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박나니의 한옥 이야기(8)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옥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일고 있다. 회색빛 바다와도 같은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콘크리트 아파트 단지에서 자라난 젊은 세대가 이런 주거 방식에 싫증을 느낀 나머지 훨씬 더 개방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지닌 우리의 전통 한옥에 시선을 돌리게 된 것이다. 전통적이라고는 하나 요즘 한옥은 한옥의 외관은 유지하되 내부는 현대적인 생활방식에 맞춰 변한 한옥이 많다. 한옥 이야기는 지난 2019년 발간된 책『한옥』에서 다루고 있는 한옥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청송재와 능소헌
아기자기한 서울 북촌 계동길 인근에 위치한 이 가옥은 한옥들 중 특이하게도 두 번 개조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 집은 본디 1910년대에 지어진 보급형 생활한옥인데, 처음으로 개조가 이루어진 1997년에는 윗집 사랑채 능소헌과 아랫집 안채 청송재를 이어붙여 공간 면적을 넓혔다. 윗집과 아랫집 모두 미음(ㅁ)자로 되어 있는데, 윗집 능소헌은 완전한 미음자 형태인 아랫집과 달리 오른쪽 상단이 뚫려 있어 다른 구조를 보인다.
현 집주인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 소장은 2012년에 이어붙인 능소헌과 청송재를 자신의 취향에 맞춰 다시 개조했다. 이를 통해 한국 문화와 서양 문화 모두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보여주는 건축물이 탄생했다. 사랑채에 위치한 다이닝룸에는 서까래와 대들보가 현대적인 천장 및 덴마크풍 미니멀리즘 양식의 가구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거실도 한옥 특유의 전통적인 분위기와 최신식 벽난로가 어우러져 한옥의 전통적인 풍류와 현대적이고 세련된 멋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윗집 사랑채 능소헌은 사무실 겸 주거 공간으로 쓰인다. 사무실은 한때 대청마루였던 곳에 자리를 잡아 자연 광선을 듬뿍 받고, 위아래로 마당이 보이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남쪽으로 보이는 마당에는 넓게 포석이 깔렸으며, 소나무 몇 그루와 그것을 둘러싼 이끼 정원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양태오 소장은 어린 시절 주말에 그의 어머니와 함께 인사동에 자주 들르곤 했는데, 그 덕에 디자인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이후 그가 인사동을 드나들며 수집한 물건들을 집안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가 유달리 아끼고 영감의 원천으로 여기는 해태 토우는 이사를 하면서 능소헌 기와지붕 위에 얹혀졌다.
양태오 소장의 부모님이 상주하는 안채 청송재는 사랑채 능소헌과 좁은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청송재의 안뜰에서는 1997년 첫 리모델링 당시 설치된 격자무늬 창문들이 우아함을 뽐내며, 능소헌과 마찬가지로 기품 있는 소나무와 이끼 정원이 어우러져 있다. 2012년 두 번째 리모델링할 때 양태오 소장은 청송재와 능소헌의 본 모습을 간직하고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감각도 함께 담아내기를 원했고 그를 위해 각고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다. 이처럼 여러 차례의 리모델링을 통해 완성된 각기 다른 두 건축물의 쓰임새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이 한옥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