스 트레이닝은 물론 고팍스의 2대 주주이자 제네시스 트레이닝의 모기업인 DCG 등의 고위직과도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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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출금 지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코인런(대량 인출 사태)’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팍스와 고팍스에 실명계좌를 발급한 전북은행을 통해 시간 단위로 원화와 코인에 대한 입·출금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현재로써 유의미한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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