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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좋았잖아… 캐나다, ‘NO 차이나’ ‘YES 홍콩’ 외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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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6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6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지난 16일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두 정상이 전날 나눈 대화가 언론에 공개된 사실에 대해 시 주석이 트뤼도 총리에게 문제를 제기한 것. 두 정상이 나눴던 대화의 요지는 2019년 캐나다 선거에서 벌어진 중국의 불법 자금 지원 의혹이었다.

이달 초 캐나다 언론은 정보 당국을 인용해 2019년 캐나다 총선에서 최소 11명의 친중(親中) 후보가 중국의 지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트뤼도 총리는 “중국이 캐나다의 민주주의를 겨냥해 공격적인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하며 “민주주의에 간섭하는 외국의 행태에 맞서 싸우는 데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이런 사안에 대해 시 주석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고, 회담 내용이 곧바로 언론에 실렸다.

시 주석은 “우리가 나눈 대화 내용이 신문에 모두 유출됐다”며 “성과 있는 논의를 위해서는 ‘진정성’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결과에 대해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에서는 자유롭고 공개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지지한다”라고 대척했다. 또 “중국과 함께 건설적으로 각종 현안을 논의하길 기대하겠지만, 양국이 동의하지 않는 일도 있을 것”이라며 굳건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모습. [AP=연합뉴스]

CNN은 “중국의 시진핑이 트뤼도에게 설교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시 주석이 트뤼도 총리를 “꾸짖었다”고 표현했다. 영국 가디언은 “트뤼도 총리는 벌 받은 사람 같은 표정이었다”고 묘사했다.

두 정상의 관계는 이미 틀어질 대로 틀어진, 앙숙보다 더 앙숙 같은 모양새다. 캐나다와 중국은 어떤 사이일까.

우방국에서 적대국으로… 총성 울린 2018년

본래 캐나다와 중국은 우호 국가였다. 트뤼도 총리의 부친인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는 진보적 성향의 외교 노선으로 1973년 중국과 수교를 맺은 당사자다.

캐나다와 중국은 서로에게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로서 교류가 활발한 편에 속했다. 2005년 191억 7천만 달러였던 양자 간 무역 규모는 2014년 552억 2천만 달러로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5년 중국은 캐나다의 2대 무역 파트너이자 수∙출입 시장으로 성장했다. 캐나다 역시 중국의 2대 해외투자 대상국이자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북미 무역 파트너로 발전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2015년 취임한 트뤼도 총리 역시 중국에 우호적이었다.

문제는 2018년, 멍완저우(孟晚舟)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캐나다 정부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나서부터다. 크게 분노한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중국에 머물던 캐나다 국적 전직 외교관과 사업가를 간첩 협의로 체포했다.

무역보복도 개시했다. 중국은 캐나다산 캐놀라유와 돼지고기 수입을 중단했다. 캐나다 정부는 캐놀라 수입금지 조치가 부당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했다.

2019년, 홍콩 내 반중 시위와 신장위구르 수용소 문제가 불거지며 중국의 홍콩 탄압이 캐나다 사회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캐나다 내 반중 여론이 들끓었고 동시에 캐나다의 홍콩 망명자 수용 문제를 놓고 양국 외교관과 정치인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이후 코로나 19 발원지로 중국이 지목되자 반중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2020년 9월 밴쿠버의 중국 영사관 앞에서 구금된 캐나다인 2명의 석방을 위해 반중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economictimes]

2020년 9월 밴쿠버의 중국 영사관 앞에서 구금된 캐나다인 2명의 석방을 위해 반중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economictimes]

여기서 끝이 아니다. 캐나다는 지난 3일 국가 안보를 이유로 자국 리튬 업체들에 투자 중인 중국 기업들에 투자를 철회하라고 명령했다.

캐나다는 미국의 대외정책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최우방 국가로 미국 중심의 정책을 지지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이 글로벌 첨단 기술 공급망에서 중국을 퇴출하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캐나다의 이번 투자 철회 명령은 중국에 대한 압박 조치를 더욱 심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中의 자유 박해 타당하지 않아… 脫 홍콩인들 몰리는 캐나다

와중에 캐나다는 홍콩 이민자들을 받아주며 취업 허가를 부여하고 있다. 캐나다는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중요시하는 국가다.

2019년 발생한 홍콩 민주화운동 당시 캐나다 국민은 범죄자 인도 법안은 물론 중국의 홍콩 주권 간섭에 강력한 반대 및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나선 이후 홍콩과의 사법적 관계를 단절한 것은 캐나다가 처음이다.

당시 캐나다는 정치적 박해를 피해 달아난 홍콩인들로부터 수많은 난민 신청을 받았다. 캐나다 수도 오타와는 2021년 6월부터 2026년 8월까지 캐나다에서 학업을 유지하려는 홍콩인들에게 캐나다 영주권자가 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캐나다연방이민난민시민부(IRCC)는 이러한 조치를 통해 1만 2800건 이상의 취업 허가를 내주었다.

최근 캐나다 인구 조사 수치(2021)에 따르면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캐나다로 이주한 홍콩인들이 함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에 이민 온 홍콩인이 2.4% 증가했으며 그중 90%는 메트로 밴쿠버 (Metro Vancouver)로 향하고 있다. 2021년 한 해 동안 캐나다로 이주한 홍콩인들은 총 7만 6115명으로 나타났다.

2019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홍콩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 thestar]

2019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홍콩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 thestar]

이처럼 중국식 통치가 본격화하면서 홍콩인들의 ‘헥시트(HKexit·탈홍콩)’가 본격화되는 상황이다. 홍콩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2021년 8월부터 올 8월까지, 지난 1년간 약 11만 3천 명의 사람들이 홍콩을 떠났다. 홍콩인들이 어디로 이주했는지는 추적하지 않았지만, 통계를 작성한 60년 이래 가장 급격한 인구 감소다.

홍콩과 마카오 주재 캐나다 총영사였던 제프 난키벨은 “우리는 홍콩의 언론, 행정, 사법제도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홍콩에서 캐나다로 오는 젊은이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저는 사회학과 법률 분야에서 2개의 학위를 가진 한 젊은 여성을 만났습니다. 아는 사람도 없이 이곳에 왜 왔는지 물었더니 홍콩의 정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고 좀 더 민주적인 나라로 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이민자들의 밴쿠버 정착을 돕는 캐나다 비영리 기관인 석세스(Success)의 CEO 퀴니 추(Queenie Choo)는 홍콩 신규 이민자 대부분이 20~30대의 젊은 전문직 종사자이며, 밴쿠버에서 새 출발을 결정하는 데 홍콩의 정치적 혼란을 꼽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호랑이보다 강력하다, 港-中의 가혹한 정치

홍콩의 최고 지도자 존 리(리자차오·李家超) 행정장관은 홍콩이 “두뇌 유출”을 겪고 있다는 제안을 묵살했다. 존 리 행정장관은 강경 친중 성향을 보이는 인물로, 외신은 그의 당선이 중국 정부의 홍콩에 대한 통제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달 취임 후 첫 정책 연설을 가진 존 리는 “홍콩의 노동인구는 지난 2년간 14만 명 감소했지만, 인구 유출 위기가 아직 정점에 달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불행이 이민의 주요 원인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결론”이라며 일부 홍콩인들이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인한 독특한 상황뿐만 아니라 학업이나 가족을 위해 떠났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0월 19일 존 리 행정장관이 시정 연설에서 홍콩 일상의 완전한 회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AFP]

지난 10월 19일 존 리 행정장관이 시정 연설에서 홍콩 일상의 완전한 회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AFP]

그는 심화하는 두뇌 유출에 대응하기 위해 인재 유출 현상을 막는 대신 ‘글로벌 인재를 선제적으로 유치하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그가 제시한 방안의 중점은 중국 본토 인사를 데려오는 것으로, 홍콩을 중국의 발전에 편입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의 연설에 한 홍콩 시민은 ‘홍콩의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더 강력해 인재 유출에 기여했다’고 말한다. 홍콩 민주당은 리 장관에게 “외지 인재를 어떻게 유치할 것인가만 이야기하고, 홍콩 인재 유출을 막는 것을 얘기하지 않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캐나다, 중국, 홍콩의 관계는 악화일로의 수순을 밟고 있다. 트뤼도 총리는 2020년 “캐나다는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의 굳건한 신봉자”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시진핑은 3연임에 성공하며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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