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진상 영장 발부한 법원..."증거인멸·도망 우려" 4가지 증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54·구속)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19일 구속한 다음 날 곧바로 불러 조사했다.

정 실장은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업자로부터 1억 4000만원의 뇌물을 받고 대장동 민간업자 지분 일부와 그에 따른 개발이익 428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 등으로 19일 새벽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따라 구속됐다.

2022년 11월 18일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구속영장 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2022년 11월 18일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구속영장 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정진상 “완벽한 소설”에도 法 “증거인멸·도망 우려” 영장 발부 왜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이날 오후 2시 정 실장을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수수, 부정처사후수뢰, 부패방지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정 실장 측은 이날 소환 조사 직전 “구속적부심을 신청할 것인지” 등을 묻는 기자들에게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또 “(구속 전인 지난 15일 조사에서) 적극적으로 다 설명했고, 더 설명할 게 없다”라고 덧붙였다. 유동규(53)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대질신문 요청이 있으면 응하겠다고도 했다.

정 실장은 지난 18일 법원 영장 실질 심사에 출석하면서 “현 검찰정권의 수사는 ‘증자살인’·‘삼인성호’(曾子殺人·三人成虎: 여러 사람이 말하면 거짓말도 사실인 것처럼 꾸밀 수 있다는 뜻)’”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었다. 그러면서 “군사정권보다 더한 검찰정권의 수사는 살아 있는 권력으로 향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검찰은 그러나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하고 이권에 개입하고 사익을 추구한 전형적인 지방자치 권력의 부패 사안”이라며 강도 높게 조사를 진행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하고 이 대표의 관여 여부 등을 캐물었다고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아무리 정 실장이 혐의를 부인해도 실체적 진실의 힘을 이길 수 없다”라며 “시간이 갈수록 혐의에 부합하는 진술이 더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증거들이 유기적으로, 다층적으로 탄탄하게 혐의를 뒷받침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2022년 10월 18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국회 국정감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10월 18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국회 국정감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김세용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오후 2시부터 10시 10분까지 8시간 10분 동안 정 실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진행한 뒤 19일 오전 2시 50분쯤 “증거인멸 우려 및 도망 우려가 있다”라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 실장 측이 100여쪽에 이르는 의견서를 통해 “검찰의 영장 청구서는 유동규 전 본부장 등의 진술에 의존한 완벽한 소설일 뿐이다”라며 영장 기각을 요구했으나 검찰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우선 지난 9일 검찰이 정 실장의 국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컴퓨터 운영체제를 최근 삭제한 뒤 재설치한 점을 확인한 점이 법원이 증거인멸 우려를 인정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민주당사 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 등이 당사 셔터를 3시간 동안 내린 채 영장 집행을 저지한 점도 증거인멸 우려를 키웠다고 한다. 정 실장 사무실에서 간이 침대와 이불이 발견된 데 대해 정 실장 측이 “업무 및 출장이 많아 일주일에 이틀만 집에 간다”라고 밝힌 점도 도망할 우려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다고 한다.

또 대장동 민간 사업자 측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와 김만배(57) 화천대유 대주주가 구속기한 만료로 각각 21일, 24일 석방됨에 따라 이들과 정 실장이 ‘말 맞추기’를 시도하면서 추가로 증거가 인멸할 가능성도 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사업자인 정영학(54·천화동인 5호) 회계사의 녹취록에 따르면 정 실장은 김만배 전 기자, 이 대표의 또 다른 최측근인 김용(56·구속기소) 민주연구원 부원장, 유동규 전 본부장 등과 한때 의형제를 맺을 만큼 가까웠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 역시 구속기한 만료로 지난달 20일 석방된 상태다.

정 실장 구속영장 혐의 안엔 증거인멸교사 의혹이 포함돼 있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9월 29일 검찰이 유동규 전 본부장을 압수수색하러 오피스텔 문을 두드리자 유 전 본부장에게 자신과 통화한 흔적이 있는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정 실장에 대한 영장 실질 심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역대 최장 심문 시간(8시간 40분)에 육박했다. 이는 검찰의 프리젠테이션과 변호인 측의 반박이 길어진데다가 김세용 부장판사가 사건의 발단인 사건 관계자 사이의 유착 관계 형성부터 꼼꼼하게 심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2022년 11월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11월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상, 12월 8일 직전 기소 전망…조만간 李 출석요구 가능성도

검찰은 수사 단계 구속기한이 최대 20일인 만큼 정 실장을 다음 달 8일 직전 구속기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의 다른 최측근인 김용(56)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달 8일 구속 기소된 상태다.

검찰이 앞서 “정 실장은 2005년 오마이뉴스와 성남투데이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이 대표 활동을 담은 기사를 보도하고 이재명 대표 역시 피의자가 작성한 기사를 자신의 블로그 등에 게시했다”라며 정 실장을 이 대표와 ‘정치적 공동체’로 규정한 만큼 정 실장 구속으로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도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

이에 법조계에선 검찰이 조만간 이 대표에게 위례·대장동 의혹의 윗선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가 한두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할 경우 체포동의 요구서를 국회에 보낼 수도 있다.

이 대표는 19일 정 실장 구속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정치적 동지 한 명이 또 구속됐다”며 “유검무죄 무검유죄”라고 반발했다. 또 “포연이 걷히면 실상이 드러난다”라며 “조작의 칼날을 아무리 휘둘러도 진실은 침몰하지 않음을 믿는다”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