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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강변북로 달리며 탄성…5000대 넘는 자전거 행복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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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JTBC가 주최하고 서울시, 우리은행이 후원한 '2022 서울자전거대행진'이 열린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참가자들이 출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중앙일보와 JTBC가 주최하고 서울시, 우리은행이 후원한 '2022 서울자전거대행진'이 열린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참가자들이 출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0일 오전 8시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 평소엔 차량 통행이 활발했을 도심이지만 이날은 주변이 자전거로 꽉 찼다. ‘2022 서울자전거대행진’ 5000여명의 참가자는 일제히 고무 그립을 움켜쥐며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전거 달리기 대회의 힘찬 출발을 알렸다. 길을 선도하는 경찰차·안전요원 뒤로 상급자(25㎞/h)→중급자(20㎞/h)→초급자(15㎞/h) 순으로 출발했는데 참가자 전원이 광화문광장을 떠나는 데만 15분이 걸렸다.

최고령 참가자 이인규(80)씨는 “2015년부터 매년 서울자전거대행진에 참여했다”며 “자전거를 타면 생각보다 훨씬 운동량이 많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건강해지고, 상쾌한 바람을 가로 지르면 스트레스도 확 풀린다”고 말했다.

'서울자전거대행진' 참가자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서울자전거대행진' 참가자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참가자 "일상 아픔 딛고 나아갔으면" 

올해 서울자전거대행진은 ‘10·29 참사’가 발생한 지 23일 만에 개최하면서 다소 숙연한 분위기에서 시작했다. 원래 이날 행사에서 직접 자전거를 탈 계획이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주요 참가자도 사전에 참석이 어렵단 뜻을 밝혔다.

김윤자(60) 63토끼마라톤클럽 회원은 “(솔직히) 이태원 참사로 많은 사람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좋을지 고민했다”면서 “하지만 자전거 페달을 밣으면 나아가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도 아픔을 딛고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게임캐릭터 '슈퍼마리오'로 분장한 참가자들이 출반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게임캐릭터 '슈퍼마리오'로 분장한 참가자들이 출반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육삼토끼마라톤클럽의 권영주(왼쪽) 회원과 김윤자 회원은 독특한 머리 장식을 달고 서울자전거대행진에 참석해 주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문희철 기자

육삼토끼마라톤클럽의 권영주(왼쪽) 회원과 김윤자 회원은 독특한 머리 장식을 달고 서울자전거대행진에 참석해 주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문희철 기자

광화문광장→강변북로→월드컵공원 이동 

광화문광장을 출발한 은륜(銀輪)은 태평로를 질주해 남대문을 왼편으로 끼고 서울역으로 흘러갔다. 평소 차량정체로 가득한 도심 길이다.

서울시 공유 자전거 서비스 ‘따릉이’를 타고 6명의 동네 친구들과 함께 참석한 김 모(32)씨는 “7명 모두 따릉이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연회원권을 구매했다”며 “평소 출퇴근하던 길을 따릉이로 질주하니 새롭다”고 전했다.

서울시 공유자전거 서비스 ‘따릉이’를 타고 참가한 서울 중랑구 주민 7명. 문희철 기자

서울시 공유자전거 서비스 ‘따릉이’를 타고 참가한 서울 중랑구 주민 7명. 문희철 기자

2022 서울자전거대행진 코스. 총 16.5km 구간에서 5000여대의 자전거가 이 구간을 달렸다. [사진 서울자전거대행진]

2022 서울자전거대행진 코스. 총 16.5km 구간에서 5000여대의 자전거가 이 구간을 달렸다. [사진 서울자전거대행진]

코스 하이라이트 강변북로 10㎞ 구간

서울역에서 대로를 타고 쭉 직진하며 남영역·용산역을 지난 참가자들은 한강대교 북단에 도달했다. 여기서 우측으로 핸들을 꺾어 자동차 전용도로인 강변북로(일산 방향)에 진입하는 순간엔 탄성이 나왔다.

한강대교에서 성산대교까지 한강변 약 10㎞ 구간을 자전거로 질주할 수 있어서다. 대행진의 하이라이트 코스다.

자동차로 매일 강변북로를 이용해 출퇴근한다는 김동준(39) 제나랩 대표는 “날마다 차가 막혀서 혼잡한 강변북로를 운전하다 보니 밤섬과 선유도가 이렇게 예쁜지 미처 느끼지 못했다”며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자전거 페달을 밟으니 주변 경치가 각인되더라. 이 기억을 출퇴근하면서도 떠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안전요원이 해당 구간 차량 진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팻바이크에빠진사람들' 회원들은 팻바이크를 끌고 서울자전거대행진에 단체로 참가했다. 문희철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 '팻바이크에빠진사람들' 회원들은 팻바이크를 끌고 서울자전거대행진에 단체로 참가했다. 문희철 기자

한 참가자가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한 참가자가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경록 기자

따릉이 부대부터 팻바이크 동호회까지

폭이 넓고 두꺼운 3.5~5인치 타이어를 장착해 눈길·해변 등 험로에서 주행이 가능한 팻바이크(fat bike)를 타고 온 참가자도 있었다. 1만70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온라인 커뮤니티 ‘팻바이크에빠진사람들(팻빠사)’ 회원 20여명이다. 유관용(45) 팻빠사 부매니저는 “서울자전거대행진은 매년 팻빠사공식 모임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며 “올해 대면 방식으로 다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전국에서 회원들이 참가했다”고 말했다.

2009년 시작한 서울자전거대행진은 중앙일보·JTBC가 공동 주최하고 서울시·우리은행이 후원하는 행사다. 자전거 이용 문화를 확산하고 안전한 자전거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개최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 행사로 개최했다.

이날 도착지인 상암동 평화광장엔 축하공연과 실내 바이크, 스포츠 워치, 스포츠 선글라스 등을 제공하는 경품행사가 열렸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자전거가 시민의 생활에서 편리하고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보다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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