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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신 카타르 선택…빈 살만, 국교 끊었던 나라에 공들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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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일본 대신 카타르에 갔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19일 밤(현지시간·한국시간 20일 오전) 카타르 수도 도하에 도착했다고 사우디 관영 사우디 프레스 에이전시(SPA)가 전했다. 개막식은 현지시간 20일 오후 5시 도하에서 북쪽으로 35㎞ 떨어진 알코르의 알베이트 경기장에서 열린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18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사우디는 APEC 회원국은 아니지만 태국 정부의 초청으로 왕세자로선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태국을 공식 방문했다. AP=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18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참석했다. 사우디는 APEC 회원국은 아니지만 태국 정부의 초청으로 왕세자로선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태국을 공식 방문했다. AP=연합뉴스

카타르월드컵 개막식 참석

당초 빈 살만 왕세자는 19~21일 자국 사절단과 함께 일본에 방문하는 게 공식 일정이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회담도 조율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지난 18일 블룸버그 통신과 일본 TBS 방송 등은 빈 살만 왕세자가 방일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방일을 취소한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 기간에 중동 최초로 월드컵을 여는 카타르에 가는 것을 선택했다. 로이터 통신은 “사우디가 2017~2021년 갈등 관계였던 카타르와 연대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지난 2017년 6월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이집트 등과 함께 카타르가 급진 테러조직인 이슬람국가(IS) 등을 지원하고 ‘앙숙’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라는 이유로 단교를 선언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가 지난 2021년 12월 9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가 지난 2021년 12월 9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쿠웨이트의 중재로 단교 사태는 3년 7개월을 끌다 지난 2021년 1월에 종식됐다. 지난해 말 빈 살만 왕세자는 카타르를 방문해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정상회담을 했고, 이번엔 월드컵 개막식까지 참석하면서 양국 관계가 완전히 회복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0여년 단교 태국과도 협력 강화 

무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가 지난 18일 태국 방콕 정부청사에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무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가 지난 18일 태국 방콕 정부청사에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빈 살만 왕세자의 국교 회복 프로젝트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7일 밤에는 ‘왕실 보석절도 사건’으로 관계가 끊겼던 태국을 방문해 본격적으로 협력 확대에 나섰다. 그는 18일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무역·투자 확대, 관광 촉진, 에너지 부문 협력 강화 등을 다룬 5개 협정을 체결했다.

사우디는 태국과는 무려 30여년간 단교했다. 지난 1989년 당시 사우디 왕자의 집에서 일하던 태국인 관리인이 50캐럿짜리 블루다이아몬드를 비롯해 2000만달러(약 269억원) 어치의 보석을 훔쳐 태국으로 달아난게 시작이었다.

사우디가 1990년 보석을 회수하기 위해 방콕에 외교관 3명을 보냈으나 살해됐고, 이어 태국을 찾았던 사우디 왕실 자문관도 실종되면서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사우디는 태국 방문을 금지했고, 태국인에 대한 사우디 취업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20만명에 달하는 사우디 내 태국 노동자들은 추방했다.

그런데 지난 1월 쁘라윳 총리가 빈 살만 왕세자 초청을 받아 사우디에 방문해 관계 회복의 신호탄을 쏘더니, 이번에는 빈 살만 왕세자가 쁘라윳 총리의 초청으로 태국을 답방하면서 더욱 돈독해졌다.

에너지 위기서 빈 살만 위상 강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가 지난 7월 15일 사우디 제다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가 지난 7월 15일 사우디 제다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빈 살만 왕세자는 최근 사이가 나빴던 국가들과 관계를 회복하는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로이터는 “2018년 사우디 정부에 의해 암살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 이후, 빈 살만 왕세자가 외교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중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하자 빈 살만 왕세자의 존재감이 크게 부각됐다. 인권을 중시한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 사회에서 사우디를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치솟은 기름값을 잡기 위해 대표적인 산유국인 사우디를 찾아야 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떠난 후, 7월 말에는 에너지 위기가 심화된 그리스, 프랑스 등을 방문해 에너지 협정을 체결하는 등 사우디의 영향력을 보여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빈 살만 왕세자의 순방 핵심 목표는 자신의 국제적 명성이 계속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17일엔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한 소송에서 빈 살만 왕세자의 면책 특권을 인정하기로 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국무부가 오랜 시간을 거쳐 확립된 국제관습법의 원칙에 따라 내린 법률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국가 원수에게는 면책 특권이 부여되는데,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9월 사우디 정부 수반인 총리로 임명됐다.

이에 카슈끄지가 소속됐던 워싱턴포스트(WP)의 발행인 겸 최고경영자(CEO)인 프레드 라이언은 지난 18일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악질적인 인권 침해인에게 살인 면허를 허용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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