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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LG전자가 김치·떡갈비도 판다…쿠팡·컬리에 도전장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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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디오스 광파오븐을 활용해 요리하는 모습. 사진 LG전자

LG전자의 디오스 광파오븐을 활용해 요리하는 모습. 사진 LG전자

전통떡갈비, 눈꽃치즈닭갈비, 곱도리탕, 갓김치-. 주부 문모(35)씨가 지난주 LG씽큐(ThinQ) 앱 ‘스마트식품관’에서 구매한 식품들이다. 냉장고·세탁기·청소기 등 가전을 주로 팔던 LG전자·삼성전자 온라인몰이 쿠팡·컬리 등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식품 코너’를 전면에 내세우고, 자사의 가전제품과 연계한 협업(컬래버레이션)을 늘리면서다.

소비자 반응도 좋다. 20일 LG전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씽큐 앱’ 스토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e식품관’을 오픈했는데, 최근 2개월(9~10월)간 가입자 수가 초기 두 달(1~2월)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오픈 초기 가전몰의 식품 코너는 광파 오븐(LG전자), 비스포크 큐커(삼성전자) 등 제품의 전용 레시피를 제공하기 위한 성격이 컸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과 결합한 프리미엄 멀티 가전이 늘어나며, 가전 생태계 확장을 위한 하나의 ‘콘텐트’로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늘어난 가전과 간편식 수요를 매개로, 가전업계와 식품·유통업계 간 공동 전선이 세워진 것이다. 식품 종류도 기존 간편식 위주에서 김치·정육·과일 등 신선식품, 건강식, 유아식품, 펫푸드 등으로 확대됐다. CJ푸드빌, 동원, 청정원, 대상 등이 주요 공급사다.

소비자들이 가전몰의 식품 코너를 찾는 건 편리하고 믿을 수 있어서다. 이곳에서 구매한 간편식을 앱에서 스캔하면 오븐·큐커 등 가전을 통해 레시피에 맞게 자동 조리해준다. 김치의 경우에도 김치냉장고가 제조사의 특징을 살려 최적의 저장·숙성 환경을 유지해준다. 각 사의 온라인몰에서 판매 중인 자동조리·보관 연계 식품은 200여 종에 달한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큐커'이 스캔쿡 기능을 활용해 간편식을 조리하는 모습.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비스포크 큐커'이 스캔쿡 기능을 활용해 간편식을 조리하는 모습.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삼성닷컴 e식품몰'. 사진 삼성전자 캡처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삼성닷컴 e식품몰'. 사진 삼성전자 캡처

가전업계의 경우 ‘원스톱 쇼핑’ 플랫폼을 통해 고객을 계속 붙잡아놓는 ‘자물쇠 효과’를 얻음과 동시에, 새로운 제품·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가전 업계에서 소비자 구매 데이터는 차기작을 준비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장바구니는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를 알 수 있는 기초자료다.

식품을 넘어 공기청정기·로봇청소기·의류관리기 등과 ‘페어링’ 가능한 상품군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LG전자는 세탁기 세제, 공기청정기 필터 등 다양한 소모품으로 판매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앱에 등록된 공기청정기의 필터 수명이 다하면 자동으로 구동 환경에 맞는 필터를 추천해주는 식이다. 이는 소프트웨어 등 업그레이드를 통해 제품 기능을 추가하는 ‘업(Up) 가전’ 기조와도 맞물린다.

삼성전자는 ‘e식품관’에서 매달 일정 금액 이상 식품을 구매하면 신용카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멤버십 플랜’을 지난달 출시했다. 구독형 모델을 도입해 가전과 식품을 연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전 업계가 ‘소비자경험’과 ‘제품 생태계’ 확대에 힘을 쏟는 만큼, 이 같은 콘텐트 확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채호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전몰에서 식품 코너가 활성화하면 소비자가 가전을 구매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며 “소비자들은 보통 가전의 기능에 집중하는데, 식재료를 전면에 내세우면 ‘이 가전제품을 사면 이런 요리를 할 수 있겠구나’라고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된다. 가전 구매의 장벽을 낮추는 ‘넛지’ 역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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