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왕' 조용필 9년만의 신곡 "재미없기로 소문났던 내가 들뜨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8일 신곡 '찰나'와 '세렝게티'처럼을 발표한 가수 조용필. 2013년 정규 19집 '헬로' 이후 9년 만에 발표한 신곡이다. 사진 YPC

18일 신곡 '찰나'와 '세렝게티'처럼을 발표한 가수 조용필. 2013년 정규 19집 '헬로' 이후 9년 만에 발표한 신곡이다. 사진 YPC

‘가왕’ 조용필(72)이 돌아왔다. 내년 말 20집 발매를 앞두고 18일 신곡 두 곡이 들어 있는 리드(선행) 싱글 ‘로드 투 트웬티-프렐류드 원(Road to 20-Prelude 1)’을 공개한 것. 새 노래, ‘찰나’와 ‘세렝게티처럼’을 선보이며 20집을 향한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셈이다. 2013년 19집 ‘헬로(Hello)’ 이후 9년 만에 발표하는 신곡에 가요계가 들썩였다. 당시 타이틀곡 ‘헬로’와 선공개 곡 ‘바운스(Bounce)’로 음원 차트 정상에 오른 성공 신화가 재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 일흔 넘은 국민가수가 이번에는 어떤 음악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내년 20집 발매 앞두고 리드 싱글 공개 #'찰나' '세렝게티처럼', 신곡 2곡 수록

이번에도 싱어송라이터 조용필이 아닌 해외 작곡가가 곡을 만들었다. 2013년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저의 곡 작업을 완전히 배제하려고 했다”고 밝힌 것처럼 스웨덴의 마틴 한센, 미국의 다니엘 무칼라 등 국내에서는 낯설지만 해외에서 활동이 활발한 작곡가들에게 곡을 받았다. 조용필은 편곡에만 참여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헬로’와 ‘바운스’가 EDM과 신스팝(Synthpop) 등 당시 유행하던 트렌드를 받아들인 곡이라면, 이번에는 자신의 록 뮤지션이라는 정체성을 십분 살렸다. 그것도 과거 고정관념에 갇혀 있는 록이 아니라 2020년대 록을 추구하면서 하고 싶은 음악과 되고 싶은 뮤지션의 균형을 잘 잡은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록 뮤지션 정체성 트렌디하게 살려”

이달 26·27일, 다음 달 3·4일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2022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가 열린다. 사진 YPC

이달 26·27일, 다음 달 3·4일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2022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가 열린다. 사진 YPC

작사는 두 곡 모두 김이나가 맡았다. 모든 것이 바뀌는 운명적인 순간을 포착한 ‘찰나’는 “재미없기로 소문났었던 내가/ 썰렁한 말에/ 실없이 웃고 많이 들뜨네”와 같은, 조용필을 연상케 하는 노랫말로 웃음을 자아낸다. 짤막한 멜로디 랩도 등장한다. 김이나 작사가는 인스타그램에 “내심 조마조마하며 썼던 마음에 드는 파트인데 선생님의 실제 모습을 토대로 나왔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너무나 신사이고 카리스마 있고 농담도 잘 안 하고 쉽게 웃지 않는 분에게 큰 감정의 변화가 생긴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으로 써봤다”고 덧붙였다.

‘세렝게티처럼’은 1985년 발표한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연장선에 있는 곡이다. 99년 탄자니아 정부 초청으로 킬리만자로와 세렝게티를 찾았던 조용필은 “이번 데모곡을 처음 듣고 당시 세렝게티의 광활한 대지와 하늘이 연상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규성 한국대중가요연구소장은 “2001년 탄자니아에서 외국인 최초로 문화훈장을 받은 이후 오랜 숙제처럼 남겨진 곡을 완성한 것 같다”며 “독백이 길게 이어지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서사가 돋보인다. 답답한 가슴이 트이고 청량감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조용필의 새로운 시도는 이번에도 '세대 통합'을 끌어낼 수 있을까.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긍정적이었다. “K팝이 아이돌 음악으로 치우치면서 인디밴드나 록밴드의 토대가 부실해진 상황에서 이렇게 펀치력 있는 팝 록 사운드가 나왔다는 것이 경이롭다”고 말했다. “처음 마주친 순간의 떨림을 노래하는 ‘찰나’의 가사를 보면 누가 70대라고 생각하겠느냐”며 "20~30대는 물론 10대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젊은 감각은 부단한 노력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조용필은 2018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15세인 사람이 새로운 노래로 나를 알게 되면 그 사람들로 인해 내가 50년 더 기억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론을 밝힌 바 있다.

“누가 70대라 생각…10대까지 아울러”

2018년 데뷔 50주년을 맞아 서울 서초동 YPC 연습실에서 인터뷰한 조용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18년 데뷔 50주년을 맞아 서울 서초동 YPC 연습실에서 인터뷰한 조용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조용필의 완벽주의 성향은 유명하다. 지난 54년 동안 쉬지 않고 음악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자 2000년대 들어 작품이 뜸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2003년 18집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 발매 이후 19집 ‘헬로’가 나오기까지 10년이 걸렸고, 내년에 20집이 나오면 새 앨범까지 또다시 10년이 걸리는 셈이다. 20집은 데뷔 50주년인 2018년을 목표로 했지만 “마음에 안 들면 또 파기하고 없애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탓에 예정보다 늦어졌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싱글을 발표한 것 역시 요즘 세대의 활동 방식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앨범이 더 늦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번 신곡들은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리는 ‘2022 조용필&위대한 탄생 콘서트’에서 처음 공연된다. 26·27일, 다음 달 3·4일 4회 공연의 4만 석이 30분 만에 매진됐다. 2018년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시작한 50주년 기념 전국투어 이후 첫 공연으로 이번에는 서울 공연만 진행한다. 20일 오전 11시 기준 멜론 발매 4주 이내 신곡을 대상으로 한 최신 발매 차트에서 ‘찰나’는 36위, ‘세렝게티처럼’은 56위를 기록했다. 뮤직비디오 공개나 방송 출연 없이도 선전하고 있는 만큼 공연으로 입소문을 타면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