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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감사결과 홍준표 시장 입맛에 딱?…거세지는 '하명 감사' 논란

중앙일보

입력

대구시청 전경. [사진 대구시]

대구시청 전경. [사진 대구시]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이 학교급식 운영실태 등에 대한 특정감사를 동시에 실시했으나 두 기관의 적발 건수가 8배가량 차이 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 사이에선 “대구시가 학교급식 운영실태 위반 사례를 최대치로 높여 마치 무상급식이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만들려 한다”는 의혹이 나온다.

위반 건수...시 '1827건', 교육청 '224건'

앞서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9월 13일부터 3주간 감사를 진행했다. 대구시는 자체 감사를 2주 더했다. 대구시는 지난 15일 각종 법규위반 사례가 358개 학교에서 1827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반면 같은 날 대구시교육청은 12개 항목에서 224건의 지적 사항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위반 사례 건수가 8배가량 차이 나는 셈이다.

지난 15일 대구시 수성구 대구시교육청 여민실에서 학교급식 운영실태·위장업체 및 화물운송업 위반 등 감사결과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대구시교육청

지난 15일 대구시 수성구 대구시교육청 여민실에서 학교급식 운영실태·위장업체 및 화물운송업 위반 등 감사결과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대구시교육청

이는 대구시와 시교육청의 집계 방식이 달라서다. 대구시는 통상적인 감사 방식과 달리 동일한 위반 사례를 1건으로 집계하지 않고, 그 위반 행위가 지속한 일수를 따졌다. 이와 달리 시교육청은 처분 건별로 기준을 삼았다. 가령 식재료 검수서를 작성할 때 검수확인 서명을 2명 이상해야 하는데 한 중학교의 경우 이를 어기고 87일간 1명이 서명한 일이 있었다. 대구시는 ‘일수’인 87건으로, 시교육청은 ‘처분 건수’인 1건으로 각각 계산한 것이다.

시민단체 "'하명감사' 지적 않을 수 없다"
대구참여연대는 17일 성명을 내고 “이번 감사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미리 밝힌 의도와 정치적 목표를 충실하게 수행한 ‘하명 감사’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교육청은 1건으로 집계한 것을 대구시는 87건 위반으로 판단하는 등 같은 내용을 대단히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과장하고, 이러한 기준을 다른 기관 감사에는 적용하지 않고 학교급식에만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급식 노동자 중 몇 명이라도 민주노총 조합원을 엮어서 매도하기 위한 표적 감사라는 의심을 자아내는 대목”이라며 “(대구시) 감사위원회가 홍 시장의 이념적 성향, 정치적 의지를 대리한 하명 감사로 보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홍 시장은 감사결과가 나오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상급식 시장은 전국적으로 부패의 사각지대”라고 적은 바 있다.

지난 13일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에 게시된 글. 대구 지역 학교 무상급식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홍준표 페이스북 캡쳐

지난 13일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에 게시된 글. 대구 지역 학교 무상급식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홍준표 페이스북 캡쳐

대구시가 지적한 학교급식 관련 위반 사례 1827건 중 수사 의뢰를 한 96건, 고발을 한 1건도 무상급식 자체와는 관련 없는 입찰·납품비리 의혹으로 나타났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수사 의뢰한 사례는 위장(유령)업체 15건, 화물운송법 위반 81건, 고발한 사례는 축산물 보관법 위반 1건이다. 대구시교육청 직원이 연루된 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

무상급식이 부패 사각지대?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이번 특정감사는 ‘무상급식 시장은 전국적으로 부패의 사각지대’라는 홍 시장의 인식에서 시작됐다”며 “3주간 감사에서 별다른 적발내용이 나오지 않자 대구시 자체적으로 2주를 더 연장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그러나 (감사)결과에 ‘부패’라고 이름 붙일 만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수백억은 차치하고 1억이라도 부패 카르텔을 찾아냈는지, 최소한 부패의 흔적이라도 찾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무상급식은 재정분담을 공공에서 하는 것일 뿐 소위 납품·입찰 비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급식 식재료 유통과 관련해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은 공공전달체계를 제대로 구축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9월 30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구시당 당원 교육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9월 30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구시당 당원 교육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밖에도 감사 결과가 담긴 대구시 보도자료에 홍 시장이 경남도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실시한 학교급식 감사 성과를 홍보하는 내용이 담긴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실제 지난 15일 대구시 보도자료에는 ‘2016년 경남도 급식감사 이후 쪼개기 수의계약 비리 등은 크게 개선돼 (이번 대구시 감사에서도) 치명적인 비리는 적발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에 대해 대구경실련은 “합의제 감사기구인 대구시 감사위원회의 공정성·독립성을 해치고 대구시 감사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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